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다.
오늘이 첫번째 놈들 탄생일이다.
헌데 날씨가 며칠 추워진다니 여간 걱정이 되는 게 아니다.
아침을 먹으며 남편에게 오늘이 \"디데이\"라고 귀띰을 했더니
정확하게 날짜 세었느냐고 묻는다.
내가 늘 덤벙거려서 미더워 하지 않기때문이기도 하지만
날씨가 추워 진다니까 며칠 뒤쯤이었으면 하는 마음도 섞여 있는 것 같다.
남편은 지난달 달력 26자에다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쳐 놓고는 \"세마리\"하고 써 놓았다.
세마리가 그날 알을 품으러 산실로 들어 갔다는 소리다.
우리 부부는
닭장에다 유아실, 산실, 별실,등으로 이름을 편리하게 붙혀 부르고 있다.
지난주말 이제는 날짜를 기억해 두어야 할 것 같아서,
많지도 않은 숫자를 분명하게 손가락으로 또박또박 짚어가며 세어 본
스물 한번째 날이 바로 오늘이었던 것이다.
즉,첫번째 품기 시작한 세마리의 어미가 산모가 되는 날인 것이다.
그것 말고도 이번달 달력에도 벌써 세곳이나 동그라미가 쳐 있다.
금년에는 너무 일찍 닭들이 알품기를 시작하고는
모이도 안 먹고 마냥 들어 앉아 있는게 안타까와서 그냥 알을 넣어 줬는데
작년 보다는 한달쯤이나 이른 것 같다.
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병아리들이 나오게 될 지경이어서
그 여린 것들이 추위에 떨 생각을 하니
괜히 알을 일찍 넣어 주었다는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어미를 떼어 세배나 되는 병아리를
방에다 키우기도 쉽진 않을 것 같으니 이래저래 걱정이다.
\" 다녀 올께요. 틈틈이 들여다 봐요~\"
움직이기 싫어하는 그이가 나도 미덥지 않아
몇번이나 당부를 하고 서실을 다녀와서 가방을 내려 놓자마자 얼른 가봤다.
닫혀진 문안에 세팀이 각자 출입문만 뚤린 집안에 들어 앉아 있다.
라면집, 국수집, 참외집,심지어 소주집도 있다.
주인 기분 내키는 대로 만들어진 집이다.
처음 시골로 왔을땐 볏짚을 얻어다 엉성하나마 둥우리를 만들어 줬었는데
식구가 늘다보니 지저분하고 해서 생각해 낸 것이 빈 상자였다.
늘 남편만 들락거리다가 내가 모처럼 들어 갔는데도
함부로 움직일수 없어서그런지 시침을 뚝 떼고 날 쳐다 본다.
호흡까지 멈추고 행여 무슨 소리가 들릴까 귀 기울여 봐도
새로운 소리는 들리질 않는다.
견디다 못한 어미가 비상신호를 보낸다.
\"꾸꾹~ 꾸꾹~!\"
(조심해라 위험하니 꼼짝말고 나올 생각 하지 말아라.)
대략 이런내용을 전하는 말이다.
그동안 해를 넘기면서 식구를 늘려 보았기에
이제 어미의 소리만으로도 대략
무슨 신호를 보내는지 알아챌 만큼 노련해져서
새끼 소리가 안들려도 그 품속엔 새끼가 있다는 걸 짐작 할 수 있다.
부화된 새끼를 품고 있다는 증거다.
어린 새끼는 부화한지 이틀쯤이면 밖이 궁금해서
어미의 쭉지 밖으로 머리만 쏘옥 내밀고
그 맑은 작은눈을 깜빡 거리며 세상 구경을 하는데
어미는 애가 타서 들어가라고 위험하다고 꾸꾹~꾸꾹 거린다.
그러나 철 없는 것들은 못 참고 밖으로 나와버리게 되고
알을 품던 어미는 아직 덜깬 알이 있음에도
밖에 나온 새끼가 염려되어 그냥 나와버리게 되니
안에 남은 알은 부화도 못하고 죽거나 곤달걀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몇년전만 해도 시장에가면 \"싸롱\"인가 뭔가(정확친 않음)라해서
병아리가 다 되어 미처 깨어 나오지 못한 것들을
일부러 몸에 좋다 해서 잡숫고 앉아 계신 어른들을 종종 볼 수가 있었다.
물론 그것들이야 부화장에서 나온 것들이라지만
닭을 키우면서 직접 그런 상황를 가까이 보게 되니
지금은 그 생각만 해도 속이 뒤집히는 것 같다.
저녁이 되면서 바람결이 더 차가와 지는 것같다.
일기예보는 내일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며 기습추위가 올것이란다.
다행이 모레 낮쯤이면 풀린다지만 내일 하루가 걱정이다.
어미품에서 하루만 꾹 참고 있어 주면 좋으련만
자식도 여럿이다 보면 별종스런놈이 있듯이
이놈들중에도 유난스레 바깥구경이 일찍 하고 싶어 하는 놈이 있을 것이다.
유별스럽게 부산스럽던 큰 아들아이 어릴적 생각이 난다.
파출소에서도 찾아오고 오락실에서도 찾아오고,
버스터미널이 집 근처에 있었는데
아무버스나 기어 올라 타고 앉아 있었다면 어쩔뻔 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주소와 전화 번호가 적힌 노란 하트 모양의 이름표를 등에 붙인채
엉성한 걸음으로 뒤도 안보고 걷던 세살쯤의 아들아이 모습이
저녁나절 별 일 없냐고 걸려온 수화기속에서 딸려 나와서는
이 시간까지 나를 쫓아 다닌다.
내일쯤엔 모습이 보일 것이다.
노랗고 보송보송한 모습에 토종닭이라고 머리에 점 하나씩을 찍었겠지.
쥐눈이콩만한 까만 눈으로 세상을 보고는
뭔 날씨가 이리 춥냐고 노란 부리로 삐약삐약 소리도 지를것이다.
어쩌면 온몸이 까만 오골계도 몇마리 나올지 모른다.
남편은 가끔 오골계알 몇개씩을 섞어 넣어 주기도 하니까.
지난해 봄에 부화해서 어미를 따라 다니던 병아리들이
너무나 귀여워서 디카에 담아 내 컴에 저장해 두었는데
그 병아리들이 커서 이번 이른봄엔 어미가 되어 새끼들을 데리고
또 내 카메라에 담길 걸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아,참~!
디카 충전을 해 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