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수기-16 나의 보물, 호세.
요리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캔디스는 부지런했다.
지나치게 깔끔해서 일이 느리긴 했어도 그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 남자친구 이야기도 하고 내 하소연도 들어주고 제법 죽이 잘 맞았는데, 마음으로 살짝 의지하고 있었는데… 간다고 하였다.
붙잡아도 뿌리치고 간다고 하였다.
부엌에서 일할 사람을 여기저기 수소문하였다.
거래를 하던 한국 식품점에서 일하는 남미 사람이 자기 친구를 우리 가게로 보낸다고 하였다.
거무틱틱한 얼굴에 남루한 옷차림, 누런 금니로 된 앞이빨을 가진 삼십대 남자는 첫인상이 썩 맘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손과 발을 동원한 의사소통으로 간신히 이름이 호세인 것은 알았지만,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고 하니 어찌 의사소통을 하고 같이 일을 하나…
하지만 영어 잘하고 반지르르한 사람들에게 설움을 당한 뒤라 기대는 없었지만 두고보자…는 마음으로 일을 해보자고 하였다.
장사가 되지 않던 때라, 값싼 인력이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도 사실은 아니었다.
캔디스보고 가기 전에 일을 좀 가르쳐 주라고 부탁을 하고 나는 지켜만 보았다.
얼마나 가르쳐주고 배웠는지 모르지만 일주일 후 캔디스는 떠났다.
어,… 기대 이상이다.
다른데서 겨우 몇달 일을 한 경험이 있다기에 기대도 안했는데 경력이 십오년이었다는 사람보다 칼질도 훨씬 빠르다.
시키지 않아도 주방기구 청소도 잘하고 냉장고 정리도 잘 한다.
말이 통하지도 않는데 내가 필요한 물건을 옆에서 잘도 알아채고 찾아 대령한다.
말보다 맘이 통하는 일손이 더 빠르다는 것을 알았다.
캔디스처럼 말도 통하고, 요리학교에 다녀서 아는 것도 많은 사람보다 훨 낫다.
말이 안 통해도 어깨 넘어로 배워서, 국수도 삶아 양념해 놓고, 생선도 잘라 양념해 놓고, 월남쌈도 단단하게 잘 싸고, 김밥도 잘 싼다.
말 잘하는 일손들이 몇달을 배워도 못하던 일들이다.
일손이 어찌나 빠른지 내가 설겆이 통에 손을 담글 새가 없다.
처음엔 벙어리처럼 일만 했다.
에드워드를 따라, 아저마…하고 어색하고 멋적어하며 부르기 시작하더니 차츰 발음도 또렷하게, 아줌마…하고 부를 줄도 알게 되었다.
호세의 한국말 실력보다 내 히스패닉 실력이 빠르게 늘었다.
부에노-좋다, 보니또-예쁘다, 라삐도-빠르다, 네스빠시오-느리다, 우나, 도스 뜨레스…-하나,둘,셋…꼬모스따스-안녕하세요, 마모스알라까사-집에 가자, 아스따마냐나-내일 보자, 알고빠라또말으-뭐 마실꺼야…등등
남편과 내가 싸우면 남편보고, 아저씨…노 부에노. ,하고 고개를 살살 흔드는 호세는 내편이다.
낮잠을 잘자는 남편이 자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