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니 7시 쯤 이었다.
책을 볼까 하다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고, 하고 싶은 대로 내 버려두고 싶었다.
책 같은 것은 보고 싶을 때 보고, 영화도 하루에 3편을 보도록 내버려 두
고, 사람도 만나고 싶지 않으면 안 만났다.
솔직히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물론 나는 친구도 없고 이웃도 없고 그런 사람은 더욱 아니다.
정기적인 모임만 3~4개고 지금 당장 전화 해서 약속을 만들 수 있는
비교적 사교적인 사람이다.
문제는, 그런 내가 브레이크에 걸렸다는 것이다.
그것도 30살된 남자애 때문에, 이상한 상상일랑 하지 마시라.
그 이유는 과년한 내 딸, 딸년의 생애 첫번째, 연애도 아니고
뭣도 아닌 일에 엄마와 딸의 합작 생쇼에 얼굴이 달아 오르고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2~3번 만나고 메일 몇번 나눈 사이에
이렇게 마음의 상처를, 그것도 딸도 아닌, 엄마가 방황을 한다면
심리상담가나 정신과 의사가 달라 들어 진단명 몇개 같다 붙일 것 같다.
나도 인정 한다.
내가 붙인 병명 만도 몇개 된다.
어쨋든 그래서 더 부끄럽다.
오늘 외국에 있는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 아무래도 걔가 여자를 좋아 하지 않은 것 같다. 아무리 생각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단 말이야.\"
라고 언니는 말했지만 그것은 아닌 것 같고 ,
어제는, 오후 4시 였다.
아들이 그 시간에 일어 났다.
딸은 오후 2시에 일어 났고,
광복절이라서 , 학원 갈 일도 과외 할 일도 없는 딸아이는 그렇다 치고,
매번 밤과 낮이 바꿔서 사는 아들에게 인지 그 나이에도 부모의 뒷바라
지를 받아야 하는 딸에겐지, 아니면 이미 삶에 탄력을 잃어 버린
중년의 나 때문인지, 서러움이 물밀 듯 올라왔다.
그래서 비장하게 집을 나섯다.
\"나, 서점 갈꺼야.\"
볼 멘듯 남편에게 말하고 집 앞, 교보문고에 가서 책 몇권 뽑아 들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
의자에 앉는 것 보다 훨씬 편하고 견딜만 했다.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언제나 원할때 군중 속에 파묻 힐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오늘은 위로가 된다.
그랬었다.
돌아 오는 길은 훨씬 가벼웠다.
오늘, 생일인 아들에게 화를 낸게 미안해서 문자를 날렸다.
내일 할아버지 생신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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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괜찮은 것 같다.
장식장에 진열된 장미문양의 찻잔이 예뻐 보인다.
찻잔들과 접시들은 금박으로 테두리를 두른 장식장에 곱게 진열 되있다.
우리집, 몇가지 안되는 가구 중에 사치품 이다.
옷 사치가 심 했던 언니가 입다가 싫증 나면 보내 주던
사치 스럽던 옷 처럼 생뚱 맞고 한번도 입어 보지도 못하고 옷장만
장식 하다, 폐기 되던 그런 옷들 처럼, 찻잔들도 장식장에서
남루한 나의 일상을, 일생을 의미 없이 장식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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