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겨울비가 추적 추적 내리고 있다.
애들이 이것 저것 챙기느라 수선을 피더니,
한바탕 시끄러움도 잠잠해지고 집에서 움직임을
표현하는 사람은 단 한사람, 나.
안방에서 큰대자로 자는 사람은 내 신랑,
그 옆에 닮은꼴로 또 한명은 막둥이,
오디오에 클래식 CD를 넣고
아침밥은 건너띄고 뜨거운 녹차를 찻상보다 그냥
손에 감싸쥐고 창밖을 보니
나처럼 행복한 사람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뜨거운 김이 컵 주위를 촉촉하게 적시고
겨울비도 창밖에서 두둑두둑...
길 건너 아파트 베란다에 아직도 걸려있는
빨간 꽂감이 처량하게 내 마음에 거슬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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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내 어깨를 딱 치면서 깜짝
놀래키는데.
잠옷 차림의 우리 옆지기.
"비오는데 무슨 청승이야?"
"비오니까 이러지.마른날에 이러고 있음 더 이상하다."
우린 가벼운 실랑이를 했다.
남편은 모릅니다.
나이먹어 아줌마소리 듣지만 언제까지나
순수한 마음으로 시를 읊고 싶어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