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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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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BY 정자 2009-05-17

김치가 왜 이리 짠 겨?

동서렁 나랑 뭐 빠지게 작년에 김장을 했는데

자꾸 동서가 새우젓을 더 넣자고 하는 바람에 김치 장아찌가 되버렸다.

겨우내 이 김치가 안 팔린다.

짜다고 난리법석이라서 그냥 김치통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그늘 진 구텅이에 쳐 박아 놨다.

 

\" 형님~ 혹시 김치 남은 거 있어요?\"

봄이 되고 오월 달에 웬 김치 남은 거 있냐구 동서가 전화 하는  통에

아차차!!! 울 김치가 어디 갔나~~~.

 

세상에 울 그  짠 김치가 인기가 짱이여유.

볶아먹구 지지고 삶아서 쌈 싸먹고 꽁치 몇 마리에다가

묵은 김치 한 포기 푹 지지면 끝내 주는 데

그러다가 다 먹었슈우!  

 

그려 그려 알았어.

진짜 뚜껑 열어보니 아주 제대로 곰삭은 묵은 김치가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짜다고 핀잔 주던 남편도 그 김치만 주욱 쭉 찢어서 금방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우고

저녁엔 돼지 등뼈를 넣고 김치 감자탕을 하라는데.

\" 내가 먹어줄 께? 잘하는 당신이 한 번 혀?\" 했더니 

얼른 시장을 봐 오란다.

 

시장을 가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북적 북적대고 시골버스 정류장에 온통 묘종이 잔뜩이다. 고추묘 세 개! 안 매운 거로! 글고 또 뭐 사오라고 했더라?\" 헤헤..할머니 정신에 또 전화를 하신다. 고추묘 말구 또 사오라고 행능 겨? 뭐? 잘 안들려?

결국은 주인장과 통화하라고 전화기를 줘 버린다.

\" 수박 두 개하구유,,참외 두 개..예예..토마토유.왕토마토로 예예!!!\"

모두 얼마냐고 하니 돈을 주고 난 다음에 묘종장수가 한 마디 하신다.

\"할머니! 딴 데가지말고 꼼짝말고 여그 계시라고 할아버지가 신신당부 하셨슈?\"

아들이 모시러 온단다. 하도 엉뚱한 버스를 타서 여기저기 찾아 돌아 댕기는 통에 할머니가 한 번 시장 가면 온 동네 찾아 다니는 게 또 온 동네에 소문이 났나 보다.

 

나도 그 옆에서 수박 두 개를 살까? 말까? 궁리중인데 마침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 야야! 담배가 떨어 졌어?\" 이 말에 내 대답은

\" 우리도  참외 두 개하고 왕토마토 두 포기 수박도 살까?\" 했더니

\" 여편네야 담배 떨어졌당께? 뭔 소리여?\" 남편은 화나면 버럭 여편네라고 한다.

\" 알았어! 다 사갈께!\" 헤헤

 

 아저씨! 나도 이것도 저것도 챙겨가며 주섬 주섬 챙기고 보니 버스 올 시간이 아직 멀었다. 사실 나는 이 시간이 젤 지루하다. 서로 반대편에서 내 차는 언제 오나~~~ 목 빠지게 기다리는 시골 버스 정류장인데.

\" 애기엄마는 워디서 살어?\"

기다리다 지치면 잘 모르는 사람과 동네안부도 나눠지는 곳이니 이런 질문도 당연하다.

\"아~~ 예 지는 숙진리에 살아유!\" 대답을 했다.

\" 근디 뭐 해 먹고 사남?\"

잘 들으면 요즘 무슨 반찬을 해 먹냐고 들리지만 시골 버스정류장에선 이 질문은 직업이 뭐냐는 소리다.

\' 예~~ 그냥 먹고 놀구 있지유! 요즘 경제가 어렵잖아유?\"

내 대답이 시원찮은 가 자꾸  내 얼굴을 살피신다.

속으로는 무슨 조사를 하시는가? 했는데.

\" 혹시 글쓰러 시골로 들어간 겨?\"

\" 예? 우하하하!!\"

이거 참 어쩌다가 별 말씀을 다 들어 보았다.

하긴 시골로 글쓰러 들어가는 사람들 애긴 많이 들었지만 나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데.

 

어휴~~제가 우리집에 산지 벌써 십여 년 인디유? 뭔 글을 여태 썼을까유?..잉?\"

할머니가 입을 가리고 함박 웃음을 웃으신다.

나도 같이 웃어 버렸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