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남편이 프라하 시민에게 지갑바친 얘기 쓴적 있었는데요. 오늘 재탕합니다요.거기 잠깐 있었던 남편의 실수를 얼마전에야 알았거든요.^*^

뮌헨에서 밤기차를 타고 도착한 프라하 아침은 얼마나 상쾌하고
밝고 환하던지요. 숙소에 들어가서 창문을 죄다 열어놓으니 뽀송뽀송한 바람이 휑휑

몰려들어와요.  짐을 풀고 목욕탕에서 다섯식구 빨래를 말끔하게 빨아
창틀이고  옷걸이고 되는대로 걸쳐놓으니 펄러덩 펄러덩 시원한 바람에 빨래들이 휘날리는데....
그걸 바라보고 누워있는 기분이 어찌나 개운하고 편안하던지요.^*^

프라하는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도시였어요. 특히 밤중에 언덕을 한참 걸어올라가 본
비타성당과 비타성당에서 내려다본 프라하시내 야경이 꿈같았어요.
여기저기 많이도 걷고 보고 쉬며 삼일을 프라하에서 머무르고   떠나는날 아침무렵 

제가 꿈을 꾸었어요.

꿈속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네요. 그즘 막 취임하시고 얼마나 눈코뜰새 없이

바쁘실터인데 어찌 그리 황공하옵게도 프라하에 있는 제꿈속까지 왕림하셨는지.
대통령께서는 저희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얘기도 나누고 나란히서서 어깨를 부딪혀가며
오래된 지기들처럼 다정한 모습으로 껄껄 웃기도하고 무언가 중차대한일을 도모하시더군요.

이런 경사스런일이!

대통령꿈을 꾸면 좋은일이 있을 징조라는데....

뿌듯한 마음으로아침에 눈을 뜬 남편에게 다짜고짜 말했어요.

"자기, 암만말고 내꿈 산다그래. 좋은일이 있을꺼야.꼭 사야돼."

이왕이면 남편에게 좋은일이 있는것이
우리가족모두에게 좋은 일일터이니 반 우격다짐으로

"꿈 내가 산다."

외치게 하고는 천원을 받았어요.

남편에게 받아든 천원짜리를 흔들어대며 아이들에게도 확실하게 공표를 했어요.

"애들아, 오늘 엄마가 좋은꿈을 꿔 갖구 아빠한테 팔았거든.

이게 꿈값이야.

확실히 자기가 내꿈 산거다."  떠들어부시니

아이들은 도데체 무슨꿈이냐고 궁금해 난리를 칩디다.

대통령이 그 큰 힘으로 횡재를 가져다 줄터인데 함부로 입을 놀리면

행여라도 그 효험이 날아가버릴까봐 꿈 내용은 말도 못하고 혼자 벙실벙실 웃어대며
아침먹고 짐을 챙겨 숙소에 맡겨놓고 아이들과 기념품을 사러
시내로 나갔어요.

기분이다. 막내에겐 모자도 하나 사주고 큰애에겐 런던에서부터 사달라던 인형도 하나 사주고
예쁜 기념품들도 사고....셈을해가며  버스타고 전철타고 시내로 나가 국립박물관앞에서 부터 바츨라프광장을 향해 콧노래를 불러가며  걸어내려와 물건을 사고 돈을 내려던 남편이
에그머니!지갑이 없어졌다는거여요.

모처럼 프라하에서  점심도 맛나고 근사한걸로 먹고 그동안 안쓴 돈 좀 쓰자 하고
오십만원쯤이나 넣었던 지갑인데...그게 없어졌네요.

'아이고, 좋은일이 있을거라고 대통령꿈을 팔았는데..'
가슴이 뜨끔하는데 남편은 꿈샀던 일은 기억에도 없는듯 했어요.^*^
마구 위로를 했지요.

"아이구, 나쁜늠덜..아까 버스안에서 사람 많을때 그때 누가 빼갔나봐.
젊은애들이야 꺼내봐야 몇푼없을거구, 자기가 돈있어 보였나부다.
잊어버리셔..강도를 만난것두 아닌데 잊어버리구 지금부터 조심하면 돼지."

이렇게 설레발을 치면서 경찰서를 찾아가 지갑과 카메라를 잃어버렸다는 증명서를 받았어요.
카메라 하나에 이십만원까지 보상되거든요.현금은 안되거든요.

폴리스리포트를 받고  전대에서  돈을 꺼내 다시 환전하고 물건사고 밥을 먹도록
그여행이 다 끝나도록 아니 얼마전까지도 
개꿈꿔서 자기한테 팔아먹어서 지갑잃어 버렸단 소릴 안하더라구요.
기특하지요?^*^

허나 그 까닭이 다른데 있었다는걸 얼마전 남편 친구들이랑 등산갔다가 알았네요.
어떡하다가 쭉쭉빵빵 미녀 얘기가 나왔거든요.
남편이 마구 혼자 웃더니만 이렇게 말해요.

"내가 있지 그때 프라하에서..
지하철에서 내려갖구 걸어내려오는데 거기 사람들이 많았잖아.
근데 늘씬빵빵한 것들 서너명이 반나체루 걸어 오는거야.
그러더니 내앞에서 그것들이 손짓발짓 설쳐대면서 정신없게 뭐라구 뭐라구 

떠들더니  웃으면서 내다리를 막 만지더라구.그것들이.
어디가나 잘생긴넘은  알아 모시는구나 했더니만
나중에 보니까 지갑이 없어진거야. 킥킥킥"

캬! 그 쭉쭉빵빵 반나체여자들이 내꿈속에서 대통령으로 둔갑을 해 나타난것을.
그것을 이미련한 여편내가 눈치못채고 남편을 닥달해 돈내고사라 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