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한국을 2주일동안 방문하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이다.
딸아이와
막내를 데리고 갔었다.남편과
둘째, 두사람만 남아서 연말괴 연시를 외롭게 보낸것이다.
아이셋을
다 데리고 가기에는 내가 너무 힘들것 같고또
남편 또한 추운 겨울에 혼자 남아 있을 생각에누구하나만
좀 남으라고 남편이 아이들을 살살 꼬시다 보니가장
마음 약한 둘째가 남은 것이다.
때는 겨울이라서
막상
우리를 공항에 내려 주고 집으로 돌아 가는 길에둘째는
차안에서 훌쩍였단다.처음으로
엄마를 떨어지는 것이었으니…그러다
보니 남편도 상념에 젖어서 브레이크를 잘못 밟는 바람에눈길에
그만 차가 뺑그르르 돌았단다.다행하게
옆에 차가 한대도 없어서 아무일도 없었기에 망정이지.얼마나
놀랐을까?
지금도
그 이야기를 한다.우리를
내려 놓고 가는 길이 그렇게 허전할수가 없었단다.첫
시작부터 두사람의 힘든 생활이 시작되었고엄마와 아내가
없는 2주일동안 두사람이 여기저기 다니며즐기기로
하였으나 둘 다 독한 감기에 걸려서거의
죽다 살았을 정도 였단다.목소리는
완전히 맛이 갔고…열은
펄펄 끓었었고…입맛은
없는데 해먹을 줄도 모를뿐더러햄버거나
사 먹을려니 모래를 씹는 기분과 같았나 보다.
가뜩이나
마누라가 어디 가는 것을 못 보는 사람이비록
아이들과 함께이기는 하지만처음으로 큰마음 먹고 장기간(?)을 휴가 보냈는데 그 고생이었으니
이래저래
나의 한국 출타는 당분간은 힘들것 같다.본인은
나가 있다 와도 마누라 가 집에 없으면 큰일 난단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한국에서 만난 가족들,친구들
그리고 연로하신 부모님 생각등을 하는가운데비행기는
시카고 공항에 도착했다.
짐들을
찾아서 밖으로 나오니 기다리고 있던남편과
둘째의 모습이 보인다.그순간
…둘째와
막내는 서로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면서뛰어가서
얼싸안는 것이다.마치
몇십년만에 만난 사람들처럼….ㅎㅎㅎㅎ처음으로
떨어져 있다가 보니까 그런지그래도
그렇지, 이 엄마는 보이지도 않았는지동생만
끌어안고 난리인 것이다.우리는
빙그레 웃으면서 짐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
기다리는 사이에 남편이 주차 해 놓은 차를 가지고 온다.어
!!차가
좀 이상하다 하면서 그냥 탔다.꼼꼼한
남편이고 또 알았다 하더라도 거기서는 어쩔수가 없으니까….고속도로로
들어가니 뒤에서 오던 다른 차가앞으로
와서는 자꾸 옆으로 달려 드는 느낌이다.그러더니
우리 차 옆으로 가까이 다가와서는어떤
까만얼굴의 아저씨가 창문을 내리고서손가락으로
타이어를 가리킨다.그
,리고 저쪽으로 빠지라는 신호를 한다.아
!!아까
내가 본것이 그것이구나 싶어서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깜짝
놀란 우리남편 근처에 주유소가 보이니까그리로
차를 몰고 갔다.
차를
세우고 보니 타이어가 크게 찌부러져 있는 것이다.하마트면
큰일 날뻔한 것을 고마운 그 아저씨가 일깨워 준것이다.고속도로에서
그렇게 남의 차 타이어상태를 일러 주기가 쉽지 않은데….우선
바람이 빠졌나 하고는 바람을 넣었다.그러나
전혀 들어가는 기색이 없다.트럭기사들이
잔뜩 있는데 가서 이야기 하니겨울이고
진눈깨비 날리는 날이라서입구가
얼어서 안들어 갈 수도 있으니까좀
녹인후에 다시 해 보란다.그래도
안들어 간다.
어쩌나
타이어를
바꾸던가 해야 하는데…한번도
해 본 경험이 없으니….그런데
보니 트럭기사 아저씨들도 다 가고 없다.아이들은
차에다 두고 남편과 나만 밖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또
차에 스페어타이어와쟈키
(타이어를 갈게끔 차를 살짝 위로 올리는 기구)만 있었고타이어를
빼내는 공구가 없었다.해보지도
않았지만 공구라도 있어야 한번 해 보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쩌나…견인
트럭을 불러야 하나?어디다가
전화를 해야지?사는
동네도아니고…우리는
어떻게 집으로 가지?집까지는
무려 3시간 정도 걸리는데…택시라도
불러?날씨는
추운데 정말 아이들하고 어쩌나 걱정만 하고 있었다.초조하기가
그지 없었다.
바로
그때 저쪽에 어떤 소형 트럭이 한대 들어오고 있다.젊은
남자가 내려서 차에 기름을 넣고 있다.’남편이
다가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도와 달라고 하였다.처음에는
머뭇거리더니 우리아이들과 우리의 모습을 보더니 .자신의
차로 가서는 공구까지 꺼내 온다.그리고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타이어를 갈기 시작한다때는
1월초날씨는
매우 춥고 진눈깨비와 바람이 몰아치는아주 안 좋은 날씨인 것이다.
그냥
서 있어도 춥고 매서운 날씨인데진눈이
내리는 콘크리트바닥에서찢어진
청바지를 입은사람이 웃도리도 얇게 입었는데…그는
열심히 타이어를 갈고 있다.보고
있는 내 무릎이 더 시리고 춥다.
사례를
하고 싶었다.돈으로
하려고 하면 얼마를 줘야 하나? 하면서안
받으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또
한국적인 것을 하나 주고 싶었는데가방속에
있는것을 꺼내기가 쉽지가 않았다.가방을
뒤지니 윗부분에 대추차가 보인다.미국사람들이
좋아하길래 선물용으로 사온 것이다.
돈과
대추차를 들고 타이어를 다 갈은 남자에게 다가갔다.정말
너무나 고맙다 하면서 인사를 하고우리가
인사하고 싶어서 그러니 받으라고 하였다.그
남자왈 ‘내가 아니라도 다른 누가 너희의 상황을 알면해
주었을것이다. 나는 댓가를 바라고 한것이 아니니까 괜찮다.너희가
기뻐하는 모습으로 나는 행복하다.’ 라고 한다.옷이라도
세탁해야 하지 않냐고 하니까세탁기에
빨면 되니까 걱정 없단다.
그래서
돈은 다시 집어 넣고대추차만
주면서 이것은 한국의 전통차니까한번
맛보지 않을래? 하니까한번
먹어 보겠다고 하며 대추차만 한박스 받는다.그러면서
날씨가 안좋은데 먼길 조심해서 잘가라고인사를
하면서 주유소를 빠져 나가는 그 남자..분명
날개만 안 달렸지 천사임에 분명하리라.
그남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진 우리도 차에 올라힘찬 시동을
걸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오면서
길에서 만난 날개 없는 까만 얼굴의 아저씨 천사와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하얀 얼굴의 젊은 천사를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