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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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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유.


BY 억새풀 2004-05-17

오늘 아침 참 느긋해서 좋다.

아직 베란다 밖 하늘이 희멀거니 흐려 있지만 도시의 아침 풍경이 조용한 시작으로 출발하니 세삼스레 참 신선해 보여서 좋다.

아이들 챙겨서 학교 보내고 신랑 출근시키고 그러고 나면 그 나머지는 온통 다 내것이니

 나도 오랫만에 그런 여유를 누리고 있으니 그래서    아마 오늘 아침은 내게 유난스럽게도 편안한 아침일께다.

 

오늘 까지 마감일임에도 불구하고 베짱 내밀고  오늘을 휴무를 잡았다.

쭉 놀고 싶어서.

토요일 오후 부터 월요일 까지 맘 놓고 푹 쉬고 싶어서.

누가 그러더라.

아줌마가 할일은 적성을 따지기 보다는  편안하게 일하는 분위기가 제일 좋은 직장이라고

물론 내 전문 지식이 있어서 아님 결혼전에  경험이 많던 일일지라도

전업 주부로  한 10 여년 꼭 박혀 있다 나오면 그것도 그리 쉬운일이 아니라고........

 

하루 왠 종일 컴퓨터만 보고   귀가    왱 소리 나도록 전화   상담하고

거기다   무슨 차등보수제라 하면서  스트레스 팍 팍   주고 아니 나 스스로 받고...........

옛말에 우리 한국 사람들은 돗네기 하면 잘 한다고

여럿이 하면 그냥 시간만 떼우고 적당히 일 하지만 이놈의 돗네기만 하면 악착같이 한다는 어르신네들 하는 우스개 얘기.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역시 아줌마는 동적인 일이 잘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머리쓰는 정적인 일은 남 보기에는 고상하고 편안해 보이지만

왠지 이 무능한 아지매 한테는 영 어울리지가 않는다.

아마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그런 습성이 몸에 베어서 그런가 보다.

골치 아프게  머리 굴려야 하고 세부적으로 꼼 꼼히 따지는 것에 질색인 나 한테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래도 하는 날 까정은 꾹 참고 해 봐야지.

어차피 해야 할 일이면 그것을 즐기라 하는 말도 있듯이

그래도 천만 다행인것은 옆에 있는 근무하는 이들이   다 좋은 사람들이고

퇴근해서 피곤해 죽겠다고 밥 돌라 하면  스스럼 없이 올라와서 밥 먹으라는 내 가까운  친구들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때론 행복하다.

정말 피곤해 죽겠고 입맛도 없는데 배는 고프고 그러면 손 쉽게 전화해서

" 어여! 경민아 수민아 내 배 고프고 힘 없다. 밥 도"

그러면 두 말도 없이

"그래 ?그라믄 올라와 기냥 됀장에다  상추 뜯어 놓고 비벼 먹자.얼른 와잉"

 

난 그 맛에 산다.

양푼이에 그냥 상추만 뜯어 놓고 고추장 한 숟갈 넣고 거기다 참기름  쭉 붓고 쓱 슥 비벼 먹고 나면

피곤이 사르르 눈 녹듯 사라진다.

들어갔던 두 눈도 나온다.

몸도 한결 가벼워 진다.

디저트로 커피 한잔 먹고 아지매들 하는 우스개 야그로 몇번 배 터지게 웃고 나면 오늘 스트레스는 어지간히 날라가 버린다.

 

그래서 난 또 행복을 맛 본다.

나는 이 맛에 산다.

 

아침 마다 우리 효자놈(중1)이 학교 가면서 현관문 앞에서 이 어미 보고 하는 말이

 

"엄마 갈때 차 조심히 가고 올때 차 조심히 와

그래 알았다. 니나 조심히 다녀라 임마! 엄마는 어른 아이가 그런 소리는 내가 니 한테 해야 하는거 아이가!"

그래도 그 다음 날 또 그 다음날도 하루도 안 빠져 먹고 하는말

"엄마 갈때 조심히 가고 올때 조심해서 와 조심히.

그래 그래 알았다 알았어.오케이 땡큐 땡큐...................."

오늘 같이 내가 안 가고 집에서 쉬는 날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엄마 갈때 조심히 가고 올때 차 조심 조심해서 잘 와

그러길레 "엄마 오늘 쉰다 임마 "하고 큰 소리로 웃으면서 말하면

 

"그라믄 엄마 집에서 조심히 있어래이."

그래 그래 오케이 오케이~~~~~~~~~~

 

난 그래서 산다.

잊어질만 하면 내게 행복의 맛을 가르쳐 주는 이들이 있어서 그래서 난 그 맛을 안다.

세상에서 그 어느 누구도 흉내 낼수 없는 그 달콤하고 감동적인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