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수기-21 말 많고 탈 많았던 인테리어
딸은 레스토랑 이곳저곳 사진을 찍었다.
컴퓨터에 입력하더니 전혀 다른 분위기의 레스토랑 사진으로 바꾸어 보여준다.
조명과 페인트 색깔을 바꾼 것이라는데 같은 레스토랑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의 변신이다.
아들이 했던 인테리어는 흰색과 검정색을 주로 사용하고 엑센트로 빨강을 약간 사용해서 마치 교복을 입은 단정한 여학생 같았다면 딸이 컴퓨터 시믈레이션을 통해 보여주는 레스토랑은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곱게 화장하고 화려한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여인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은 바닷물 색에 가까운 녹색으로 반은 붉은 와인 색깔로 페인트를 칠하고, 조명을 낮추고 테이불마다 부분 조명을 하였다.
벽에는 벌거벗은 존레논이 침대에 누운 오노요코에게 키스하는 사진을 녹색 바탕에 검정 실루엣으로 그려넣고, 매화꽃 그림을 겹쳐, 달 밝은 밤 매화나무 가지 사이로 엿보는 듯한 그래서 더욱 로맨틱한 느낌을 주었다.
옆에
세워진 램프스텐드가 시선을 절로 그리로 끈다.딸이 보여주는 인테리어가 맘에 들지만 바꾸려면 모두 돈일텐데… 난감하다.
페인트 칠은 직접하면 되니까 페인트 값만 들면 된단다.
그럼 한번 해 보자.
어차피 장사도 잘 안되는데 며칠 식당 문을 닫고 변신을 시도하기로 했다.
딸이 선택한 페인트를 벽에도 칠하고 천정에도 칠하고 에어컨 바람통에도 칠하고…딸이랑 딸친구 제니퍼랑 에드워드랑 갓 먹물이 든 사람들은 손보다 입이 바쁘고, 나랑 남편처럼 나이들어 먹물효과가 흐려진 사람들은 입보다 손이 바쁘고, 먹물 맛을 그닥 본 적이 없는 호세는 입 꾹 다물고 열심히 손만 놀려 드디어 페인트 칠이 완성되었다.
벌거벗은 존레논과 침대에 누운 오노요코가 키스하는 사진도 벽에 그려넣었다.
잘한 짓인지 나도 확신이 없는데, 세상에 이렇게 강렬한 색깔을 쓴 요란한 레스토랑이 어디 있느냐고 남편이 화를 낸다.
내가 봐도 색이 좀 강한 것 같기도 하고 술집 분위기 같기도 하다.
그 일로 딸과 남편 사이에 한바탕 폭풍이 불었다.
아들을 내친 일로 그렇잖아도 마음이 아픈데…딸까지 내쳐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폭풍이 잠잠해지고 딸은 잡지에서 오린 그림, 자기가 찍은 사진, 담배 포장지까지 별의별 것을 다 중고품 가게에서 구한 갖가지 모양과 크기의 액자에 넣어 유리 창틀에 세워두었다.
나름대로 고민해서 선택한 것들인 모양인데 난 봐도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고 하나하나가 좀 특이한 것들이라 눈길을 끄는 것은 분명하다. 식당에 앉아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