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빠르게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이 걱정하던 것보다 의젓하게 1년이란 시간을 마쳤기에
한시름 놓고 2학년이 된 모습을 마음 편히 바라 보았다.
6학년이 된 덜렁이 아들만 걱정하면 되겠거니 하며...
하지만...
2학년에 올라간 딸은 학교에서 돌아 올때 마다 눈 및에 다클써클이 생길 정도로 피곤한 모습
이었다.
그리고는 생전 하지 않던 말들을 입버릇처럼 되뇌었다.
\" 엄마, 나 학교 다니기 싫어... \"
\" 왜? \"
\" 선생님이... 무서워... \"
\" 무서운 선생님을 만나서 유나는 좋겠구나, 공부를 더 잘 가르쳐 주시는 분을 만났으니 말이
야. 선생님은 너희들을 예뻐하기 때문에 선생님이 되신거야. \"
나의 타일름에 딸은 미덥지 않은 눈으로 엄마인 나를 바라 보았고 무언가 더 할 말이 있는 듯
했지만 말 해봐야 소용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한 달이 넘도록
눈가가 젖어서 오는 날에 변함없는 다크써클이 생겨서 오는 것만 지켜 봐야 했다. 아이
나이가 어려서 적응을 못하겠거니...이 순간만 넘어가면 적응하겠거니 하며 크게 마음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1학년 때의 선생님은 유치원 교사처럼 아이들을 이뻐만 했다. 그래서 마음 한편으로 2학
년때 선생님이 좀 엄하면 저것이 잘 적응할까... 하고 걱정했었는데, 그래도 2학년 정도면 웬
만큼 적응 하겠지 하던 나의 마음은 오산이었다. 시집 안 간 젊은 선생님이라는 말에 아이
아이들을 예뻐하겠구나, 안도하던 것들이...
무심한 엄마 덕에 속으로 그 어린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같은 반의 엄마들과 어울려 차
를 마시면서 흘러 나오는 소리들은 놀라웠다.
조금 지각하는 아이가 있으면 가방도 벗지 못하고 뒤에서 서 있어야 한다느니, 선생님의 질
문에 틀린 답을 말하면 끝날때까지 서서 수업을 받아야 한다느니, 점심시간에 잡담을 하면
불려 나가 엄하게 꾸중을 들어야 한다느니, 손바닥 때리는 것은 기본이요, 아이들의 실수도
용납 못 할뿐 더러 우는 아이에게 \" 여기가 너네 집 인줄 알어? \" 라는 식의 차가운 언행이나
수업 재료로 장난을 친 아이에게는 그것을 갖고 나오게 해서 던져 버린다는 등... 주변 엄마
들의 입을 통해서 들은 말들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도가 지나쳤다. 자식들의 입을
통해 또는 주변 엄마들의 말을 빌어 선생님이 하는 일들이 부당하다고 떠들어 대면서도 엄마
들은 누구하나 내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봐서 선생님을 찾아가서 말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의 담임은 엄마들이 학교를 오는 것을 반기지 않았고 무언가 마음에 안
안드는 것을 사오면 도로 가져 가라는 말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고 했다. 상담차 찾아 가는
학부형에게 차 한잔 대접하는 일도 없었으며 청소 해주러 가는 엄마에게도 수고 했다는 말한
마디 하는 것도 볼 수 없다고 했다.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이라지만, 그 말을 모
두 믿을 수 없다고 한다지만 그 모든 것을 반을 자르고 듣는 다고 해도 난 참을 수 가 없었다.
학원에 보내지 않고 내가 직접 작은 아이를 가르치기 때문에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이해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여러번 반복 학습을 시켜서 학교를 보내곤 했는데
딸 아이는 같은 반이 된지 얼마 되지 않는 친구들에게 벌써 \" 넌 수학을 못하니? \" 라는 식의
질문을 여러번 받은 터라 기는 꺾일 때로 꺾였고 다그치는 선생님 앞에서 주눅은 들때로 들
어서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는 순간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 다는 아이의 말에 분을 삭히고
담임께 전화를 했다. 조근 조근 내성적인 딸 아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잘 부탁 드린다는 말로.
.. 걱정했던 것과 달리 상냥한 담임의 말투에 뭔가 이제 변화가 있겠구나 안도하며 일달락을
지었다.
하지만... 역시나 착가...
딸 아이의 히스테릭한 행동과 잠 잘때의 발광적인 잠투정, 일찍 일어나던 아이는 아침마다
이불 밖으로 나오기를 꺼려해서 나와 신경전을 벌이기 일쑤였다.
난 엄마들의 치맛바람을 좋게 보지 않는 사람이다. 솔직히 그만한 능력을 갖고 있지 않기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큰 아이가 6학년이 되도록 봉투 한번 내민적 없이 저학년때까지 1 년이
면 2~3번 청소 한 번 가 주는 것으로 선생님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나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2만원짜리 롤케잌을 사들고 딸아이의 담임을 찾아 갔다. 담판을 지을 생
각으로... 물론 딸 아이에게는 비밀로 하고서... 엄마가 자신의 일 때문에 학교를 들락거리며
편의를 도모 한다는 것을 알면 자만하고 버릇 없을 것이 걱정 되는 마음에.
내가 학교를 오기 전 날 찾아 뵙겠다는 전화를 드렸는데도 선생님의 차림은 수업이 끝난지 2
지났음에도 체육복에 부시시한 모습이었다. 결혼 안한 처녀의 모습은 어디에서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유나에 대해서 학교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먼저 내 쪽에서 물었다. 상냥하게 아이가 너무 내
성 적이라 걱정 스럽다는 말을 장황하게 꺼내 놓았다. 자리에 앉은지 30분이 넘도록 냉수 한
잔 내미는 것 없이...
활발하지는 않더라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딸 아이가 자리에 앉으면 웬만해서 일어
나는 일 없이 혼자 앉아 있다는 말을 하는 선생의 말에 화가 치솟았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또 그 분이 나보다 나이가 어리기는 하지만 직책이 직책이니만큼 눌러 참으로 말을 하기 시
작했다. 얼굴에 웃음을 머금으며... 하지만 그곳에 앉아있는 막중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제
대로 겁을 주고 싶었다.
\" 유나가 내성적이긴 하지만 분위기에 따라서는 잘 노는 아이입니다. 그런 아이가 여러번 선
생님께 혼이 나고 아이들에게 공부 못하는 아이로 보여지는 것 때문에 받은 상처로 집에서
하지 않던 행동 들을 하고 있어서 부모 입장에서 걱정을 안할 수가 없네요. 언제 시간을 한번
내서 아이를 정신과에 데려가서 상담을 받아 볼 생각입니다. 2학년에 올라와서 한번도 편하
잠을 자는 것을 보지 못했고 어디서 배웠는지 혼 날 줄 알면서도 신경질 적인 행동에 물건을
집어 던지는 것과 같은 난폭한 행동도 하고 있으니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내린 결론
입니다. \"
당황한는 담임의 표정...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내가 원하는 말이었다.
\" 유나가 그렇게 심하게 힘들어 하는 지 몰랐네요. 어머니... 제가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는
데... 병원에 가는 것은 아직 이른 것 같으니까 좀 더 지켜봐 주세요. 제가 신경을 쓰겠습니
다.\"
이런 저런 얘기가 순탄하게 오고 갔다. 그리고 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며 교실 뒷 문을
향해 걸었다. 그러다 뒤에 서 있는 담임을 향해서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선생님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
\" 30이에요... \"
\" 좋은 때네요. 그럼 교육자로 접어 든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선생님께서 교직을 잡기까
지 처음에 꿈과 신념과 교육관을 있었을 텐데, 지금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처음에 그 마음
이 지금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 하시나요? \"
\" 네?!!!... 음... 잘 될때도 있지만 안 될때도 있고...안 될때면 잘 해야 되겠다고 스스로 다짐
을 하기도 해요. \"
\" 그러시겠죠. 유나의 꿈은 수시로 바뀌고 있습니다. 어느 애들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하더군요. 우리 아이가 선생님을 상대로
그 꿈을 갖고 변함없이 키워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나에게 학교의 선생님은 집에 엄
마와 같이 너희들을 이뻐하고 걱정하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엄마의 말이 거짓이 아
니라는 것을 아이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 쐬기의 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고자 했던 말을 모두 했기에 속이 편안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편하지만은 안았다. 나름대로 아이들을 상대로 가르치고 있을 담임에게 너
무뢰를 범한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이제 내 나이 36...
아이들의 엄마로 나 역시 엄마의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를 되집어 보게도
했다. 나 역시 화가 나면 아이들에게 못할 말도 하고 때리기도 하는데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 여러 아이들을 혼자 몸으로 가르치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담임이 이해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엄마라는 신분은 제 새끼의 아픔을 보면 무식하게 용감해지게 하곤한다.
나의 철부지 10대,겁 없는 20대, 잘 난 맛에 사는 30대 초반을 이제 막 벗어난 나의 뒤를 돌
아 보면 후회 막심한 것 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