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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개토왕의 어린 시절 사랑 '꽃님'을 보고


BY 김경란 2005-11-24

공연이 대성황리에 끝나서 다시 서울부터 시작하여 연장 앵콜 공연을 하게 될 것 같아서 미리 안내차 후기 올립니다. 기회가 되면 꼭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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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님' , 사랑의 화신



    
들꽃

          
던져진 생이라고
슬픔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바람 가운데 함부로 흔들린다고
네 앞에서 쉬운 꽃으로 꺾이고 싶지는 않다
나는 이 너른 세상에 들꽃으로 피어나
하늘처럼 살고 싶었을 뿐이다
짙은 향기로 너를 매혹시키지는 못해도
외롭다고 칭얼댄 적 있느냐
함께 바람을 맞으며
우리가 같은 모습을 갖고 태어나
같은 표정으로
같은 몸짓으로
한 계절을 흘러가지만
나는 아무도 그립지 않다
빛이 작열하여 내 몸을 태워도
나는 한 번도 울어본 적 없다
잠시 멈추어 손목 한 번 잡은 바람의 정이 있다고 해서
기다림이 얼마나 고독한 사랑인지를
느껴본 적도 없다
내가 너의 가는 길을 막은 적이 있느냐
이렇게 기댈 벽도 없이
시시때때로 흔들린다해서
나를 함부로 꺾지 마라
나는 한 계절 소리 없이 피었다 지는
이름 없는 들꽃으로 살고 싶다.



  지난 금요일과 일요일 두 차례 ,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슬프지만 강한 사랑의 힘을 보여준 '꽃님'을 만났다.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미쳐 가는 담덕과 가놈과 성동을 만났다. 일찍 어미를 잃고 가엾지만 외롭지 않은 '꽃님'을 위해 황폐한 그 땅에 종을 치는 꽃님의 아비, 오두를 만났다. 모두는 조금씩 꽃님을 위해(?) 미쳐갔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을 향해 지탄을 보내지도, 외면하지도, 가엾어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당당하게 미쳐갔고, 그 중심에 '꽃님'은 청초하고 맑은 들꽃으로 피어있었다. 결국은 사랑의 힘으로 슬프지만 아름답게 미쳐 가는 '꽃님'을 위해 관객은 숨을 죽였고, 한 시간 40분 동안 단 한 부분도 허를 보이지 않아 우리는 모두 갈채를 보낼 기회를 놓쳤다. 숨이 막힐 듯한 적막감이 감동을 눌러 눈물을 흐르게 했고, 터져 나오는 백성들의 오열로 우리의 슬픔은 극에 달하여 가슴 그득 벅차게 전이되어 오는 한 시대를 보았다.


'누군가 내게 물 한 모금 주신다면 내가 밟는 이 땅을 드리겠다던' 담덕의 약속이 꽃님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으로 승화되면서 담덕은 사랑과 용서와 덕의 힘이 가장 위대한 통치 방법임을 배우게 된다. '담덕'의, 난세를 타파해나가는 용기와 따뜻한 심성, 무소불능한 힘과 섬세함, 분노와 사랑은, 배우의 살아 불타오르는 눈빛과 거침없이 토해내는 풍부한 노래에 힘입어 적나라하게 표출되었다. 그는 꽃님을 만나 스스로 설레었고, 그리워했고, 사랑했으며, 그 사랑의 힘으로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 꽃님을 향한 '담덕' 사랑은 붉은 빛깔의 신의였고, 영웅으로 나아가는 힘의 원천이었다.



  '내가 저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나를 죽이시오! 내가 저 여자를 간음했습니다! 나를 죽이시오! ' 가슴을 찢으며 파고드는 저 '가놈'의 간절한 절규는 아직도 몸에 소름이 돋게 하는 젊은 열정, 그것이었다. 오로지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사랑을 위해 기뻐하다, 사랑을 위해 결국은 꽃님 대신 뛰어 들어 화살을 맞고 죽어간, 백제의 포로가 되었다가 다시 고구려의 포로가 되어 결국은 고향 신라로 돌아가지 못하고 꽃님을 사랑한 대가로 죽고만, 아름다운 청년, 가놈. 가놈의 애절한 노래와 순수한 사랑 때문에 나는 체면 불구하고 함부로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그의 슬픈 표정과 어눌한 몸놀림 때문에, 안타까운 사랑 때문에 나는 울었다.



 '관미성을 버리려면 나를 죽여 밟고 가라' 고 목숨을 걸고 간언 하던 충신 성동! 냉철하고 이성적이고 지극히 남성성을 지닌 담덕의 충성스러운 신하 성동은 꽃님에 대한 사랑의 표현을 가장 완전하게 남성적이고 가부장적인 방법으로 시행했다가 결국 꽃님을 사랑한 대가로 죽음을 맞게 된다. 승리를 위한 축제의 마당에서 춤을 추는 꽃님에게 반해 꽃님을 사랑하게 된 그는 과연 그녀가 담덕 태자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여인이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저 관미성 백성 중 하나일 뿐인 반반한 처자라고 여겼던 것일까. 흔들림 없이 꼿꼿하던 그의 눈빛이 장수의 기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충직하고 강인한 이미지의 분산을 막기 위해 어쩌면 우리에게 그의 마음을 내비칠 노래를 단 한 곡도 들려주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그토록 목숨처럼 지켜내던 담덕의 손에 의해 베어진 성동의 사랑은 '슬픔'이다. 시대를 달리해도 아직도 풀리지 않는 슬픈 사랑의 뿌리다.  



'전쟁으로 인해 얻은 것은 상처요, 잃은 것은 아내라' 고 목놓아 오열하면서 전쟁의 끝이 얼마나 참혹하고 비참한 것인지를 우뢰와 같은 노래와 육신이 뒤틀리는 온몸의 연기로 전해주던 꽃님의 아버지 '오두' 는 우리 모두의 아비였다. 아내를 잃고 홀로 꽃님을 키우며 꽃님이 성장해 가는 이 땅의 모든 아픔을 지켜보며 종을 치던 종지기인 '오두'의 꽃님 사랑은 당연히 '부정(父情) ' 이다. 세상사는 낙이 오로지 꽃님의 행복이었던 그는 결국 짓밟혀 미친 딸, 꽃님 때문에 미쳐간다. 미쳐 가면서도 딸에 대한 사랑만은 놓지 않고 지키려했던 아비의 사랑, 아마 그 사랑만큼은 앞으로 2천년의 세월이 더 흐른다해도 결코 퇴색되지 않을 영원한 사랑의 화신이리라.    



  '허락 받고 오셨다가 허락 받고 가십니까? 여심에는 칼을 뽑아 담그지 못하니 강물은 출렁출렁 바다 향해 갑니다. 용서하오, 저 달 안고 그대 잊으려하니. 용서하오, 저 별 안고 그대 잊으려하니... ' 담덕의 애절한 사랑 고백에 대한 꽃님의 담담하지만 받아들이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을 노래한 답가이다. '꽃님'의 맑고 깊은 눈빛에 우리가 빠져들었고, 연보랏빛 습자지의 흡인력을 지닌 촉촉한 노랫소리에, 강물처럼 피할 새 없이 스며들었다. 스며들어 담덕이, 들꽃이, 관미성이, 칼과 창을 겨눈 적들이, 그녀를 사랑한 사람들이, 그리고 내가 더불어 '사랑의 그녀'가 되었다. 그녀 안에서 우리의 모든 슬픔과 고통과 아픔과 분노가 새로운 사랑의 힘으로 승화되어 가장 위대한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담덕은 꿈을 이루어 승리하였고, 공연은 함께 눈물을 흘리고 갈채를 보낸 관객과 함께 승리하였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사랑의 화신, '꽃님'으로 살아 이 땅에 우리 모두를 지켜줄 힘이 사랑이라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다. 뮤지컬 '꽃님'의 1시간 40분 공연을 단 한 곡의 노래로 압축하여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꽃님의 노래가 아직도 귓가를 맴돌고 있다.



칼은 바로 앞의 적을 벨 수 있지만
덕은 적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어요.
창은 열 보 앞의 적을 찌를 수 있지만
덕은 적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어요.
베지 않고 찌르지 않고 죽이지 않고
천 리 밖의 적이라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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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아직도 감동이 채 식지 않아
마치 내가 꽃님인 듯, 사랑의 미로 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내가 가놈인 듯, 가슴이 아리는 슬픔이 남아있어
자꾸 우울해집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부귀영화를 누리는 무소불능의 자리에 앉았어도
여전히 꽃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술잔에 마음을 담아 홀로 취할
담덕인 듯, 쓸쓸합니다.

미리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 넓은 대공연장의 너른 무대를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소수의 인원으로
꽉 차게 느낄 수 있게 해주신 무대 장치에 대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과거 회상을 그림자 영상으로 표현한 것은 쇼킹했구요,  
수 많은 군사들의 전쟁씬이나, 들판, 관미성 등의 무대 표현에 대하여  
무어라 칭송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랍고 멋졌습니다.
박수도 치지 못할 만큼의 숨죽이는 긴장감 속에서도
억눌렀던 감동을 결국은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트리게 하는 장면도  
무척 인상적이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배우들 스스로 공연 속의 실제 인물이 된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는데 그래서인지,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한 동안 멍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고백입니다.
  
뮤지컬의 백미인 장중하면서도 감미롭고
역동적이면서 섬세한 아름다운 음악을 백분 소화해내었다고 생각하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몸동작과 표정 등의 연기력은
어느 영화,연극 배우들 못지 않게 완벽했다는 생각도 감히 했습니다.
  
비록 나흘 동안의 짧은 공연으로 막을 내려서 아쉬움이 크지만,
곧 다시 전국 어디에서나 제2,제3의 공연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지녔으면서도
전세계에 자신있게 드러내어 자랑할 만한
멋진 공연 관람하게 되어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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