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700 명의 수련생들로 해서 발걸음이 풀리고 온 몸의 기능이 제로를 치닫는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중에 해야 하는 여름 수련회는 사람의 모양을 완전.....
머리는 한올이라도 더워 두건으로 올백스타일을 만들었고
땀이 너무 많이 흘러서 스킨조차도 못 바르는 얼굴은 생얼의 잡티투성.
아무리 우아하려해도 아무리 이쁜 척을 하려 해도 도무지 자세가 안 나온다.
잠시도 불 옆을 떠 날 수 없는 주방장의 위치라 긴 목수건과 작은 주머니 손수건을
둘씩이나 들고 다니면서 연신 흐르는 땀을 닦으니 저녁에 일을 마치고 세수를 하면
피부가 벗겨진 느낌이 든다.
폼크린싱도 안 쓰고 옅은 소금물로 자주자주 헹구기만 한다.
땀띠에 목은 점령 당하고 브래지어 선을 따라 붉게 띠를 두른 폼이라니...ㅎㅎㅎ
무급의 봉사자들이 날마다, 때로는 매 끼니마다 바뀌다 보니 잠시 주방을 비우기라도 하면
식자재가 규격을 이탈해서 자유형으로 준비되는 관계로 웬만해선 주방을 비우지 않는다.
계속 바뀌는 사람들이라 매번 식자재의 모양을 메뉴에 따라 다르게 준비하게 해야 하고
주방의 물건들이 어디 있는지 일일이 가르쳐 줘야 한다는게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다.
음식을 하다가도 감자 깍는 칼을 찾아 줘야 하고 화장실 가다가도 파 모양을 가르쳐 줘야
사고가 안 생길 지경이니 일도 일이지만 사람을 상대한다는게 더 큰 일이다.
수련생이 적으면 몰라도 500 명 이상이 되면 솔직히 바쁘다.
점심 한끼만 하는게 아니라 2 박 3 일 동안 세끼니씩을 해야 하니 식사하고 커피 한잔
느~긋하게 마실 시간이 넉넉지 못한게 사실이다.
반제품이 들어 오는게 아니고 처음부터 다 수동작으로 음식준비를 하는 우리집이라
일도 많고 힘은 들지만 애들을 우리 먹거리로 안전하게 준비한다는 자부심은 있다.
식자재 준비에 배식 설겆이를 10 여명의 인원으로 풀타임 일을 하다보니까
봉사자들도 힘이 들고 주방장인 나는 힘이 든다는 말보다 거의 전천후 주방장이 되어야 한다.
지쳐도 안되고 아파도 안되고 드러 누우면 더더군다나 안된다.ㅎㅎㅎ
계속 바뀌는 봉사자들이라 모든게 낯설고 서툰지라 늘 웃으면서 그들을 맞아야 하고
늘 모든 걸 그들에게 친절하게 일러줘야 하고 모든 일을 완벽하게 소화해야 한다.
우왕좌왕 일일 봉사자들을 잘 가르쳐 훌륭한 일꾼으로 만들어서 시간 안에 식사를
내 놔야 하는 나는...........
방학을 하고 기숙사에서 나와 집에서 보충수업을 다니는 아들이 어느 날 밤에
\"엄마~~밥이 없어요.\"
밤 1 시가 다 되어서 학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의 목소리에 비몽사몽 간에 눈을 떴다.
분명 아들의 저녁을 준비해서 식탁 위에 올려 둔 걸로 알고 잤는데?????
아들이 하도 늦게 돌아오니 기다리지도 못하고 엄마는 자고 있고 밥은 없고...
\" 거기~~식탁 위에 불고기랑 같이 밥 없어?\"
낮 동안에 끊임없이 말을 해야 했던 목소리까지 걸~~걸 해져서 자던 잠에
가라앉은 목소리로 밥이 있노라 얘기하는데 그래도 아들이 없는데요??대답한다.
할 수 없이 끄...응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워 주방에 가서 확인을 하는데
정말 밥은 없었다.
띠...웅.....
어찌된 일인가 이게???
분명 밥이랑 고기 반찬을 챙겨서 아들 저녁을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불고기만 덩그렇게 식탁 위에 랩이 씌워져 있고 밥도 다른 반찬도 없었다.
700 명의 다른 집 애들의 밥은 챙겨주고 하나 있는 내 아들의 밥은.............
아무리 생각해도 밥이 왜 없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분명 있어야 할 자리에
밥은 없고 아들은 뜨악한 엄마의 얼굴을 보더니 그냥 라면을 끓여 먹겠단다.
피곤하신데 깨워서 미안하다며 빨리 주무시란다.
엄마가 이래도 되는건가?
정신없이 댕기다가 아들 밥도 어디 두고 올라 왔는지 기억도 없으니.
수련회 기간에는 아들 밥을 따로 하지 않고 주방에서 밥을 챙겨서 올라오는 편인데
오늘은 불고기만 들고 오고 밥이랑 다른 반찬은 어디 뒀는지 까맣게 잊어먹었다.ㅎㅎㅎ
늦게 까지공부하고 돌아온 아들 밥도 못 챙겨주는 엄마가 아들한테 미안해서
\"어쩌니...배 고파서? 뭐 좀 해줄까?\"
정신이 화들짝 돌아와서 아들에게 뭐라도 좀 해 줄까 물어보니 아들은 엄마가 피곤하다며
그냥 주무시란다.
에구..............
이런 엄마가 어딨냐?
혼자서 라면을 끓여먹고 또 안방으로 건너 온 아들이 엄마의 팔다리를 조곤조곤 주무른다.
\"피곤할텐데 건너가서 자~~
오늘 엄마가 많이 미안하다.\"
\"괜찮아요. 엄마가 일부러 그런게 아닌데요 뭘.....
라면만 맛있는 걸로 많이 사 두세요.
늦으면 제가 끓여 먹을께요.\"
기특한 녀석.
착하기도 한 녀석.
저 밥도 못 챙겨주는 엄만데도 서운하다 않고 짜증도 안내고 오히려 엄마를 위로다니...
간난쟁이 때도 앙앙거리며 울지 않더니..........
그 늦은 시간에 30 여 분을 엄마 팔다리를 주물러 주곤 샤워를 하러 가는 착한 아들.
요즘 부쩍 큰 키로 마냥 좋아하는 싱거운 녀석.
아들아~
나쁜 엄마를 용서해라.
널 위한 준비로 엄마가 이렇게 바쁘구나.
700 명의 수련생 밥은 잘 챙기면서 하나 아들의 밥도 못 챙기는 나쁜 엄마지만
700 명의 비중보다 더 큰 사랑으로 널 사랑하는 엄마 맘 알지?
어디 700 명 뿐이겠니?
세상의 모든 애들보다 더 큰 사랑으로 널 사랑한단다.
앞으로도 가끔 깜빡깜빡하더라도 엄마를 사랑 해 줄거지?
아들아~
편두가 부어서 열이 펄~펄 나는 널 두고 푸..푸...잠이 든 엄마를 용서해라.
낮 동안에 너무 많이 걸어다녔었고, 너무 많이 소리를 질렀고 ,넘 많이 땀을 흘렸구나.
네가 돌아오는 시간이 너무 늦다보니 네가 열이 나 아팠는지 네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엄마가 다 알지 못했구나.
어릴 때 부터 엄만 네게 참 많이도 미안했단다.
열감기가 걸린 널 두고 수련회를 하느라 네가 경기가 들고 응급실로 실려 갈 때 까지도
네의 고통을, 통증을 몰라봐서....
경기가 든 널 안고 응급실로 가면서 엄마가 얼마나 울었었는지...............
작은 네 몸이 축 쳐져 있었는데 엄마가 얼마나 미안했고 또 죄스럽던지...........
아들아~
넌 목이 다른 사람들 보다 약하더라.
아프면 제일 먼저 목이 아파오고 목감기 대문에 열이 나고.
어제도 넌 열이 많이 높아서 학원에도 못 가고 수업을 마치고 바로 집으로 왔는데
엄마는 여전히 주방을 지켜해 했으니.
늦은 밤에 너의 신음 소리를 듣고 네 방을 들여다 봤고 물수건을 손수 머리에 올리고 자던 너.
그제서야 엄마는 물수건을 바꿔주고 해열제를 챙겨 먹인 야속한 엄마였구나.
어릴 때 부터 엄마의 손길이 제 때에 못 미친 너는 혼자서 잘 이기곤 했었단다.
많이 섭섭했을거야.
그래도 어쩌니...
엄마가 보통의 엄마처럼 살아지는게 아니라서.
조금만 참자 아들아~
지금까지도 잘 했으니(속으로는 아프지?엄마 다 알아.) 조금만 더 이렇게 섭섭해하자.
네와 작은누나의 대학공부까지만.
엄마도 가끔은 진짜로 쉬고 싶단다.
수술한 허리도 아파오고 테니스엘보라 알았던 팔도 그게 아닌가 보다.
많이 아파.
그래도 엄마 조금만 더 참을래.
사람은 다 나름데로의 계획이 있고 계산이 있단다.
당장 그만둔다고 뭐가 되는건 아니니 우리 참는 일이니 조금만 더 참자꾸나.
각자의 건강을 잘 지켜서 아프지 말고..........
특히 열 나지 않게 알았지 아들?
나쁜엄마가 더 나쁜엄마가 안되게 아들 ? 건강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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