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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버지는 나를 사랑 하였을까?


BY 만녀소녀 2005-05-24

아버지가 돌아가신지가 벌써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내 기억속의 아버지는 늘 술이 취한 모습이였다.
 식전 댓바람부터 나가서 술이 취해서 한낮이나 되서 집으로 들어 오시면 한숨 주무시고 술이 깨면 또 어둑어둑한 저녁에 나가서 다시 술이 취하셨다.
나는 그런 아버지가 너무 싫었다.

 다른 집 아버지들은  자식들을 끔찍히도 생각하던데 어째서 우리 아버지는 허구 헌날 술에 찌들어 계실까....

평소에도 술을 좋아하시던 아버지는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자 그 이후로 아예 삶을 포기라도 하신듯 맨날 술로 세월을 보내셨다.
 
매일같이  대포집에 아버지를 모시러 가는것이 싫어서 한번은 아버지께 악다구니를 해댔다.

" 아버지 아버지는 도데체 집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매일 술로 세월을 보내는교?

" 집에서는 밥이 끓는지 죽이 끓는지도 모르고 술만 마시면 우짜는교 자식을 낳아만 주면 부모인교.  자식들을 책임질 능력도 없으면서  낳기는 뭐할라고 낳았는교?
나는 아버지께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그런나에게 아버지는 
" 내가 무슨 낙이 있어서 살겠노 너그 어미도 먼저 가고  술이 내 친구 아이가?


" 그러면 왜 엄마를 그냥 죽게 놔 뒀는교? 수억이 들어도 병을 고쳐서 같이 오래 사시지 왜 그냥 죽게 놔두고 이제와서 술타령 하는교?"

무능력한 아버지를 만나 엄마는 고생만 하시다가 병을 얻어  내가 고등학교 1학년때 돌아 가셨다.
학교에 가져갈 공납금이 없을때도 엄마는 동동 거리며 돈을 꾸러 다니셨고 그런 엄마가 불쌍해서 난 견딜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모든걸 잊을수 있는지 술만 마셔댔다.

가장의 역활은 아예 할 생각도  하지 않으셨다. 

그런 아버지 모습이 너무 보기 싫었다 모든 남자들이 다 아버지 같다면 어쩔까 하는 생각 때문에  결혼할 마음도 없었다.

어느날인가 퇴근한 나에게 아버지가 이러셨다.
" 다른집 딸들은 연애도 잘하고 결혼도 잘하더만 니는 눈이 없나 코가 없나 와 결혼을 못하노?"

그런 아버지께 또 악다구니를 해댔다.
" 저요 결혼 안합니다. 아버지 같은 사람 만날까봐 겁나서 못하구요. 그리고 아버지 옆에서 평생 붙어서 아버지 애나 팍팍 먹일랍니다.와요?"

그랬다 그당시 나는 정말 결혼이 하기 싫었다.
그러던 나에게 한남자가 나타났으니 바로 지금의 남편이다.
아버지때문에 결혼할 마음이 없었던 나에게 유일하게 결혼 하고픈 남자 였다.

마음의 빗장을 열게해준 남편과 결혼 생활을 막 시작 할쯤 다급하게 걸려온 전화 한통화...........

 아버지게서 위독 하시니 빨리 친정으로 오라는 오빠의 전화 였다.

그저께 까지만 해도 멀쩡하시던 아버지께서 위독 하시다니 믿기 어려웠지만 다급한 오빠의 목소리를 들으니 왠지 불안함 마음에 친정으로 내려갓다.
도착해보니 아버지는 안방에 누워 계셨다.

" 아버지 저 왔어예?"
" 그래 숙이 왔나?"
" 아버지 와 이래 누워 있는교?" 
"죽을때가 됬으니 그라제?"

" 숙아!니 산소에 갓다왔나? 야야 천정에 왠 개미가 저리 많노?

사람이 죽을때가 되면 헛소리도 하고 헛것도 보인다고 하더니 아버지는 이미 헛소리와 헛것이 보이는 모양이였다."

"아버지 우유드릴까요? 밥드릴까요?"
"아무것도 안먹는다 놔둬라?"

" 아버지 그라믄 막걸리 드릴까요?"
" 그래 막걸리 좀 도고"
돌아가시던 그날까지도 아버지는 술을 찾으셨다? 

어차피 돌아 가실분이라면 먹고 싶은거  드시게 하는것이 나을거라는 생각에 막걸리 한대접을 가져와 숟가락으로 떠 먹였다?

아버지 친구분이 오셨다?
어버지 허리밑으로 손을 넣어 보시더니 우리에게 장례를 치를 준비를 하라고 하셨다.

허리밑에 손을 넣어봐서 허리가 살짝 들리면 살수 있는 가망이 있지만 허리가 안들리면 곧  돌아 가실거라 하셨다.

그분의 말따라 아버지는 곧 임종을 하셨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딱 10년을 혼자 살다가 돌아가신 아버지...
이제는 자식들 결혼도 다 시키고 했으니 이세상 살아가는데 별 미련이 없으신지 아버지는 그렇게 우리곁은 떠나시고 말았다..

그리고 그이듬해에 나는 예쁜 딸아이를 출산 하였다.
그렇게 딸아이의 재롱에 빠져 하루하루를 지내던 어느날인가부터 허리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더니 나중엔 걸을수 없을정도로 하반신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디스크라는 병마가 나를 찾아 왔다..
남편의 등에  업혀서 매일 병원까지가서 물리 치료를 받아도 별 효과는 없었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한달을 치료 받아 보고 차도가 없으면 수술을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하였다.

의사선생님의 그 말을 듣고 온날밤   돌아 가신후 한번도 나타 나지 않으셨던 아버지가 나의 꿈속에 나타나셨다.

내가 어느 높은 언덕에서 밑으로 내려 오려는데  그길이 얼마나 험하고 무섭던지 언덕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을때 아버지께서 언덕밑에서 나에게 손을 내밀어 잡으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를 안전하게 땅에 내려 놓으시더니 뒤도 안돌아 보시고 어디론가 사라지셨다.
아무리 소리쳐 불러 봤지만 아버지는 나에게 다시 돌아 오시지 않았다...

그 꿈을 꾼날 이후로 이상하게도 차도가 없던 디스크 증상이 조금씩 낳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지금은 완전히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

한번도 꿈에 나타나지 않았던 아버지께서 딸이 위급한 상황일때 나타나신건 아마도 저승에서도 딸아이를 걱정하시는 아버지 마음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 한다..

아버지는 과연 나를 사랑 하셨을까?

술취하신 모습의 아버지라도  내곁에 오래 남아 주기를 바랬는데...
다시는 볼수 없는 아버지가 오늘따라 더욱더 그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