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경 부터 바뀐다던 날씨가 11시가 넘어 서서히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 하고있다.
지난 몇일 한여름 날씨답게 더워 잠을 설치게 하더니만 오늘 새해 들면서 수건을 뒤집어 쓰지 않았을 뿐이지 밖은 완전 “한증탕” 같았다.
곳곳에서 일어난 산불은 더위를 한층 실감나게 하여주고 있었다.
바닷가를 가려해도 햇살이 너무 뜨겁고 풀장엘 가려니. 물론 만원 목욕탕같은 실정이기도 하겠지만. 어디를 간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은 날이였다.
새해 첫 예배를 마치고 교회근처에 사시는 친정으로 갔다.
얼마전 식구들이 모이기도 하였고 꼭이나 신정을 지내는 것도 아니어 들리지 않았어도 되었지만 너무 더워 어디에도 갈수도 없었다.
그 집은 다블 블릭이여 왠만한 더위에도 안은 시원하였는데 오늘은 어찌할수 없었던지 선풍기를 틀어 놓고 계셨다.
뒷마당, 앞마당 할것없이 화초들이 기운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엄마 말에 의하면 다 타버렸다고 했다.
술이 진한 흙색으로 변한 옥수수의 누렇게 마른 길다란 잎들도 기운없이
척척 늘어져 있었다.
그래도 겹겹히 껍질에 쌓인 옥수수는 더욱 잘 어물어 가고 있지않을까.
이곳은 여름이면 의례적으로 산불이 난다.
뉴우스에선 수풀 옆에 있는 집들이 불에 활활 타고 있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불은 몇날 몇칠을 행진이라도 하듯이 수풀속을 일련로 타들어 가기도 하고 오늘 밤처럼 심하게 부는 바람에 이리저리 불똥이 날아가 더욱 타는 범위가 넓어져 어느 해에는 여러 동네가 다 타버린적도 있었다.
내일이면 이곳의 정상적인 휴가는 끝이난다.
남편같은 경우, 한해동안 힘들게 일하고 년말 1주 조금 넘게 쉬는 시간이였지만 올해는 바닷물에 손한번 담구어 보지 않은채 지나갔다.
한해 넘기기가 결코 싶지는 않았는지 아는분의 어머님께서 소천하시는 이유로 홀리데이를 한이틀 잡았다가 하루만 보내고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
내일부터는 기온이 내려 간다하니 조금 늦게 새해 계획을 세워보아야겠다.
나이들어 갱년기 탓인가. 더위는 정말 힘들다. 어떻게 해야할바를 모르겠다.
그 핑계로 아무것도 않고 문 꼭꼭 닫고 에어컨을 튼채 한국 연속극들만 줄기차게 보면서 지냈다. 참으로 무미건조하게 보낸 시간들이긴 하였지만
어쩌면 휴가다운 휴가였을지도 모른다.
열어놓은 창문의 브라인더의 발발거리던 소리가 멈추어 버렸다.
바람이 멈추어 버린것이다.
이왕 부는 바람 비구름을 잔뜩 몰아나 주지.
이 밤에 소낙비가 억수같이 쏟기워 계속 타 들어가고 있는 산불이라도 꺼주었으면 정말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