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가면 브랜드마다 쌈장을 진열해놓고 있는 걸 보게 됩니다. 상추나 유기농 채소라고 비싸게 파는 야채를 사다가 삼겹살 몇 점하고 쌈장 조금 덜어서 주면 아무소리 않고 먹던 사람이 며칠 전부터 쌈장을 볶아달라고 강한 주문을 합니다. 며칠을 미루다가 오늘 저녁은 조금 일찍 들어왔길래 오면서 쌈장을 만들어야 겠다는 마음을 굳히고 들어왔습니다. 오자마자 냉동실에 있는 소고기 부스러기 한주먹 꺼내서 냄비에다 끓이면서 국물을 냈습니다. 끓는 사이 양파 한개를 다져놓고 늙은이 뱃가죽같은 사과 한 개가 베란다에서 뒹글러다니기에 깍아서 한 쪽은 입에다 넣고 나머지 세쪽은 다져 놓았습니다. 마늘도 한 웅큼 꺼내서 거칠게 다지고 청양 고추는 쫑쫑쫑 썰어놓았습니다. 대충 소고기 국물이 자작해지길래 고기는 꺼내서 다 부셔놓았습니다. 자 이제 양념거리는 더 이상은 우리집에 없습니다. 쌈장 과 사온 된장을 일대일 같은 양으로 넣고 고추장도 대충 넣습니다. 사실 집 된장을 넣을까 하다가 고것이 귀한고로 그냥 사온 된장으로 해결했습니다. 소고기 국물에다 갖은 장들을 부글부글 끓이는데 가스불을 쎄게 놓으면 된장이 끓으면서 퍽퍽 튀어서 화상입기 딱 좋습니다. 끈기를 가지고 작은 불로 한 없이 저어 주면서 양파도 넣고 마늘도 넣고 고추도 넣었는데 마지막 다져놓은 사과가 마음에 걸립니다. 눈매 입매가 필요악으로 예민한 이 남자한테 걸려서 사과는 왜 넣었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을거 같아 그냥 안전 빵으로 사과는 넣지말까 하다가 초고추장 만드는데는 온갖 과일이 들어가는데 쌈장이라고 못 넣을게 어딨냐 싶어 무대포 정신으로다가 도마위에 있던 자잘한 사과 를 넣고 저었습니다. 쌈장 하니.. 과거 생각이 마구마구 납니다. 시집와서 보니 하루도 고기가 안 올라가는 날이 없습니다. 그때 나물 반찬하기보다는 고기 반찬이 훨씬 쉽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삼겹살 이나 고추장 돼지 불고기 을 해놓고 양념으로 된장이나 고추장을 번갈아 놓았지만 짜기만하고 별 맛은 없습니다. 그래서 궁리한것이 멸치국물을 내가지고 된장을 끓이고보니 너무 멀떡한것이 건더기는 없고 쌈장이 아니고 되직한 찌개 같은 겁니다. 그래서 제철에 나는 야채를 넣어봤습니다. 양파나 마늘 고추 파... 이런 것들을 대중없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다른 것을 더 집어 넣어주면서 끓였더니 짜지 않고 맛 있다면서 아주 호흥이 열렬했습니다. 다음엔 많이 해서 냉장고에 보관하는 수준까지 머리가 돌아갔습니다. 옆집 고기먹는 날은 우리집에서 꼭 지진 된장을 얻으러 옵니다. 자기가 하면 맛이 없는데 얻어다 먹으니 너무 맛있다는데.. 그 얌체 아줌마 지금도 그리 살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하여간 이 쌈장을 개발하고는 엄청 흐믓해하면서 나름 자부심으로 무장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집만 이렇게 해 먹은것이 아니라 다른 집들도 비슷하게 쌈장을 만들어 먹었다 하더라구요. 그래도 들어보지도 먹어보지도 않은 쌈장을 순수 개발의지를 가지고 만들어 먹은것이 신통하지 않습니까? 늦은 시간이라 저녘을 먹고 왔으려니 했더니 아직 안 먹었다면서 밥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아들 온다기에 평소에 사는 거시기한 고기말고 제일 비싸보이는 삼겸살로 조금 샀습니다. 그 중에서 몇 조각 떼어서 구워주고 상추와 고추,마늘 몇개 놓고서 아까 끓인 쌈장을 떠 주었습니다. 상추에 쌈장을 넣는 순간 긴장했습니다. 아까 넣은 사과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상추가 들어가는 순간에서 부터 아작아작 씹는 소리, 그리고 꿀꺽 하고 나서도 아무 소리가 없습니다. 맨 상추로 쌈장을 찍어 먹기도 하고 마늘도 푹푹 찍어 먹습니다. 밥상머리에 붙어 앉아 쌈장 홍보에 들어갑니다. \"이건 옛날에 먹던 쌈장하고는 질이 달라. 우선 멸치국물이 아니고 순수 한우 양지머리 국물에다가 씹히는거.. 그거 다 고기야. 그리고 마늘도 슈퍼에서 사온 마늘이 아니고 아까 시장가서 의성 육쪽마늘 사다가 물에 불리지도 않고 깐 마늘 다져 넣었잖아. 그리고 청양고추 .. 없어서 일부러 사러 내려갔다 왔다니깐~\" 사실 한 마디 더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알면 병이고 모르면 약이라고.. 잘 먹는걸 사과 넣었다고 했다가 괜한 트집 잡힐게 무에 있습니까? 그런데 쌈장에 사과 넣으면 안 되나요? 먹어보니 맛은 괘안튼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