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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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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돈 하나도 안 아까워요~


BY 엠파이어 2009-08-04

 

전 휴가 중입니다^^

아이들 없는 휴가라 부모님 생각을 하며 계획을 세웠죠.

아주 빡빡하게 세워놓은 휴가에 지금쯤엔 지쳐야 하는데 아직 제가 젊은가 봅니다^^

휴가 일주일 중 하루는 친정 부모님과 영화를 보며 가볍게 시작,

이틀째는 계곡에 가서 친정 부모님의 웃음소리를 들었고,

삼일 째는 열심히 운동하는 아들 보러 화천에 들러 아이 얼굴 잠시 보고 간식 좀 넣어주고

선생님께 인사하고 돌아왔고


나흘 째 교회 다녀와서 오후쯤 시어머니 계신 작은 시누이 댁(인천)으로 출발~


아버님 돌아가시고 얼마 안 되서 큰 시누이 댁에서 거의 한 달 계시다 잠시 시댁인 서산에 며칠 계시다가 큰 시누이가 한 여름 지내고 가시라고 또 모시고 올라오셨는데

아이가 셋 이나 삐약거리고 우는 큰 시누이 댁에서 힘드실 것 같다고

작은 시누이가 인천으로 모시고 가셔서 거의 한 달

잦은 도시로의 발걸음 덕에 까맣던 울 어머니 뽀얗게 변하셨습니다.

저희 집에도 가시자 하니

“너희 집엔 가 봐도 밤 밖에는 얼굴 못 보는데 여기 있으니 좋다“ 라고  하십니다.

일하는 며느리 덕에 아침 저녁 챙겨드린다고 해도 짧은 시간의 말동무에 외로우신건  매 한가지라고 하시니 어머니께도 시누이께도 죄송한 마음입니다.(저희 집에 놀러 오셔서 이틀 계시다 다시 모셔다 드렸거든요)

“올케 괜찮아. 어차피 난 혼자인데 적적하지도 않고 엄마 있으니 좋아. 나도 편하게 밥 먹고 잠자고 하니까 걱정마. 이렇게 가끔 얼굴이나 보여주러 오면 되지 뭐.

엄마 공장에서 실도 감으시고 나랑 출근하고 퇴근도 똑같이 한다^^“

작은 시누이님은 이불 공장을 하시는데 바로 아파트 상가라

아주 가까운 거리여서 어머니 혼자서 집과 공장을 오가시며 잘 계시다는 이야기...

가끔 시간을 내서 얼굴 뵈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죠. 모시는 어려움에 비하면....

하지만 저희 작은 시누이님 저를 편하게 해 주십니다.

“시어머니면 어려울 텐데, 엄마라 괜찮아. 걱정마~“ 하십니다.


여하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내신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들고 한 사이

남편은 인근에 사시는 외삼촌과 술 한 잔 한다고 나가고 어머니와 형님 그리고 전 담소를 즐겼습니다.


“어머니 내일 우리 어디 갈까요? 가시고 싶은데 있으세요? 드시고 싶으신 건요?“

“오늘 안가냐? 자고 갈라고..?”

“네, 어머니랑 자고 가려고요..”

항상 바쁘다고 생각을 하시는 어머니 큰 시누일 댁에서도 조금 시간 보내고 오곤 했더니 갈 거라고 생각을 하셨나봅니다.


좋아라 하시며 너희랑 가는데 어디든 다 좋다고 하십니다.

늦은 밤 까지 이야기하며 지내다가 잠깐 눈 붙이고

아침을 간단히 먹고 일단 월미도로 행선지를 정해서 갔습니다.

외삼촌과 술을 한 남편은 숙취해소가 안됐다며 어머니 빽(?)을 믿고 운전을 제게 맡깁니다.

울 어머니 차에 타시면 구경하시느라 꼭 앞자리에 타십니다^^

다니시는 걸 유난히도 좋아하시죠.

 

월미도에 도착, 날도 해가 많이 나오지 않고 바람이 사랑스럽게 불어오는 데 앉아서

오가는 배, 새우깡 먹는 갈매기, 지나다니는 사람, 짠 바다내음 맡으며 바다를 바라봤습니다.

꽃게가 드시고 싶다는 어머님 말씀에 송도에 있는 서산꽃게집을 갔습니다,

메뉴를 정하는데 간장게장도 좋고 꽃게무침도 좋고 꽃게탕, 꽃게 찜 다 좋다 아무거나 시켜라.

저건 또 뭐냐? (꽃게 알무침 사진을 보시며)

..........

전 꽃게 코스를 시켰습니다.

어머님 말씀하신 모든 꽃게 요리를 다 먹어볼 수 있는 거 였거든요.

남편은 아직도 숙취해소가 안된 관계로 시키지 말라고 하고 우리 세 여자는 15만원 하는 점심상을 받았습니다.

“어머니 골고루 다 나온다니까 맛있게 잡수세요. 어머니 내일이 아범 생일이에요. 이 더운 날 나으시느라 고생하셨고 기르시느라 많이 애쓰셨는데 아주 맛나게 드세요~”


점심은 진짜 맛있었습니다.

값이 많이 나가는 점심이기는 했지만 어머님께서 너무 맛있게 잘 드셔서

돈이 아깝지 않은 식사였지요.


또 다시 출발~

자유공원에 들러 공원 산책로를 돌아보고 차이나 타운도 드라이브하며 구경하고

 (저희 어머님 끌게를 끌고 의지하고 다니십니다. 힘드시면 끌게에 의자가 있어서 앉기도 하시고^^)

근처에 살고 계시는 사촌 시누이댁에 들러 시원한 수박 한 쪽 드시고 

저녁 드시고 가라고 붙잡는 조카의 손 뿌리치고 (더운데 손님맞이 민폐죠^^)

나오시는 어머님 연신 싱글벙글이십니다.


돌아오는 길

계양산 밑에 열무국수 맛있게 하는 집에서 어머님 맛있게 드셨다는 어제 들은 이야기 입수

저녁은 간단히 열무국수 먹자고 도원에 가서 서운하다며 갈비도 조금 시켜놓고 위가 욕할 만큼 먹고

계양산으로 살짝 산책을 하고 다시 시누이 댁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제 오늘 너무 좋다. 맛난 것 먹고, 무엇보다 생일이라고 날 사주니 내가 고맙다.

너 돈 많이 써서 어쩌냐? 난 너무 좋아서 잠이 올라나 모르겠다~ㅎㅎ“

“어머니~ 오늘 많이 걸으셨으니 힘드실거에요. 얼른 푹 쉬세요^^  어머니 덕분에 저도 즐거웠어요

저희 조심해서 갈테니 걱정마시고 주무세요 저희 도착하면 너무 늦을테니 내일 아침에 전화드릴게요”


돌아오는 길

남편이 제 무릎에 손을 올려놓으며 “당신 오늘 고생 많았어. 운전까지 시켜서 미안하네....“


오늘 아침,

전 미역국 끓이고 취나물 볶고 오이 장아찌 무치고 조기 구워서 남편과 아침을 먹었습니다.

남편 잠시 학교에 들러야 한다고 해서 보내고 어머님께 전화 드렸지요.


“어머니~ 어디 아픈데는 없으세요?  잘 주무셨어요? 전 아범 미역국 끓여줬어요^^”

“고맙다~ 난 지금도 기분이 너무 좋다. 걱정인건 자네가 돈을 많이 써서 그게 조금 걸리네.

시누이네  올 때도 과일 사오고, 어제 조카네 갈 때도 과일 산거 자네가 사고 점심, 저녁 사고..

나 용돈 주고...돈을 너무 많이 썼네.“

“어머니~ 그런데 전요... 어머니께서 공원에서 사주신 얼음과자 진짜 맛있게 먹었어요^^

그리고 어머니 좋아하시는 모습 보니까 어제 돈 쓴거 하나도 안아까워요.

쓸려고 돈 버는건데...어제는 잘 쓴거에요“

“그러냐? 그래 고맙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건강하게 잘 지내라”


저 하는 일도 없이 잠시의 시간과 돈으로 점수만 따는 나쁜 며느리에 속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음은 늘 불편해서 표현할 수 있는게 그것 밖에 없어서 늘 모시고 사시는 형님께도 죄송했었는데 이번엔 시누이님들께도 죄송하네요. 그래도 제가 인복이 있어서 나무라지 않고

예쁘게 봐주시는 어머님과 형님들, 시누이님들... 이렇게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네요.


자~ 이제 남편이 저 데리러 오면 아침고요수목원 다녀오려고 합니다.

예쁜 꽃들 나무들 틈에서 행복해 하다가

내일은 남이섬 갔다가 돌아오면 제 짧고도 바쁜 휴가가 끝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