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 결혼 하면 좋다는 말이 있더니, 올해는 유난히 결혼식이
많은 것 같다.
아는 분의 자제가 결혼예식이 있어서 차를 몰고 관악산 입구를
지나는데, 낙엽이 \'도르르 도르르\' 자꾸만 나를 따라 왔다.
\"그래, 너희들을 데리고 훌쩍 가을 여행을 떠나고 싶구나...\"
혼자 중얼대 본다.
지난주도 이번주도 계속 결혼식이 있지 않으면 다른 일들이 생기고
그렇지 않으면 몸이 좋지 않고, 뭐 그렇게 이유를 달아, 올 가을은
가벼운 여행조차 나서질 못했다.
아마도 마음도 여유가 없고, 몸도 또다른 여유도 없는 것인지도....
잠시 라디오를 켜니, 내일은 날이 궂을 거라고 또랑한 목소리의
아나운서가 친절히 알려준다.
괜스레 위로가 된다.
이건 또 무슨 아줌마 심보냐? 가을 나들이를 계획한 사람들에게
시샘을 하고 있으니....
잠시 신호를 기다리며 하늘을 보니 정말 파랗다.
그래, 파란 마음이어야 해!.....
날이 좀 차져서인지, 올해는 검은 색이 유행이라선지, 예식장의
사람들이 옷들이 어두웠다. 그래서인지 곱게 한복을 입은 신부랑
신랑 엄마가 고와 보였다.
젊은 신랑은 귀공자 같았고,
신부는 더할 나위 없이 날씬 하고 아름다웠다.
요즘은 결혼식을 이벤트화 해서 재미있고 웃읍게 치루는게 유행
이다. 신부를 안고, 일어서 앉아를 힘겹게 신랑이 해야 하고,
-그래서 신부는 무섭게 다이어트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신부는 땡잡았다고 소리를 치거나, 신랑은 팔굽혀 펴기를 하거나
독립군 처럼 만세를 부르는 등등...
난 좀 보수적이라선지 그런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예식은
경건하고 진지한게 어울린다고 생각 한다.
그래서 교회의 결혼 예식이 좋다.
오늘 결혼식장인 교회도 아담하고 꽃장식도 우아하고, 신랑 동생과
친구들이 부르는 축가도 아름다웠다.
언제든,
말끔한 신랑과 눈부신 신부를 보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그들은 모두 아름답고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고, 맑고 순수하니까...
모두가 축복하고, 모두 웃는 얼굴로 바라보고, 앞날을 위해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내 주니까....
난 그들의 행복 쪼가리를 조금이라도 떼어 오고 싶었다.
그래서 고운 신부와 신랑의 손을 잡고 같이 많이 웃었다.
그들의 행복이 전해져 와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29년 전의 내 모습을 상상을 하니 참 오래전의 일이란게
실감이 났다.
동갑내기 신랑였던 우리 남편은 얼굴이 희고 구렛나루자국이 파란
샤프한 남자였다. 잘 생긴 신랑이 자랑스러웠었지....
나도 너무 가랑가랑한 몸매여서 예쁘긴 하지만,몸이 너무 약하지
않느냐고들 했다고 하던데....
하지만 세아이를 낳아서 씩씩하게 기르고 건강하게 살았다.
이젠 희끗한 머리를 감추고 싶은 두리뭉실한 중년이다.
인생을 사계절에 비긴다면 가을인 셈이다..
결실의 계절이라고도 하지만 어딘가 쓸쓸한 것도 부인 할 수 없다.
돌아 오는 집앞에서 고운 단풍잎이 발앞에 떨어져 있었다.
줏어 들고 들어 오며,
이 가을을 그냥 보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저녁엔 와인이라도 준비를 해야겠다. 식탁엔 국화꽃을
꽂고 레이스 식탁보도 깔아야지...
어쨌든 가을은 아름다운 계절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