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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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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댁 꼭꼬로.....


BY 가을 단풍 2006-01-07

기분이 자꾸만 가라 앉았다.

고팠다.

영양보충이 필요했다.

아무도 나에게 영양보충을 해줄 사람은 없다.

눈물이 자꾸만 흘렀다.

그러나 누구하나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애들에게 자꾸만 짜증이 갔다.

원인 분석을 해보았다.

이것은 순전히 내 책임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욕심을 못채워서 생기는 병임을 알았다.

 

대청소를 시작했다.

얼마나 버릴것이 많던지

`우리들 인생은 쓰레기, 인생과 같다고 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 만큼 우리 생활속에서 쓰레기가 많다는 뜻이겠지.

침대를 끌어냈다.

방이 넓어졌다.

애들 방에서 묶은 책을 한 트럭은 골라낸 것 같다.

냉장고 청소를 하루 종일 했다.

환경이 조금은 바뀌었다.

그러나 쿨쿨한 마음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밤에 생긴일이다.

우연히 휴대폰에 메모장를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난 우리 여보를 사랑 하지만 우리여본 내맘을 몰라줘.\"

어! 이상하다.

우리 남편은 기계친데 이걸 누가 찍었지.

그리고 요즘은 마누라만 보면 틱틱 거리는데.

도대체 누가 .......

차라리 멧세지로 보냈으면 상대방이 누군지 금방 알수 있으련만.

내 휴대폰에 직접남긴 멧세지에 주인공은 알수가 없었다.

이걸 남편에게 물어볼까 말까하다가 남편이 보낸걸로 속고 살기로 했다.

우리 남편의 별명은 곰 아저씨다.

그만큼 표현이 없고 곰처럼 행동한다하고 붙여준 별명이다.

그러나 너무 궁금한 나머지 메모에 주인공을 찾기로 했다.

남편에게 물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찍어.\"

 당연하게 말했다.

조금은 실망했다.

큰딸 작은딸에게 메모장을 보여줬다.

두아이가 모두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막둥이도 모른다고 잡아뗏다.

참 말로 귀신이 곡할노릇이네.

그냥 남편이 찍은걸로 생각하고 살면 좋았을걸.

마음이 슬퍼졌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됬나.

그 작은 메모장에 이렇게 마음을 쓰다니.

내 자신이 이렇게 초라하게 늙어가는구나.

그러나.....

막내딸을 살살 구슬렸다.

누구니?
니가 했니?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왜 그랬어.?

\"엄마도 사랑이 필요할것 같아서 그랬어.\"

그리고 한마디 더 덧붙였다.

\"아빠가 불러줘서 내가 찍은거야.\"

아 !

그랬구나.

이제야 머릿속이 정리됬다.

기계치인 우리 남편이 막내딸에 도움을 받아은 것이었다.

순간 가슴이 찡~ 해왔다.

\" 내가 철이 없긴 없지 그건 나도 인정해.

그래 ~우리도 이제 부터 닭살 부부로 살자구요.

닭살부부가 되어 꼬꼬댁 꼭꼬 하며 살면 얼마나 좋아요.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막둥이도 귀엽기 한이 없었다.

아빠와 약속을 지키기위해 잠시동안이라도 입을 다물었던 그점도 깜찍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나를 살찌게 하는 말은 남편에 애정어린 마음이었다.

우리 남편은 평소에도 가끔씩 그랬었다.

\"당신은 내맘 모른다고.\"

우리 남편이 지독을 떨기 시작한것은 우리 막내딸을 낳고 난후였다.

한때이긴 하지만 크게 부족한 것은 몰랐다.

아낄줄을 알았지만 근천을 떨어야 한다는것에 적응이 안됬다.

그막둥이 제대로 못길러 놓으면 어떡하느냐고 근천을 떨기 시작했다.

그게 너무 심해서 우리 막둥이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기도 했었다.

용돈이 생기면 아빠 엄마 죽어서 밥을 사먹는다고 한푼도 쓰지 않았었다.

요즘엔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돈쓰는것을 배워서 그런지 곧잘 동전을 손에 쥐고 다니지만.

그래 ~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떼.

이제부터라도 우리 가족 닭장처럼 살자구요.

당신이 꼭꼬댁 꼭꼬하면 나 역시 꼭꼬댁 꼭꼬 할테니까요.

아님 내가 먼저 꼭꼬댁 꼭꼬를 해도 좋고.

몇일동안 식구들을 들들 볶았던 내 자신이 너무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