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은 슬그머니 전화기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저 사람, 진짜 바람난 거 아니야?\'
벌써 사흘 전의 일이었어요.
함께 텔레비전을 보던 아내가 제 눈치를 슬쩍 보더니,
전화기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화장실에서 전화기 버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당신 거기서 뭐해?\"
\"어? 어어... 아니야.\"
집사람의 목소리에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죠.
\"같이 있다가 슬그머니 사라진다. 밤에 몰래 전화를 한다.
평소와는 다르게 다정하게 군다...\"
이럴 때 한번쯤 의심을 해줘야해. 그게 바로 바람기의 초기 증상이거든.\"
전에 친구가 하던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곰곰 생각해 보니,
최근 들어 집사람 행동이 영 어색할 때가 많았어요.
같이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안절부절 못하는가 하면,
최근엔 유난히 다정하게 굴던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가슴이 벌렁벌렁 뛰었어요.
\'그래, 내 가정은 내가 지켜야지. 일단 누군지 확인이나 해보자.\'
전화기를 들고, 이번엔 내가 몰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재다이얼 버튼을 눌렀어요.
따르릉 신호음이 가고, 경쾌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린이 소아암 협회에 후원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띠 소리가 난 후, 이천원의 후원금이 자동적으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나는 의외의 결과에 너무 당황하고, 부끄러워서, 그만 털썩 주저앉고 말았어요.
\"뭐야? 그런 전화를 왜 몰래 숨어서 해? 그리고 요즘 왜 이렇게 달라진 거야?\"
\"그게... TV 보는데, 자꾸 눈물이 나는 거야. 당신 보기 괜히 창피하잖아\"
나 혼자 북치고, 장구 치던 한바탕의 해프닝에 웃음이 나오며 한마디 했습니다.
\"전화기 이리줘봐, 한번 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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