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영혼속에서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등불되어 깜박이는 그대를 추억하겠습니다.
잿빛 창문 밖으로 싸락눈이 하나 둘
하얀 작은 점처럼 찍혀 질 때면
채 눈이 땅 위에 닿기도 전 전화벨이 먼저 울려
날리는 눈처럼 가벼운 음성으로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며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알프스 소녀가 되어 음악처럼 시를 읊어 주던
내 감성의 안식처였던 그녀
기어이 시 낭송의 댓가로
아직 쌓이지 않아 검은 바닥이
바둑 돌처럼 군데 군데 드러나 있는
집앞 놀이터에 나를 불러 내어 놓고
"발 밑이 푹신하지" 하며
끝 모를 눈빛으로 내 두 눈에
영원히 깨고 싶지 않은 최면을 걸던
그대의 순수함을 추억하겠습니다.
사랑은 끝없는 갈증이라며
내리는 눈을 앵두같은 입 벌려
한참을 받아 먹고도
갈증이 다 가시지 않음에
안타까워 하며 눈이 녹아 든 내 입술을
장난스레 건네 보던
그대의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천진스러움도 추억하겠습니다.
아픈 이별식을 하던 그때도 눈은 내렸고
하얗게 내려 앉는 어깨 위의 눈을 털어 주며
"꼭 순수한 네 마음을 털어 내는 것 같다"며
나보다 더 아파하던 그녀
까만털 외투에 미련으로
다시 내려 앉는 눈을
차마 두번은 털지 못하고
앞서 털어 논 내 마음 위로
큰 눈사태 되어 내려 앉던 그녀
첫눈 오면 꼭 다시 만나자며
너무나 익숙해 내 손 같은
그러나 이제는 놔 주어야 하는
서로의 두 손 마주 잡고
헤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에
피빛으로 물든 서로의 눈속에서
끝없이 얽혀 드는 눈물로
언약식을 대신했던
우리의 지켜지지 않은
그 마지막 약속도
또한 영원히 추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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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겨울들어서 첨으로 서울엔
첫눈 다운 눈이 내렸네요
첫눈 내리는 이맘때는 예전의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그리며....
배경음악 : 이선희 - 눈이 내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