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서...
‘큰애야~ 상좀 놔라.’
‘네.’
‘얘야, 가서 아버지 진지 드시라고 여쭤라.’
‘네’
‘얘들아, 밥들 먹어라````. 그리고 은지야, 너는 수저 놓아라.’
’네.’
내가 어렸을때 우리집에서 저녁시간이 되면 펼쳐지는 풍경이었다.
마루에다가 큰상을 오빠들이 펴 주면
나는 그날의 식구 수를 세어서 수저를 상에다 놓는다.
내가 어려서의 우리집은 서울에 있었던 관계로다가,
대학공부던 아니면 직장이던 간에 여러가지 이유로
시골에서 우리집에 올라와 있는 식구들이 늘 많았기에
저녁시간에는 항상 큰 상에 식구수를 세어서 수저를 놓아야 했다.
한달에 쌀 한가마니를 너끈히 먹었으니까....
(그것도 면을 좋아 하시는 어머니 덕택에 밀가루를 많이 사용했어도...)
반찬들이 들어 오고 밥통에 있는 밥과 냄비속에 들어 있는 국이
쟁반에 놓여져 들어 오면서
밥과 국을 푸는 엄마와 일하는 언니의 지시대로 상에다 놓는다.
그리고 모두들 와서 상에 둘러 앉으면
그제서 아버지가 방에서 나와 앉으신다.
아버지를 기다리다가 누가 먼저 수저라도 들면
어느 누군가의 호령이 떨어진다.
‘누가 벌써 수저를 드냐?
어른이 앉으셔서 먼저 수저를 들으시면
그때 수저를 들고 먹을 준비를 하는거다.’
‘밥을 다 먹었어도 어른이 다 드시기전에는
수저를 내려 놓는 것이 아니다..’
‘소리를 쩝쩝 내면서 밥을 먹는것이 아니다.’
‘팔꿈치를 상에다 대는것 아니다.
‘국을 후르륵 소리내어서 먹지 말아라.’
‘반찬 뒤적거리지 말아라.’
‘밥 먹을때 입에다 밥을 넣고서 말 하는것 아니다.’
그야말로 지켜야 할 사항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밥상에서 누가 어른인가에 따라서
꼭 이런 주의사항은 그 분에게서 나오는 것인데...
어느날은 시골에서 올라오신 세째 큰아버님 앞에서
내가’아무개 오빠가 그랬어요.’ 라고 대답한 말에
불호령을 호되게 맞았던 기억도 난다.
왜 오빠의 이름을 어린 네가 함부로 부르냐고 하신다.
그때는 그래도 우리집은 조금 젊은 집이고 서울에 살아서인지,
요새 말로 신세대적인 구석이 좀 있었나보다.
나는 오빠들 이름을 앞에다 놓고
항상 00오빠 하면서 이야기 했었는데
세째 큰아버님 눈에는 크게 거슬리신 것이다.
‘너 부르라는 이름이 아니다.’ 하시면서 역정을 내셨다.
속으로 나는 이름을 부른것이 아니라
분명 00오빠라고 했는데 혼나서 참 억울했었다.
그래도 어쩌랴,
우리 아버지보다도 더 큰 어른이신데....
한편으로는 보통때 나를 참 예뻐 하시던 분인데
그러셔서 놀란 토끼눈이 되기도 하였다.
아~ 내가 세째 큰 아버님 한테 야단 맞을적도 있구나 하면서...
지금 우리집의 밥상은 어떤가?
‘식사 하세요``’’
하고 내가 외치면 우리 남편 빨리 안 오고
‘응 나 조금 있다 요거 마저 하고 갈테니까, 먼저들 먹고 있어.’
아니면 ‘아이들 먼저 먹여’
이런식이다.
그래도 시아버님 살아계실때 시댁에 가면
그래도 아버님 앞에서는 어른 공경을 하면서
할아버지가 수저를 들으셔야만, 아이들도 수저를 들고
또 할아버지의 흐름을 눈치껏 어린아이들도 따라 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