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 생일에 일어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간단히 신랑과 시엄마와 외식을 하고 싶었지만, 시누이 가족이 제 생일을 축하해 주러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결혼하고 처음 맞는 생일이고 시누이의 그 마음을 모르지도 않는 바 아무 내색도 할 수 없었습니다. 시엄마는 미역국과 갈비찜과 약간의 반찬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제 머리 속엔 상차림과 먹고 난 후의 설거지로 난감했습니다.
출근길 남편한테 말했습니다. "오늘 설거지는 당신이 해줘."
우리 신랑, "물론이지. 내가 해 줄께."
[사실 설거지를 할 사람이 없습니다. 시엄마께 부탁하기엔 맘이 불편하고(음식해 주신 것도 감사한데, 시누이 가족들 앞에서 젊은 사람들은 다 앉아있고 나이드신 분이 설거지 한다는 도리에도 안 맞는 거 같기에) 임신해서 배가 많이 나온 시누이에게 부탁할 수도 없고, 더더욱 고모부는 안될 테고, 저는 제 생일날 마저 설거지를 하기 싫었기 때문에 신랑밖에 없습니다.]
퇴근 길 다시 한번 부탁했습니다. 우리 신랑.. "물론 해 줄께. 걱정마 "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가니, 시누이네 가족들이 와 있었습니다.(고모부, 임신한 시누이, 3살난 아기). 시엄마는 갈비찜을 데우고, 미역국을 데우고 밥을 하고 계셨습니다.
나는 겉옷만 벗고 대충 손만 씻은 채 상차림을 도왔습니다. 울 시누이 좋은 사람입니다. 단지 몸이 많이 안 좋았고 지금 임신 중이라 힘들어서 도와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날따라 회사에서도 대청소를 해서 제 몸은 천근만근이었습니다. 밥을 먹고 나니 설거지가 한 가득... 빈 그릇을 싱크대로 옮기는데, 시엄마 말씀.. "따뜻한 물로 씻어라. 기름이 많은 그릇들이라.."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내 생일날 그 많은 설거지를 할 생각에.. 친정엄마가 생각났습니다.
"엄마(시엄마를 지칭), 오늘 설거지는 00씨가 해 준댔어요."
시엄마 말씀.. "잘됐네.. 장가가더니 철 들었네. 그래 니가 해라." (울 시엄마 사실 뒷끝도 없고 cool하시며 좋으신 분입니다.)
"우리 케익 먹자. 케익그릇까지 같이 씻으라고 해라." 울 시누이 한마디 거듭니다. 고모부에게 한마디 합니다. "신랑 봤지. 오빠가 설겆이 한대잖아. 신랑도 잘하지잉~~"
케익을 먹고 나서 아가씨네는 우리도 피곤하고 아가씨네도 피곤할 꺼라며 일어섰습니다.
울 신랑 설거지를 하고 울 시엄마 정리정돈 하셨습니다. 제가 정리정돈 도와드린다고 하니까 제 할 일 하라고 하십니다.
들어가서 자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고 시엄마 정리정돈 끝날때까지 말벗 해드렸습니다.
설거지를 끝낸 신랑한테도 다시 한번 고맙다고 하고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더 했습니다. 신부 생일날 설거지는 당연히 신랑이 하는 거라고...
신랑 생일날엔 신부가 상도 차리고 설거지도 하는데.. 신랑도 신부 생일날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거라고..
그러나 사실 고마웠습니다. 시엄마와 시누이네 앞에서 해 준 게.. 신랑한테도 고맙고 시엄마와 시누이도 고마웠습니다.
제게는 고마운 생일 선물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