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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그딴게 뭐였다고(4,)


BY 영영 2006-10-24



<나쁜남자>4


문을 열고 여관 안으로 들어서니  여느 가정집처럼 현관과 신발장이 있었고
붉은색의 패인트에 니스칠이 빤질빤질한 마루와 
조그만 유리쪽문. 그 유리문 맞은편엔 이층으로 올라가는 마루계단이 있었다.

반쯤 열린 유리문으로 얼굴을 내민 아줌마가 주무시고 갈거냐고 물은것 같다.
두분이 주무시고 갈거냐는 그 말이 왜 그렇게 비위가 상하던지,,

\"이분이 배가 너무 아파서 들어왔거든요? 저는 금방 갈거구요.\" 

나는 아줌마의 그 말이 거북하다는 듯 금방 갈거라는걸 크게 강조했다.

여관주인이 아~~ 하면서 내 눈을 쳐다 보더니 
그에게 열쇠를 죄어 주면서 올라가라며 턱으로 나무계단을 가르켰다.

그가 신발을 벗걸래 \"저는 이만 가도 되죠? 그럼 들어가서 쉬세요\" 하니
이남잔 여관주인에게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밖에서보다 더 완강하게 나를 움켜 잡는거였다.


그렇게 현관안에서도 한참을 옥신각신 하다가, 괜히 방에까지 쫒아 들어갔다가
또 방에서도 못나오게 떼를 쓰면 어쩌나,,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

금방 나오게 해줘야 된다는 다짐을 몇번이나 받아내고는 
\"아줌마 저는 금방 나올거니까요 제 신발은 여기다 두세요?\" 하고는
겨우 신발을 벗어놓고 올라갔다.

이사람의 팔에 이끌려서 빤질빤질하게 광이 나서 미끄러질 것 같은 계단을 
소리 날까봐 살금살금 도둑질 하듯이 까치발을 하고 이층으로 올라가니 
복도식으로 몇개의 방이 죽 있었고 그중에 첫번째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여니 여관방이라고 하는것이 밖에서 보이는 뻔듯한 건물과는 안 어울리게 
여간 불결한 기분이 드는게 아니었다.

방문 맞은편 쪽으로 화장실인지 알미늄으로 된 유리문이 있었고 
그 옆 구퉁이엔 탁자가 있었고 
탁자 위 프라스틱 쟁반엔 두루마리 휴지와 성냥곽과 재떨이,
그리고 물주전자.. 아랫묵쪽으론 보푸라기가 꺼실꺼실한  
평생을 두고두고 잊지못할 시뻘건색의 메트리스가 눕혀 있었다.

어서 일분 일초라도 이방에서 물러나야겠단 마음이 들었다.

\"이제 그만 주무세요 저 갈래요..또 저 못가게 하면 진짜로 저 화낼거예요.!\" 하곤 
아프다는 핑계로 웃통 벗고  매트리스 위에 버젓이 누워서 
나가려는 내 다리를 잡아 당기는 그의 손을 데차게 뿌리치곤 방을 나와서
그래도 또 따라나와 뒤에서 잡아 당길것 같단 두려움에 
총총 걸음으로 뛰여 내려가니 
현관에 있어야 할 방금 전에 치우지 마시라 하고 벗어놨던 신발이 보이를 않는거였다.

\"아줌마! 제 신발 치우셨어요? 신발좀 주세요..!\" 하니 
좀 전까지만 해도 친절했던 아줌마는 냉정하게도 내 신발이 어디 갔는지 모른다는거였다.

응? 이상하네 금방 여기에 벗어놨는데..어디갔지? 하면서 신발장을 뒤지고 
아무리 여기저길 둘러봐도 신발은 보이질 않았다.
아줌마가 날 속인다는 짐작이 들었다. 

그래 순발력이 어서 생겼는지 빽에서 천원짜린지 얼마인지를 종이 돈을 꺼내 
서둘러 쥐어주며  \"아줌마~ 저 빨리 집에 가게 해주세요?네?\" 사정하듯 그러니
마지못해 나온 아줌마, 연탄 집게로 바로 내가 서 있는 곳의 자리에서
네모진 사각형의 마루조각을 들어올리니  
그 밑에 내 신발 한켤래가 얌전하게 들어 있는거였다. 

그래 속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딱 들었지만 
\"아줌마 고마워요!!\" 하는데 그사람이 안되겠단 생각을 했는지 
쿵쿵쿵쿵 소릴 내며 뛰여 내려오는거였다.

그리고는,,,,,,,,
배가 너무 아파서 죽어도 집에를 못가겠다고 그렇게도 죽는척하던 
그사람은 완전 사자로 돌변하여 
나를 그 불결함이 얼룩진 붉은색 매트리스에다 눕혀놓고,,

,,,,,,,,


밤 두세시가 다 되서 \"이렇게 했으니 이제라도 집에 가게 해 주세요 
오빠는 지금껏 잠 못자고 기다리고 있을거예요.\" 라고 해도

안된다고 오늘은 가지 말고 내일 아침에 들어가라며 집에도 못가게 하고 
어제 낮 월미도부터 밤 중까지 온 종일 
약혼자인 자기에게 시달려 완전히 녹초가 된 나를 
밤새도록 한 숨도 재우지도 않고 고통을 안겨 주었다.

그렇게하여 그날 밤 만 스물세살의 순결은 헌 휴지짝처럼 
밤새도록 쓰레받이가 되고.. 아침이 되었다. 

날이 훤하게 밝아오니 지난 밤은 이미 엎지러진 물이 되고 
이제는 집에 들어 갈 일이 걱정이 되었다. 

여동생이 남자와 함께 나가서 연락도 없이 외박을 했으니
어저녁부터 밤새도록 오빠는 어떤 걱정을 하였을지 너무도 뻔하지 않는가..

반듯하고 선량한 오빠의 말을 어기면서까지 
단정치 못한 동생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죄책감과 동생이지만 
오빠앞에서 산산조각으로 부서진 나의 자존심과 수치심...

그리고 지금쯤 말도 못하게 속이 상해 있을 오빠를 생각을 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고 두렵기까지 했다.

이대로는 도저히 얼굴을 들고 집엘 못 들어 갈 것 같아서 
어디로 도망이라도 가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때만해도 나는 비교적 단순하고 순진했던 편이라
지난 밤 그가 뭔 짓을 했는지를 원망하기 이전에,,
내 몸이 어찌 되었던간
이제는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것인가만을 생각해야했다.

어떻게 하면 밤 새 배신감을 느끼며 속상해 했을 오빠에게 
상처를 덜 주고 안심을 시키냐 하는 생각만 급급했다. 
그리고 나의 약혼자인 봉식씨가 이일로 인해서 어떻게하면
오빠에게 미움을 안 받게 하나,, 멍청하게도 그것만이 고민이 되었다.


집에 나 혼자 들어가면 오빠앞에서 양심에 찔려서 도저히  
거짓말도 못할것 같고 얼굴을 못 들것 같은 생각도 지배적이었다.
외박을 해 놓곤 오빠의 얼굴을 봐야 한다는게 너무너무 두려웠다.


그사람에게 집까지 함께 들어가 달라고 했다..
도저히 혼자서는 못 들어가겠다고,, 
오빠가 어제 왜 안들어 왔냐고 물을텐데  옆에서 있다가 변명을 좀 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남자는 어저녁의 그 끈질기던 패기는 어디로  숨었는지 
다시 예전처럼 순진해져서는
자기가 어떻게 들어가냐고 혼자서 들어가라는 거였다.
가서 그냥 이래저래 못 왔다고 말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거였다.

그래 
\"어제밤 두세시경 까지만 해도 지금이라도 집에 들어간다 하니깐
그냥 여기서 함께 있다가 아침에 날 새면 자기가 데려다 준다 하더니 
지금에서 날 보고 혼자 들어가라 하면 어떻게 하냐~?\" 고

\"나 혼자선 무서워서 도저히 못들어가겠어요.오빠에게 혼나면 어떻게해?.\"
\"응? 우리 둘이 가서요 내가 먼저 오빠에게 자기가 월미도에서 생선회를 먹었는데
부작용이 나서 응급실에 실려갔었다고 그래서 못 들어 온거라고 
말 할테니깐요 자기는 옆에서 맞장구만 쳐 주면 되잔아요 그래야
오빠가 우리 말을 믿을거 아니야 \" 

라고 했더니

그래도 그사람은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그것도 곤란하다는듯 
자기가 어떻게 그렇게 하느냐면서 너가 이래저래 해서 못 왔다고 
둘러대면 되지 않느냐는 거였다,


어제는 그렇게도 못살게 굴어서 사람을 오늘 오빠앞에서 얼굴도 못들게
만들어 놓고는 이제와 저러는 남자가 너무 야속하단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알았다고. 나 혼자 들어갈테니 봉식씬 이만 빨리 집에 돌아가시라고
차갑게 말했다.

그랬더니 이사람은 또 오늘이 자기네 이사하는 날이라서 
사실은 어제 나를 자기 집으로 데려오라고 누나들과 어머니가
그러셨는데,, 
어제 못갔으니 오늘이라도 서울 자기 집으로 함께 가달라는 거였다.
그렇다고 자기는 집 앞 골목에서 너가 나올때까지 기달리고 있을테니
어서 집에 가서 오빠에게 말하곤 다시 나오라는거였다.

그래 그건 안된다고 어제 나와서 이렇게 외박까지 해 놓고
지금 오빠는 화가 잔뜩 나 있을텐데 그게 가능이나 할것 같냐고 했더니
가서 잘 이야기 하고 무조껀 나오면 된다는거였다.

어저녁에는 여관방에 있다는것 조차도 너무 불쾌해서 
집에가겠다 못간다 실랑일 벌렸던 나는 
아침이 되면서 가랑이가 쓰라리고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여관방이 내 집 안방이라도 되 듯이 죽치고 앉자서 
집에 어떻게 들어갈 것인가 그것만 죽도록 고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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