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잘 수가 없다.
잠이 오질 않는다.
느긋하게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 할 수가 없다.
그냥 웃음이 흐르고 머리가 이상해진 사람처럼 실~실 웃음이 흐른다.
낮에 막내가 중학교를 졸업해도 수련회 때문에 가지를 못하고
주방에서 열심히 봉사자들과 점심 준비를 하고 있는데
부산에 출장을 갔던 남편한테서 전화가 왔다.
\"막내~~졸업식에서 장학금 탔다고 문자 왔었어. 축하전화 좀 해 줘요.\"
밝은 남편의 목소리.
아무리 바빠도 당근 전화를 했다.
주방의 여러가지 소음을 타고 아들의 목소리를 골라 듣는데
\"아들?
엄마 기분이 많이 좋아.
축하하고 나중에 집에서 만나자.
장하다 우리 막내.\"
\"감사합니다. 엄마.
아침까지도 몰랐는데 흐흐흐흐흐...
나중에 뵐께요.\"
장학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학교생활을 모범적으로 했고
학교에서 인정받는 생활을 했다는게 대견했다.
챙겨주지도 못했고 수련회 중에는 굶겨서 보내기가 다반사.
남의 자식 수 백 명씩은 책임을 지는 엄마가 정작 하나 있는 아들의 식사는
돌 봐 줄 형편이 못되니..........
새벽 5시에 주방에 내려오면 잠자는 아들을 두고 내려와야 하고
등교시간 때는 한창 배식시간이라 이것 저것 챙겨주다보면 등교시간을
훌쩍 넘기고야 만다.
수련생 식사를 챙기다 보면 언제 아들 등교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기가 일쑤고
우유나 한잔 먹고 가라고 해도 아침잠 많은 녀석은 부랴부랴 양치질 하고
교복 챙기기도 바빠서 손에 들고 뛰어가더니.....
아들이 고맙고 고맙다.
저녁.......
큰 딸은 오늘 웨딩촬영을 마치고 무슨 연예인 같이 해서 들어왔다.
분장을 해서 그런가 내 딸이지만 너무나도 이뻤다.
쌍꺼풀은 원래가 곱고 이쁜데 콧날도 화장술로 오똑하게 세우고
얼굴면적도 작아보이게 메이컵을 해 놓으니 낯선 애가 오는 줄 알았다.
어제 한복을 찾을 때도 혼자 보내고
사부인이 애들 대동하시고
오늘 웨딩촬영도 혼자 보냈는데
속눈썹을 길~게 붙은 딸은 진짜 이뻤다.
내 딸이지만 어째 요렇게 달라 보이냐?
웨딩샵에서 새로 내려온 이쁜 드레스 입고 사진도 많이 찍고
아는 사모님께서 특별히 예약해준 곳이라 직원들의 배려도 남달랐고
좋은 옷도 많이 내 줘서 흡족하게 촬영을 마친 것 같다.
2월 마지막 주에 춘계방학 초등부 수련회를 마치면 본격적인 혼수마련을
해야겠다.
늦은 밤.....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신입생 특별강좌에 간 둘째가 아직 소식이 없다.
오늘이 연세대 추가 발표일인데......
남편이 막내더러 누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쳐서 확인 해 보란다.
내 노트븍에서 띠띠띠....타다닥.....
\"아빠 !!!!!
작은 누나 연대 합격이예요.
추가 합격자 명단에 작은 누나 학교와 이름이 떠요.
우~와 작은 누나 대박이다.\"
\"아니 아니 정말?
다시 보자. 어디 작은 누나 이름 있는데?\"
\"여기 이름하고 출신학교 수험번호. 맞죠?\"
\"하나님 감사합니다.진짜로 감사합니다.기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기분이 좋다는게 이런건가?
넓은 거실을 뺑뺑이를 돌았다.
온 가족이 다 웃어도 그냥 마구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얼마나 힘들게 고3을 보낸 아인데
마음고생을 다른 아이의 몇배나 하면서 고3 때 전학시키고
윽박지르면서도 마음은 아파서 달래며 고3을 보내게 한 아인데
기숙학교의 어려움을 튀는 성격 때문에 혼자서 힘들게 힘들게 이긴 아인데
그저 고맙고 감사해서 중언부언 뛰면서 기도하고 돌면서 아이 이름을 불렀다.
본인은 서울에서 내려 오는 기차 안이라 확인을 못하고 있다가
막내가 한 전화에 딸도 못믿어하는 눈치.
둘째야 고맙다.
과외 한번 안시키고
혼자서 자존심을 걸고 끝까지 버텨줘서.
전학을 하고 내가 일일이 챙겨주지도 못하고
야식도 한번 제대로 들여보내주지 못한 엄마라
전학하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과일을 택배로 학교에 보내면서
편지에는
\"네가 가는 길이 역사가 되게 하라\"
는 글은 적어 보냈다.
둘째는 졸업앨범에 좌우명란에 그 글을 적었다고 했다.
아컴 초기에 적었던 고3 엄마의 기도란 글도 야자실에 붙혀두고 매일 읽었
노라고 했었다.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면서 둘째는 기필코 서울의 명문사립대에 갈테니
학비를 꼭 좀 대 주라고 애원했었다.
졸업 후에 몇 배로 갚아주겠노라면서.....ㅎㅎㅎㅎ
한국외국어대에 등록을 하면서 농협에서 저 이름으로 대출을 했었다.
만약에 연세대가 되면 연세대로 옮기지만 그냥 외대에 있더라도
자기 등록금은 나중에 스스로 책임져라는 뜻에서.
남편이랑은 우리가 해결할 일로 얘기가 되었지만 딸의 긴장감을
늦출 수 없어서 입학과 동시에 550만원의 국가적인 빚쟁이로 만들어 놨었다.
지금도 열차 안에서 자신의 눈으로 확인 못한 사실에 긴가민가 할 둘째가
빨리 보고싶다.
한꺼번에 이렇게나 많이 기뻐도 될까?
잠은 이미 저~~멀리로 달아나고 온 집안에 불이란 불은 다 밝혀두고
요렇게 느림보지만 아컴에 푼수를 떤다.
이해하소서.
아줌마의 기본 푼수를 참지 못해서.....
아무리 그래도 좋은걸 어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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