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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화장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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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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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횡재..


BY 김효숙 2006-09-17

아침에 일어나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다가

칼 하나를 들고 나갔다

아파트 뜰에 질경이가 많은 것을 보아 두었던 생각에

아침 이슬 마르지 아니한 질경이 나물을 뜯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관 문 앞에 나가니 풀냄새가 가득하다

어 ! 잔디를 다 깎았네

설레이던 마음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분리 수거를 마치고  산 밑에 담장 쪽에는 풀이 무성했다

엉겅퀴가 많아서 자를 수가 없었나 보다.

그냥 들어 오기에는 섭섭한 마음에 산책도 할 겸 걸었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자유로움 시간에 넉넉함이 주일날이면

나에게 허락되는 행복이었다.

 

얼만치 갔을까 질경이가 눈에 띈다

풀을 칼로 젓히고 들어가니 군락을 이룬 질경이가 낙엽 거름에 무성했다

가슴이 설레도록 좋아서 신이나서 한잎 두잎 뜯다 보니

커다란 봉지로 하나가득 되었다.

질경이를 뜯으면서..난 생각했다

이 나물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어야지

삶아 곱게 말려 묵은 나물로 해서  기름에 살짝 볶으면 맛있는데.

또 누굴 줄까

내 마음속엔 몇 사람이 떠 오른다.

나물을 뜯으면서 왜 이리도 행복해져 올까

남들은 그냥 지나치는 질경이가 나에겐 한없는 횡재로 느껴지니 말이다.

 

순간. 하나님 감사합니다.

어릴적 가난했던 시절에 들에 나가 나물을 뜯던 그 추억을 저에게

선사해 주셔서 어른이 된 그 추억에 잠겨 이런 행복을 맛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풀섶에 쪼그리고 앉았더니 풀벌레가 심심했던지 내 엉덩이를 물어서 부풀었다.

며느리 밑씻개  ( 어느날 시어머니가 들에 나가 밭을 매다가 풀섶에 앉아

볼일을 보다가 콩잎을 따서 뒤를 닦았는데  앗! 따가워 하고 콩잎 뒤를 살펴보니 따가운 풀이 콩잎에 붙었더랜다.

시어머니는 이놈에 풀이 며느리한테나 붙지 하필이면 나 한테 붙냐며

그때 부터 이 풀을 며느리 밑씻개라고 불렀다는 풀) 라는 풀이

나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한다.

그래. 맨날 구박을 받았겠구나

나도 며느리인데.. 하면서 웃었다

팔에 얽히어 아파왔지만 괜찮았다. 동등한 입장에서 느껴보는 연민에 정이 었으니 말이다.

 

한봉지 가득 뜯어 가지고  집으로 가지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세상 그 어느것을 얻은 것 보다도 횡재한 느낌이다.

 

난 이런 행복을 좋아한다

난 이런 기쁨을 좋아한다.

 

나에 꿈은 시골에 가서  살면서 아침 이슬 마르지 아니한

나물도 하며 밭에 나가 풀도 뽑으며 그렇게 살고 싶다

아침마나 이런 횡재에 기쁨을 맛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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