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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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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숨 다 내 주어도


BY 그대향기 2009-02-28

겨우내 얼었던 대지도

몇번 찔끔거리는 봄비로 녹아내린다.

땅 속 깊숙한 곳에서 생명을 지킨

어린 순들이 두터운 대지를 뚫고 나온다.

잎이 나중인 꽃들은 벌써 꽃망울을 터뜨리고

마른 나뭇가지에도 물이 올라 통통하고 촉촉하다.

누가 이쁘게 봐 주지 않아도

귀하게 여겨주지 않아도 줄기차게 올라오는

잡초들의 끈질긴 생명력이 이럴 땐 부럽다.

 

어제 남편의 사촌형수 장례식.

남편의 생모가 돌아가시고

그 형수가 엄마처럼 챙겨주셨고

어린 육남매들을 새어머니가 들어오시기 전까지

많이 보살펴주셨던 분이셨기에

남편의 다른 형제들은 병원 빈소로 문상만 갔다오고 말았는데

유별나게 은혜 입은 걸 잊지 못하던 남편은

그저께 병원으로 문상도 갔었는데 장례식 온 과정을 다 함께했다.

그 날 병원 빈소를  근무를 마치고 저녁에  갔을 때

한창 퇴근시간이라 얼마나 바쁘던지...

상주들하고의 짧은 인사를 나누고

영정사진 속의 동서 얼굴을 흐리게 쳐다보며

\"형님..저 왔어요. 고통없는 곳에서 편히 쉬세요...\"

긴 말도 필요없는 무언의 대화.

상주들의 지친 모습을 잠시 위로해 드리고

상실감에 허탈해 계실 아주버님의 두 손을 그냥

꼬..옥 ..잡아드렸다.

무슨 말로 위로해 드려야 할지 깊이도 짐작 못할 외로움이 느껴졌다.

그런 다음 문상객들로 붐비는 식당에서

난 아예 웃옷을 벗어두고 문상객들 저녁상을 봐 주느라

땀이  날 지경이었지만 당연한 도리라 여기고 열심히 서너시간 봉사.

 

어제는 아침 일찍 남편 혼자  장례식장에 가서

모든 절차를 마치고 화장터까지 동행.

그 숨막히는 순간들을 유족들의 오열 속에서 같이했고

육신의 옷을 다 벗어버린 한 줌 재로 변한 형수.

화장한 뼛가루를 작은 유골함에 담아서

납골당에 가는 길에서는 선두차를 했었다.

남편 차에 선두차의 장식 띠를 두르고

극한 슬픔에 젖은 상주들을 태우고.

 

또 납골당이 창녕에 새로 생긴 납골당으로

정해졌기에 기꺼이 선두차를 했단다.

작고 아담한 푸른빛의 유골함 하나.

아직 형수의 마지막 온기가 체 가시지 않은

유골함 하나가 형수가 이 세상에서 남긴 마지막 흔적.

정많고 부지런하셨던 사촌형수의 모든 것.

그 형수를 차에 태워서 납골당으로 오는 길이

그렇게도 허전하고 맘이 아리더란다.

생모가 돌아가셨을 때는 뭐가 뭔지도 몰랐었는데....

돌아가시기 전 한달 보름 전 쯤에

우리 부부가 형수 집으로 찾아갔을 때

\"데럼요(도련님)~~바쁠낀데 말라꼬 왔는교?

이런 꼴 이상하지요?

동서야..고생많제?

없는 집에 시집와가 아아~들 잘 키워줘서 고맙데이~~

우짜든동 건강해레이~동서가 건강해야한데이~~\"

 

그 날의 그 만남이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우리들의 만남이었다.

딸들 공부를 한껏 시키고 싶으셔서

두 딸을 위한 투자에 혼신의 힘을 다하셨던 동서.

비닐하우스 일이며 파출부..청소 일까지...

안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뼈가 으스러 질 정도로

없는 살림에 두 딸과 아들 공부에

모든 걸 희생하셨던 동서.

남들은 딸은 고등학교 공부만 시켜서

시집만 잘 보내면 된다고 무리한다고 핀잔을 줘도

좋은 대학 딸들이 가고 싶어하는 대학 보내고 말겠다던 동서.

분명 그 두딸은 미스 밀양에도 나가서 상도 타고

아랑인가? 그런 미인도 하는 정말 이쁘고 참한 애들이다.

직장도 좋은 직장을 가졌고 엄마의 희생을 먹고

삼남매는 훌륭히 자라줬다.

 

그러면 뭐하나.....

올 해 65 세.

한창 시집 장가간 아들 딸들의 호강을 받을 시기에 아주 가 버리신 걸...

심장 수술한 남편을 두고 가시는 길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혼자서 밥도 못 챙기시는 남편인데...

혼자서 낯선 길을 잘 찾지도 못하는 한쪽 시력이 가버린 남편인데...

그런 남편을 두고 가셨으니...

얼마나 안떨어지는 걸음이었을까?

건강한 남편을 두고 가기도 그럴건데 아픈 남편을 두고...

인연의 강을 ..

깊고 넓고 끈끈하기만 한 그 강을 어찌 넘어가셨을까?

다 맡기고...

남은 자들에게 그 모든 짐을 다 맡기고 편안히 가셨을까...

교회에 나가지 않았던 동서는 우릴 부러워했었다.

\"동서는 덜 무서울끼다...\"

 

 

납골당 작은 아파트.

죽은 자들의 최소한의 아파트.

특혜도 없이 유골함이 들어오는 순서데로 잘 정리된 납골당.

살아있을 때는 권력의 힘으로

부의 힘으로 자리가 정해졌을런지는 몰라도

이 곳에서는 들어온 순서데로 정해지더란다.

다행히 형수의 아파트는 딱 눈높이의 아주 로얄층.

한 사람의 생애는 그렇게 해서 끝이 났다.

번호 하나 받아들고....

 

바로 옆 다른 사람들의 납골당에는 벌써 여러 사람들이 다녀 간 흔적들.

메모지에 남긴 말들이 눈물겹더란다.

\"아빠~~ 다녀갑니다.\"

\"당신이 살아계시다는 생각으로 살아갈께요\"

\"사랑해요 지금도..\"

\"지금도 제 곁에 있는 것 같아요.\"

\"하늘나라에서도 우릴 지켜 주실거지요? 아빠~\"

.................

 

저녁에 돌아 온 남편이 잠을 청하면서  그랬다.

\"난 말이야...내 장기를 당신에게 줬을 때 당신이 살아난다면

 난 내 생명을 당신 위해 줄 수 있어 .정말이야...\"

농담이 아니란 걸 안다.

늘 이 남자는 이러면서 살았으니까...

오늘 형수의 장례식에 다녀오더니 더 그러한가보다.

삶과 죽음의 문제가 어디 우리들 손으로 될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

눈물겹도록 감격하려는 순간 남편이

\"당신은????\"

난 잔뜩 목소리 깔고 그랬지.

\"나도..그럴 수 있어. 내가 죽고 당신이 산다면 그럴거야.

 그럴 수 있어.\"

난 진심으로 대답했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하는 한마디~~!!

\"틀렸어..당신은 못 그럴거야.

 당신은 더 살아서 애들 돌봐 줘야 하고

 애들 걱정되서라도 못 거럴거야.

 내가 원하지도 않고....

 나 대신 살아서 내가 못 산거 다 살다 와야 해.

 왜냐하면 당신은 나 때문에 고생을 너무 많이 했거든....

 당신은 나 따라오지마. 오래오래 살다가 와~~\"

 그럼 왜 물었냐고~~ㅎㅎㅎㅎ

그냥 내 맘 떠 보려고?

잔인하기는....

 

그러면서 남편은 날 가만히...그러나 힘주어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