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큰애는 춘천에 있는 학교생활을 마감하는 짐을 챙기러 간다고
일찍 일어나 거울 앞에서 치장을 하고 있었다.
가능하면 생얼로 다니는 아이라 오늘도 기초화장품만 바르고 칼라로션 정도로
마무리를 하는데 가만히 옆에서 보니까 깊은 상처가 눈에 \"확\" 들어와
속이 상했다.
큰애가 유치원에도 다니기 전에 시아버님의 환갑 날.
부산 시댁에서 둘째가 어리니 내가 데리고 잔치음식을 분주히 준비하고 있는데
2층에서 동네 아이가 비명을 지르면서 뛰어내려와 내게 이른다.
\"아줌마! 아줌마! 저기요....피가 나요. 아줌마 딸이요.....\"
순간 둘째의 손을 놓고 하던 음식도 놔 둔체 2층으로 뛰는데 벌써 가슴은 콩닥콩닥.
애들이 논다고 여자애들만 올라갔는데 이 무슨....
2층에 올라가 보니 우리 큰애는 피가 나는 뺨을 붙들고 있고 큰동서 애는 더 할퀴
려고 손톱을 세워서 우리 애를 행해 손을 뻩치고, 안 다치려고 우리애는 얼굴을
뒤로 젖히고 울지도 못하고 벌~겋게 상기만 되어 있는게 아닌가?
\"왜 그래? 예쁘게 놀지 ....아니? 이 피 좀 봐? 왜 그랬어? 언니가?\"
난 피가 나는 우리 애만 데리고 내려 오고 동서 애를 나무랄 정신도 없었다.
생각보다 깊이 패인 얼굴에서는 피가 흐르고 놀란 우리 애는 울 생각도 못하고
그저 얼굴색만 당황한 눈치다.
약을 찾을 정신도 없고 손톱으로 할퀸 자리는 상처가 꼭 남는다는 말만 기억에서
확대되어 내가 더 울상이었다.
우리 애를 데리고 내려와서 언니한테 왜 그랬냐고 물으니 아무 일도 안했는데
언니가 와락 달려들어서 얼굴을 할퀸거라고 자기는 모르겠단다.
왜 언니가 그랬는지를....
뒤 따라 내려온 동네 언니뻘 되는 애의 말을 빌리자면 자기네 끼리 2층에서 노는데
동서애가 특별한 이유없이 갑자기 달려들어 우리애를 그 지경으로 만들었단다.
애들 말이라 뭐가 정답인지를 모르고 애만 진정시키고 있는데 2층에서 악을 쓰는
소리가 온 동네를 울리는게 아닌가 !
어머님이 놀라서 올라가 보시는데 나를 뒤 따라 올라온 동서가 우리 애의 상처는
어떤지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 딸을 야단을 지나치게 심하게 하고 아이를 때리고
있단다.
다친애를 위로하는게 아니고 때린 자기애를 야단만 치고 있으니.....
시아버님 환갑날에 이 무슨 행패냐고 큰댁 어머님이 야단을 치셔도 막무가내.
결국 아버님까지 야단치시고 나는 우리애 입만 자꾸 막았다.
울지 말라고, 참으라고.
손님은 오시고 아이 뺨에서는 피가 흐르고 동서는 그 길로 애를 데리고 어디로 휑~
하루종일 모습이 사라지고 온 종일을 혼자서 손님접대를 다 하고 설겆이까지
하고 나니 온 몸이 천근만근.
늦은 밤에 잠든 아이 얼굴을 보니 누가 발랐는지 이상한 연고는 발라져 있는데
진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아버님 환갑을 정신없이 보내고 세월이 흐르면서 아이는 크고 상처도
아물었거니 했던게 웬걸????
상처가 더 크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얼굴이 커지면서 상처도 넓게 자리를 잡은게 아닌가?
내가 속이 상해서 뭐라뭐라 하니까 딸애는 그때나 지금이나 괜찮단다.
쑥떡 같으니라고....
화장을해도 덮이지도 않고 밭고랑처럼 눈에 남구마는....
그 때 그 동서는 그 후로 여러번의 이혼위기를 겪으면서 결국 아주버님과 이혼하고
아주버님은 재혼을 하시고 동서는 애들과 산다고 들었다.
이혼하기 전에도 단 한번도 우리애의 상처에 대해서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들어보질 못했다.
환갑잔치를 그렇게 엉망으로 만든 장본인이 어른들게도 죄송하단 말은 하지도
않고 그러다가 결국은 우리집 가족에서 열외를 하고야 말았다.
명절에도 음식장만이 우선이 아니고 화장이 먼저였던 동서.
기차표를 예매하지 못해서 시댁에 못 오겠다던 동서.
부산에서 일하시던 아주버님을 명절 전날에 서울까지 올라오게 해서 자기를 모시고
시댁에 가라던 동서.
상식을 모르는체 알고도 전혀 남의 일처럼 일관하던 동서.
지금은 어디에서 가정을 꾸미고 있는지 모르는 일이지만 결코 좋은 동서는 아니
었던 기억만 남아있다.
첫 대면에서 시부모님은 음식을 달게 안 먹던 동서를 이쁘게 못 봤다고 하셨다.
젓가락으로 수를 세듯이 먹던 동서가 안 좋아보였다고....
음식을 복스럽게 먹는 사람이 인정도 많고 일도 잘하고 사람이 두루 좋다시면서
음식을 복스럽게 먹어야 한다고 하셨다.
게걸스럽게가 아니고 복스럽게 옴싹옴싹.
큰애의 얼굴에 남아있는 상처가 아~주 오래된 옛날 기억을 퍼 올리게 한다.
지금이나 그 때나 큰애는 무던하고 무덤덤.
그 땐 애들 싸움이 어른싸움이 될까봐도 두려웠지만 서열 상 내가 아랫동서라
감히 형님한테 따질 일도 못되고 이래저래 속만 상했는데 오늘에사 큰애의
얼굴을 보니 다시금 속이 상한다.
그때보다 더 많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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