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절대 낭비되는 시간이 아니다.\"
- 콜렛 -
내가 생각하는 \'완전한 평화\'가 있다면,
그것은...
고양이가 있는 풍경이다.
거실 한가득 거침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 속에서
연한 분홍색 배를 발라당 드러낸 채
이리저리 뒹굴거리는 아기 고양이의 모습은
시간이 멈춘듯한 고요함과 평온함....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퍼져나오는, 달콤한 기쁨을 선사해 준다.
오래 숙성되어 고운 빛이 도는 단풍나무의자와 오톨도톨한 무늬의 발깔개.
작은 읽을거리 하나.
그리고...바다처럼 파란 눈을 가진 고양이가 있으면
하루종일 집안에서만 뒹굴어도 싫증이 나거나 무료하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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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를 데려온 이후 한동안은,
모든 가족간의 대화와 이벤트,쇼핑이 모모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남편은 늦둥이를 키우는 것처럼 신이 나서
고양이에 관한 BBC 다큐멘터리 CD를 다운받아왔고
저녁이면 세식구가 컴퓨터 앞에 둘러앉아
고양이집이며 모래, 간식거리를 고르느라 떠들썩해지곤 했다.
- 자기야~ 가수 신해철도 고양이를 참 좋아한대.
- 어...그래?
- 응. 얼마전에 오랫동안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는데
한달동안 집안에만 틀어박혀서 방송출연도 접고 슬퍼했대나봐.
지금도 그얘기 나오면 상태 안좋아진다고 말도 못꺼내게 한대...
요즘은 샴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더라...
- 으응...
별 관심이 없었던 가수가 고양이를 사랑한다는 말에
왠지 부쩍 친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흠...그 가수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기는 하지...뭐 그러면서.^^
생각해보면,
우리가족은 무척이나 외로웠던 것 같다.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서로 사랑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했던 탓에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애틋하게 저려오는 사랑의 기쁨을 잊은지 오래였다.
자잘한 문제거리가 거의 없었던 무심한 일상때문에
마음이 오히려 더 공허했는지도 모르겠다.
모모는...
그런 우리 가족에게서 단숨에 원초적인 사랑을 이끌어 낸
연애 백단의 고수였다....
여자들이여.
고양이에게서 사랑의 기술을 배우자.
남자들은 당신의 마력에서 영원히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고양이는 불러도 잘 오지 않는다.
가끔 기분이 내키면 냐~앙 하고 대답을 해 줄뿐이다.
필요한 것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먼저 접근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억지로 안으려 하면, 오만상을 찡그리며 빠져나간다. ^^
높고 조용한 곳에 우아하게 앉아서
하루종일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척하지만
사실은 마음속 깊이 주인을 사랑하고 있으며,주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잠시 고양이에 대한 생각을 잊고 있으면
어느틈에 곁에 와서 얼굴을 살짝 비비거나
은근히 엉덩이를 무릎에 걸쳐놓는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그루밍을 통해 항상 청결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유지한다.
고양이를 개처럼 길들이거나 훈련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며
고양이가 누군가에게 완전하게 예속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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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사랑하지만 남자를 귀찮게 하지 않는 것.
자기만의 세계를 확고히 구축해서 상대가 나에 대한 존중감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
언제나 청결하고 잘 정돈된 외모를 유지하는 것.
대충 이 정도가...
모모가 내게 살짝 알려준 사랑의 기술이었다.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던 것들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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