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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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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BY 바늘 2008-06-26

아니 이게 왠 호사런가?

7년 늦깍이 직장 생활에 평일에 연달아 사흘을 쉬게 되었다.

 

회사 전체가 쉬는것은 아니고 우리팀에서 진행하는 업무 특성상 사정이 생겨 생각지도 않은

휴가를 받고 무척이나 어리둥절하였다.

 

요즘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중인데 와중에 휴가라니?

 

아무튼 개인적 사정이 그렇더라도 혼자 맹숭하게 출근하기도 그러하여 정스런 후배 몇몇과

어울려  휴무 첫날인 어제 바닷가로 갑작스런 번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유명 화장품 회사에 장기 근속하다 이직한 후배 H 

차분한 성격따라 운전 또한 어찌 그리 찬찬하게 잘하는지 왕복 여행길이 너무 편안하였다.

 

늘 환하게 웃는 미소가 아름다운 후배 W

행복이 넘치는 명랑한 가정에 중학교 3학년 아들 아이를 늘 신경써가며 씩씩하게

키우는 애교쟁이 엄마다

 

백화점 팀장으로 근속했던 이력이 화려한 45세의 미혼의 아름다운 Y

요리면 요리 뭐든 척척인 요조 숙녀인데 세상 남자는 다 무엇을 하는지 그렇게 괜찮은

아가씨를 못 알아 보고 40을 훌쩍 넘기게 하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날 친구로 지내던 동료들은 이미 타 직장으로 이직을 하여 떠났고 이제 곁에는

내가 부를 선배 언니는 없고 늘 언니 불리움을 받는 위치에 나 홀로 서있게 되었다.

 

어제 사랑스런 후배 셋과  떠난  번개 여행의 목적지는

 

바로 위에 끝으로 소개한  미혼인 Y의 친언니가 운영하는 서산 대호 방조제 부근의

횟집이었는데 서해 대교를 지나 시골길을 구비구비 돌아 삼거리에서 잠시 방향을

잃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지체없이 목적지에 점심 때 맞춰 무사히

도착하였다.

 

서울에서 동생이 다니는 회사에 동료들이 내려가자  Y의 언니는 너무도 반갑게

환대를 해주었다.

 

자연산 싱싱한 가리비 조개를 수족관에서 꺼네어 프라스틱 바구니에 가득 담아

오더니 번개탄을 피워 철망 석쇠에 올려 구워주는데 그 맛이 얼마나 달큰하고

싱싱하던지...

 

양식이 아닌 자연산 아나고를 회로만 먹는줄 알았더니 배를 갈라 반으로 펼쳐

왕소금을 뿌려 구이로 굽는데 그 하얀 속살이 어찌나 포근 포근 황홀하던지

지금 다시 생각해도 침이 꿀걱인다.

 

꼬들 꼬들 싱싱한 해삼,하얀 거품을 얹은 시원한 맥주, 살다보니 예상치 못한 평일

휴가에 마음도 몸도 분에 넘치게 호강을 하게 되었다.

 

썰물이라 바닷물이 빠져나간 바닷가 저멀리 작은 배들이 평화롭게 떠있고

횟집 마당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서있는 소나무 사이로 시원한 바다 바람이

나무 가지를 흔들고 지나갔다

 

도심의 탁한 공기속에 쪄들고 하루종일 사무실 에어컨 찬 바람에 익숙하던  일상에서 

천연 바람과 바다 갈매기 울음 소리는 일순간 청아한 노래로 다가와 주었다.

 

 

마당 한켠 수십개의  장독이 인위적인 아닌 자연 그대로 먼지 쌓여 있었는데

그런 모습 마져도 그대로 그림으로 보여졌다

 

후배들과 나는 모두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와~~~~~

 

너무 너무 좋다~

 

쉴 사이 없이 터져 나오는 감탄사~

 

연이은 환호성과 감탄은 어쩌면 그간 너무도 답답한 직장 생활속에 허우적 거리며

휴식에 목 말라하던 갈증에서  해갈의 기쁨을 맛보며 행복해 하는 비명은 아니었을까?

 

적당하게 익은 열무 김치와 묵은지를 곁들여 먹는 해물 칼국수도 일미였고

 

가리비 구이도 좋았지만 시골 토종 돼지 삼겹살 구이도  꼭 먹고 가야 한다며

부른 배 꺼질 틈도 없이 구워 올리는데 우리 모두는 더 이상 배불러 못먹는다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어느사이 돼지 비게마져도 쫀득 거린다면서 그 맛에 홀랑 빠져

열심히 젓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바닷가로 내려가 바위를 들쳐가며 작은 게도 잡아보고 고동도 줍고 해초도 따면서

예상치 못했던 평일 번개 여행을 맞아 행복해 하였다

 

로또 대박 행운의 기쁨이 구체적으로 어떤것인지 몰라도

어제 직장 후배들과 떠난 여행은 복권에 당첨된듯 아니 그 이상 기분 좋은 하루였었다.   

 

바닷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