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근무할 수 있는 자격증이 있고
또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를 지도할 수 있는 교사 자격증이 있지요.
제가 유치원에서 근무 할 때 오전엔 아이들 정규수업을 오후엔 영어지도를 하기도 하고
영어에 중점을 두어 수업을 하는 (원어민+한국선생님--엠~) 한 반을 지도하기도 했고요.
제가 소속되어 있는 영어에서 이번에 필리핀의 한 어학원과 자매결연을 맺어
아이들을 보내기 전에 선생님들이 다녀와서 수업내용과 방식 등을 체험하고 오자는 게
취지인데 제가 가게 되었지요.
제 할 일을 다 할 대체교사를 구해 놓고 가는 조건으로 원장님이 허락을 했는데
문제는 한 달이 넘도록 광고를 했는데도 조건이 맞는 교사를 구하기 힘들다는...
그래서 포기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수해 놓은 학점이 있어서 대체교사를 하기에 딱 좋은 보육학과 학생이 하겠다고
연락이 온거에요. 공부하는 학생이었기에 경험으로나 실전교육이로나 유리한 조건이고
전 해외연수를 다녀올 수 있게 된 거니 이야말로 일석이조 인거죠^^
이틀 함께 수업을 하며 일에 대한 설명과 아이들과의 낯을 익히기도 하고
함께 저녁을 먹으며 서로 잘 부탁하겠노라 당부하고 필리핀으로 출국을 했답니다.
지난 8일 일행 선생님들과 마닐라 공항에 내리니 숨이 막힐 것 같은 공기가 반기고
시간은 자정이 넘었어요.
일행이 가야 할 곳은 마닐라 보다 훨씬 윗 쪽에 있는 교육의 도시 Baguio의 Teacher`s Camp.
차로 8시간을 가야했어요.(중간에 바퀴가 펑크가 나서 지체되기도 했지만 우리 보다
도로 사정도 좋지 않고 얼마 전 폭풍이 와서 빠른 길이 막혀 돌아가야 했기에
Baguio에 도착하니 환한 아침이었어요.)
짐정리를 끝내고 일단 잠을 청하자는 일행의 말에 전 택시를 타고 조금 떨어져 있다는
딸아이의 학원으로 찾아갔지요.
잘 지내고 있는 딸아이를 보고 곧 수업이 시작되는 지라 저녁에 다시 보자며 인사를 한 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주변을 둘러보고 들어가니 일행이 일어나 점심 먹을 준비를 하더군요.
점심을 먹은 뒤 Baguio 투어를 했어요. 대통령의 여름별장이라는 맨션 하우스와
예전에 금광 은광이었다는 마인즈뷰에서 전통 복장을 입고 사진도 찍고 Wright Park에서
말도 타고 저녁엔 몽골리안 식당에 가서 전통요리인 철판요리도 먹어보고
근처 Manor호텔에서 망고 쉐이크를 마시고 다시 숙소로 도착.
근처에 백화점(SM Mall)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또 일행 한 분과 나가서 딸아이의 긴
옷과 바지를 구입해서 딸아이 숙소에 들러 전해주고 숙소에 기숙하면서 아이들을 관리하는
선생님을 만나 딸아이 이야기도 듣고 -우리 딸 거기서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하네요.. ㅠ.ㅠ
암튼 그 문제는 집에 돌아와 아빠와 상의 한 뒤 결정하자고 하고 - 숙소로 귀가했지요.
화, 수요일엔 수업을 열심히 했고(기대했던 것 보다 참 괜찮은 학원이었지요.
강사진도 좋고 시스템도 좋아서 배울 점이 많았어요) 공부가 끝난 저녁 시간엔 쇼핑을 하고
이른 아침에 시장이 열린다는 소리에 아침 먹기 전 벼룩시장과 근처 파블릭 시장도 들러서 구경도
하고 주어진 기회 더 많이 경험하려고 남들 보다 먼저 일어나고 늦게 자며 열심히 돌아다녔네요.
수요일 저녁엔 근처 한인 교회가 있다고 해서 예배를 드리고 왔고 돌아오는 길 딸 아이 한 번
더 보고 다른 곳으로 떠날 준비를 했답니다.
수요일 밤에 출발, 목요일 아침에 바탕가스 (마닐라 보다 아랫 쪽에 있는 지역)에 도착해서
다시 두 시간을 배를 타고 들어가서 도착한 곳은 화이트 비치의 민도르...
배에서부터 얼마나 황홀한 풍경이 눈에 가득 차게 들어오던지,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지요^^
모래가 하얗고 고와서 이름도 화이트 비치인데 밤새 지친 몸에 쌓인 피곤도 날려 보내더라고요.
일단 숙소에 가서 짐을 풀고 씻고 나와 바다에 나와 멋진 풍경도 즐기고 필리핀 현지 식사도
즐기는데 일행 근처로 몰려드는 장사꾼들...
쉬운 한국말을 하는 걸로 봐서 한국인 들이 많이 찾는 명소라는 것을 알겠더군요^^
또 배를 타고 다른 섬으로도 가보고 바다 낚시도 해봤어요.
식빵을 조금씩 뜯어 넣어주면 고기들이 떼로 몰려오는데 참 예쁘더라고요.
한 청년(싼태)이 저보고 “누나~예쁘다” 합니다^^ 요건 한국 말로요.
그러면서 몇 살이냐고 물어봅니다. 그래서 맞춰보라고 했더니 20대냐고 합니다.
농담하냐고 화를 냈더니 그럼 30대냐고 합니다. 40대라고 했더니 그럼 아이가 몇 살이냐고 물어
아들이 17살이라고 했더니 자기도 17살이랍니다. 자기 엄마는 늙었는데 전 너무 젊답니다.
아무래도 햇빛 많이 보고 화장 안하는 필리핀 사람보다 젊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저에게 참 예쁘다고 여러 번 해서 제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녁식사 후엔 바닷가 야자수 아래에서 파도소리 들으며 마사지를 받았습니다.
젊어 보이는 아줌마가 자기 이름을 가르키며(조안이라는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마사지사)
식사 때부터 자기에게 마사지 받으라고 사정을 해서 전 조안을 불렀고 마사지를 받았답니다.
엎드려서 어깨부터 팔 허리 다리 ...순으로 마사지를 하는 동안 우린 계속 대화를 했고
그녀는 27살에 아이가 셋인 엄마인데 큰 아이는 9살 작은 아이는 6살
그리고 막내는 6개월 된 아이라고 합니다.
아이는 누가 돌보냐고 물었더니 아이 돌보는 이가 있답니다.
그래서 너 부자구나 했더니 아이 돌보는 비용은 50페소(마사지 한 번 비용은 20페소)라고 합니다.
남편은 배를 타고 승객들을 태우고 다닌다고 하고 자신은 늦게까지 마사지를 하면서 먹고 사는데
부모가 공부를 더 하게 했더라면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제게도 묻길래 유치원 교사고 남편은 대학교 교수며 아들은 운동을 하고
딸은 필리핀에서 공부 중이라고 했더니 많이 부러워합니다.
한국 사람들 친절하고 부자라고 합니다.
영어 못하는 한국인 많다며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고 합니다.
돈 세는 단위, 몸의 부분 명칭등을 물어봐서 우리말을 알려주었답니다.
언젠가는 한국에 꼭 오고 싶다고 하네요^^
화이트 비치에서 일박을 더하면서 아름다운 바다풍경 실컷 보고 다음 날 마닐라로 가서
- 마닐라는 공기도 나쁘고 사람들도 너무 많고 아무래도 도시인지라 여유가 없어 보였지요-
다시 일박 후 토요일 저녁에 돌아왔습니다.
집에 오니 참 좋습니다^^
필리핀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못사는 나라입니다.
IMF를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필리핀이 우리보다 조금 더 나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극복하고 더 성장했고 필리핀은 더 후퇴했습니다.
하지만 참 순박한 그네들의 단순하고 욕심없는 삶에서 배운 것도 있습니다.
꼭 가졌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기에 작은 것에도 만족하고 행복할 줄 아는
그들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제가 호주나 미국을 다녀왔을 때는 저희보다 잘 사는 나라이기에 정말 많이 부러워하고 왔는데
이번엔 한국에 태어난 게 얼마나 감사한지 애국자가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암튼 여행이 끝이 났으니 열심히 일상으로 복귀해야 겠네요.
오늘 다시 출근, 꼬맹이들과 만나서 필리핀 이야기도 해주고 맛나게 먹은 열대과일 이야기랑
도로를 달리고 있던 지프니와 트라이시클 이야기도 해주었습니다^^
참, 저 필리핀에서 싼태말고도 예쁘다는 말 많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필리핀에서는 제가 미인형인가 봅니다.
저 거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ㅋㅋㅋ
이제 꿈에서 깨어나 40대 넉넉한 아줌마로 돌아와 예쁜 척 말고 아이들과 씩씩하게 놀아야 합니다.
하지만 기억 속에서 언제나 아름답고 푸른 필리핀의 화이트 비치와 싼태, 조안
그리고 Baguio의 학원과 딸의 적응 잘 하는 모습, 이 모든 것이 살아있을 것만 같습니다...^^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 또 필리핀을 가게 될지는 모르지만 다시 가도 또 아름다울 것 같은
필리핀과 필리피노.... 하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지요.
지프니와 트라이시클, 오래된 차들이 내 뿜는 매연...그것만은 기억하고 싶지 않네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한 여행이었습니다.
앞으로 5일간은 더 조심해야 하는 기간입니다.
제발 저 건강해서 신종플루따위는 옆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 때문에 옆에 있는 사람들이 아파지는건 너무 슬프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