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동네는 부자들이 사는 곳은 아니다.
중산충이 사는 곳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그보다는 조금 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흑인, 백인, 히스패닉, 그리고 우리 같은 동양사람이 뒤섞여 사는 곳이다.
가난한 사람이 사는 동네는 보통 지저분하고 뜰 관리도 엉망인데 이곳은 집값에 비하면 동네가 깨꿋한 편이다.
지난 가을 우리가 집을 사기로 결정한 가장 커다란 이유이기도 하였지만...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살면서 이해되었다.
부자동네에나 있는 이웃사람들끼리의 모임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모임이 있는 곳은 매달 혹은 매년 회비를 내던데 그런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으랴... 어제 우리 집으로 편지가 하나 왔다.
우리 동네가 오스틴에서 첫 푸른 마을로 선정이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더 아름답게 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니까 기부를 하라고...
속으로 난 1000불 쯤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읽어보니 100불, 50불, 25불 중 하나를 고르란다.
어떻게 우리집 짠돌이를 설득해야 하나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여보, 동네 입구를 예쁘게 하기 위해 기부금을 받는다는데 우리도 동네에 살면 참여해야하는 것 아니야? \"
\"그럼, 해야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아니 짠돌이 인줄만 알았던 남편이 선선히 그런 대답을 하다니...
\"백불, 오십불, 이십오불이 있다는데 우린 얼마를 할까?\"
\"이십오불만 해...사람이 자기 분수를 알아야지...\"
남편의 말 속에 금방 불편한 심기가 느껴진다.
\'에구, 그러면 그렇지... 어쩐지 이상하더라...\'
예전 같으면 입 밖으로 내서 한바탕 부부싸움을 할 일이지만 나도 이제 조금 현명해져서 이것은 속으로 혼자 생각하고 말았다.
사람이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한다는 말에는 나도 정말 동감하고 공감한다.
어떤 것이 자기 분수인가 하는 부분에서 생각이 다르다는데 문제가 있다.
기아선상에 헤매는 아프리카 사람을 돕자든지, 아니면 한국의 소년소녀가장을 돕자든지, 수재의연금을 내자든지, 언제나 남편의 대답은 아직 우리는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이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우리가 무슨 재벌인 줄 아느냐고...
그런 남편과 살면서 알았다.
사람의 분수는 객관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고...
우리가 식당을 하는 곳은 홈리스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다.
가진 것이 적은 그들이지만 기꺼이 나누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남의 것을 등쳐먹는 모습도 흔히 보인다.
사람은 자기 분수대로 사는 모양이다.
홈리스가 되어도 자기 분수는 재벌인 사람이 있고 재벌이어도 홈리스인 사람도 있고, 대통령이 되어도 깡패인 사람이 있고, 누구나 깡패로 알고 있어도 성인군자인 사람도 있고...
오늘 나는 슬프다.
내 분수대로 살지 못해서 슬프다.
사람이 자기 분수대로 살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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