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맛있다면서 일부러 남편이 전화 한 번 드리라고 해서요\" \"제 아들의 선생님께 선물하려고 다시한번 김치를 주문하는 것입니다\" 어쩌다가 김치 아줌마가된 나에게 전화와 메일들이 속속 도착했다.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태산 같았지만 이같은 호의적인 소식들 때문에 내 기분은 날아갈 듯 했다.생각해 보면 내가 김치를 담구어서 팔고 돈을 번다는 일이 꿈만 같았다.결혼이후 나는 경제활동은 커녕 일속에 푹 묻힌 삶이었다.일이 곧 돈이라는 등식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건 필요한 만큼 남편에게 타서 생활하는 것이므로 느낌부터 달랐다.먹거리만은 풍요한 시골살이 연륜이 쌓이면서 어떤 형태로던지 돈에 대한 애착은 필요치 않았다.한 푼의 돈이 수중에 없다해도 언제까지인가 그 기간이 문제지 불편함을 느끼지않고 생활이 가능한 환경적 요인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친지나 친구들에게 무엇이든 선물하고 싶은때도 돈을 들여서 사고 세련된 포장을 하는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집에서 담은 장류와 김치를 택배로 보냈었고 그들이 반색하면 덩달아 나도 행복하기만 했다.시골댁인 내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봉사의 방법도 김치를 담는 일이었다.단촐한 두식구 살림-열 포기면 삼동을 거뜬히 나게될 김장김치를 이웃분들까지 동원해야 할만큼 많은 양을 담구어서 독거 노인들에게 보내 드리곤 했다.내가 보낸 김치를 반드시 노인들만 드시는 건 아닌지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날수록 맛에 대한 찬사가 조용히.그러나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일이 널린 내가 봉사라는 이름으로 김치를 담는 노력이 가상하여 칭찬을 퍼부어 주시는 거라고 처음에는 일축해 버렸다. \"혹시 팔지는 않아요?\" \"일요일에 김치 얻으러 가도 돼요?\" \"김치 사업을 하실 의향은 없나요?\" 자주 이런 질문 세례를 받으면서 생각의 전환은 시작된 듯 하다.차츰 용기도 키워졌고 남편의 반 허락도 얻어냈다.설령 돈이 되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받고 판매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흙속에 묻혀 산 아낙으로서 센스치고는 빛나지 않은가? 봉사로 김치를 보내 드렸을때와 돈을 받고 판 후의 맛의 반응은 극명하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남편은 우려했다.농사 지으며 자연의 서정성을 글로 풀어내는 조용한 여자일때가 좋았는데 김치를 담구어서 돈까지 번다구?누가 뭐라지도 않는데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지레 추측하며 의식하기도 했지만 카운트다운에 돌입하고 말았다.우리집에 없는 마늘과 젓깔이 산지의 아는 분들을 통해 확보된 일이 다행이었다.아무리 인터넷을 통해서 궁금증을 빠르게 답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해도 두리뭉실한 생활패턴에 여태 길들어진 내가 정확성에 맞출 수 있을지의 여부가 맛과 함께 관건이었다.그러나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굳혔다.순전히 재래식으로 절이고 헹구며 양념을 버무려야 하므로 주문은 한계를 두었다.추수를 홀가분하게 끝내고 김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시간적 조건도 큰 부조였다.꼭 사람의 몸에 이로운 유기농법의 재료를 써야한다는 나만의 원칙을 정하고 지켰다.멀면 손길을 자주 못 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생전 심지도 않던 뒷뜰에다 배추를 파종했다.목초액으로 번식하기 쉬운 해충을 잡고 물을 푸기도 하는 사이 배추는 통통 알이찼다.시작해인 2003년 김장 김치를 나는 500여통 가량 버무렸다.택배 시스템을 이용하여 배달되는 과정에서 약간의 혼란이 있었지만 대성공이었다.얼마나 긴장하며 재료를 다듬고 맛을 내는 노력을 기울였던지 마지막 발송을 끝낸후 이틀간은 잠속에서 헤어나올 수도 없었다.맛이 좋아서 식구들이 김치만 먹는다는 소식이나 현저히 뚱뚱보가 된 바탕에는 김치 아줌마의 공로가 크다는 애교성 있는 칭찬은 나를 얼마나 들뜨게 했는지 모른다.재료비는 얼마나 들었으며 이익금은 또한 얼마인지를 나는 아직도 정확히 모른다.까다로울 수 있는 여러 사람의 입맛에 대체로 성공적으로 다가갔고 처음 계획대로 인터넷을 통해 주문 판매했다는 대견함에 스스로 놀라고 만족할 뿐이었다. 인생을 살며 경험할 수 있는 한 가지의 작은 일이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고 나는 그걸 기꺼이 받아들였다.김치 담는 일이 계기가 되어 인간적으로 한층 성숙해져 풍요한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경제적으로 윤택하되 시간을 잃어버려서 지금보다도 삭막해질 가능성은 없는가?두 말이 필요없게 이왕이면 전자로 변모했므면 좋겠다.나를 대변하는 여러가지의 수식어가 있지만 김치 아줌마라는 이름도 들으면 정겹기 그지없다.배추 어린모종을 심고 가꾸어서 기운이 다할때까지 김치를 정성껏 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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