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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라면 이런 민원 사례 어떻게 해결하실지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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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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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가족


BY 김현수 2006-03-18

\" 당신 무엇때문에 매일 술을 마시는데?\"

\" 사업때문에?\"

\"그래서 매일 술먹어서 떼돈 벌어다 줬어요\"

그는 말이 없다.

 

\"00아빠 난 그렇게 생각해요.

 돈보다 중요한건 가족이라고 생각해.

 돈이 뭐가 중요해. 가족이 행복하면 되는거 아니에요?\"

\"이 사람이 답답한 소리하네.

 세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아. 난 날마다 불안하다고?\"

 

\"그럼, 술안먹고 집에 일찍들어오고 할때보다 수입이 2배에요?

 지금 있는돈 까먹고 있잖아!\"

\"난 사람들을 만나야지되.

 이사람 저사람 어떤부류의 사람이든 다 만나고 다녀야 한다고?

 당신이 집에만 있어서 잘 몰라 그러는데

 사업이 안되니까 불안하구, 정말 위기의식을 느껴. 이렇게 안하면 안된다구!\"

 

그의 말에 가슴이 아려오기도 했지만

난 순순히 수긍할 수만은 없었다.

 

\"여보 사업하는 사람이 어떻게 항상 성공하기만 바래요!

 실패해본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는거 아니에요.

 그렇게 힘들면,

 우리 아파트팔고 시골로 가서, 그돈으로 애들 대학까지 공부가리키고,

 우리둘이 농사지으면, 둘이 밥은 먹을테니까 사업 그만 합시다\"

 

난 그렇게 애원을 했다.

 

\"당신 사업말고, 혹시 나한테 불만 있어서 그러는거면 말해봐요

 내가 고칠 수 있는건 다 고칠께\"

\"당신한테 불만없어?\"

\"그럼 내가 뭐 잘못한거 있어?\"

\"아니 없어\"

 

계속 그렇게 술에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서 들어오는

모습이 보기 싫다고, 혐오스럽다고,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댔다.

설득도 하고, 애원도하고, 협박도 해보았다.

 

그때는 그가 이미 변해가고 있는줄 몰랐다.

오늘은 안그러겠지, 오늘 만큼은 안그러겠지 하면서

난 그저 하루하루를 견뎌가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건.

그를 설득시키던가, 참는것

두가지 외에는 아무런 방법도 없었다.

 

난 서서히 지쳐갔고,

급기야 남편처럼,

아니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단계까지 가고 있었다.

 

부부싸움을 한다는건 그래도 건강한 관계라는걸 그때는 몰랐다.

 

난 점점 말이 없어졌다.

그에게 더이상 아무말도 하고싶지 않았다.

늦게 오던, 술을 마시던, 외박을 하던,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얼굴을 마주치지 않는것이,

오히려 내 마음이 더 편했다.

 

차라리, 외박을 하고 안들어오면

짐승처럼 흐트러진, 혐오스러울 만큼 무너진채,

술에 젖어버린 모습을 안보는 것이 좋을만큼

우리는 점점 이상한 가족이 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