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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35

몰라봐서 미안하다..


BY 올리비아 2008-01-14

 

어릴 적 여름방학이 되면 엄마는

시골 외가집으로 나와 동생을 보내곤 하였다.


버스를 타고 비포장 도로를 한 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마을은 마치 동화책속에 나오는 시골마을 같았다.


그곳엔 또래 사촌들이 참  많았는데

그들 중 가장 친하게 지낸 아이의 이름은 영권이...


“비아야~내가 너보다  생일이 더 빠르니깐 나한테 오빠라고 불러라~”

“뭐?..어디서 감히 중3짜리가 고1누나한테...내가 누나다~.“


영권이는 나와 같은 나이었지만 나보다 한 학년 아래였고..


난 생일이 6월임에도 불구하고 7살에 학교를 갔기에

학년은 내가 한 학년 위였던 것이다.


우린 그렇게 서로 만나기만 하면

학년과 생일을 따지며 오빠동생을 서로 강요하면서

철부지 어린 시절을 보내곤 하였다..


어느덧 세월이 흐르고 성인이 된 우린

집안 행사 때 간혹 스쳐 지나간 것도 같았지만

까맣게 잊고 지내기를 25년..


그러던 어느 날 친척어른의 장례식을 가게 되었다..


대전에 사는 동생들도 서울로 올라오고

장례식장에서 모처럼 만난 친척들과의 만남에

짧은 이야기를 나누곤 막 일어서려는데 .....순간..

 

누군가가 반갑게 우리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모습으로 봐선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남자.


누구지? ..

머리는 백발에.. 작은 키의 뚱뚱한 몸을 한 그 남자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에 없다.


그런데 동생은 그 사람과 함께

반갑게 인사를 서로 주고 받더니만 순간 내게  묻는다.


“언니.. 영권이 오빠야 ..몰라? ...”

“^^;...........”

 

외갓집 식구들은 모두 권자 돌림이다.

일권, 경권,승권, 창권, 동권,영권..

그 많은 권중에 영권이라....


모른다고 하자니.. 게름칙하고..

아는척 하자니... 아는게 없고..

진퇴양난이 바로 이를 두고 한말일 게다..


눈만 크게 뜨고 알듯 말듯한 표정으로

어색한 미소를 짓자..그 사람이 먼저 말을 건넨다..


“야! 내가 니 오빠염마~”


난 속으로 말했다..

\'그럼요....충분히 오빠이구 말구유..

근디 당최 어느 계열의 오빠인지...

힌트를 조메 더 주던지...아 답답.....

분명 가까운 사이였던건 같은디.. \'


난 끝내 기억을 못 끄집어 내고는... 

일단 오빠라는 말에 두손 모으고 공손하게 인사를 하였다....


“아네~ 안녕하세요....”

“-,-;;;.............”


나의 정중한 인사에 그 친구 순간

실망스런 표정이 스쳐 지나가는 듯 했다..


마침 일어서던 길이었기에 난 다시 

그 오빠라는 사람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를 다시 건넸다..


“그럼... 이야기 나누다 가세요...^^”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 확인사살이다..ㅠ,ㅠ)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동생이

문득  좀 전의 일이 생각났던지 내게 묻는다.


“참! 아까말야.. 언니 정말 영권이 오빠 몰라?”

“응.. 모르겠는데..그 오빠 누구야?..”


“어..이상하다....예전에 언니랑 그 오빠랑 디게 친하게 지냈었는데...

 우리 어릴때 시골에 놀러가면 영권이오빠하고 언니하고

서로 오빠라고 하고 누나라고 하고 막 그랬잖아...“


“뭐...셔......아니.. 그럼.. 걔가...바로... 걔란 말이야......”

 

“그래..언니 몰라 봤구나? ..왠일이니...어쩐지 이상하더라....

영권이 오빠는 언니 알아보고 반가워서 자기가 오빠라고 농담하는데

언니가 너무 정색하면서 인사하니깐 되게 당황하는 눈치더만...“


세상에...이럴 수가......

 

영권아~나도 늙었지만 ..너 왜케  변한거냐..

그 예전 모습은 모두 어디로 가고 ....

에구임마.. 염색이라도 하지...

참으로 세월유감이구나....


그나저나 그 친군 오래간만에

날 만나 반가운 마음에 예전생각을 하며

내게 오빠라는 농담으로 인사를 건넸건만...


난 그것도 모르고...

집안 최고 어르신 만난거 마냥

인사만 꾸벅 하고 나와 버렸으니 ..

이런 황당하고 서글픈 일이...--;;;


아무리 외모가 변했다 해도 그렇지..

이름 석 자 정도는 기억해 낼 수 있는 일이건만..


에고...이게 다 나뭇꾼 만나 애셋 낳아서 이리 된겨..흐흑~


객관식 문제다.

아래 물음에 답하시오.

 

문제] 장례식장에서 만난 영권과 비아.

오빠라는 말에 정중하게 인사하는 비아의 모습을 보고

영권이는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1. 야가 나이를 먹더니 철들었나..

2. 쟤 ..어떻게 된 거 아녀..

3. 날 몰라 보는군..

4. 진짜 오빠로 인정하고 굴복?했다... **;

 

최악의 답은 4번이다..ㅠㅠ;


에휴...그나저나 이 웃지 못 할 오해를

하루빨리 풀 수 있는 기회가 와야 할텐데....


내 그때가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만나면

그땐 반갑게 큰소리로 꼭 말해 줄란다.


“영권아!! ....미안하다 ..사죄한다.~~

그런데고말이다~ 아직도 너가 잘 모르는 게 하나 있는디 말여.

 내가 너 누나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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