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참 느긋해서 좋다.
아직 베란다 밖 하늘이 희멀거니 흐려 있지만 도시의 아침 풍경이 조용한 시작으로 출발하니 세삼스레 참 신선해 보여서 좋다.
아이들 챙겨서 학교 보내고 신랑 출근시키고 그러고 나면 그 나머지는 온통 다 내것이니
나도 오랫만에 그런 여유를 누리고 있으니 그래서 아마 오늘 아침은 내게 유난스럽게도 편안한 아침일께다.
오늘 까지 마감일임에도 불구하고 베짱 내밀고 오늘을 휴무를 잡았다.
쭉 놀고 싶어서.
토요일 오후 부터 월요일 까지 맘 놓고 푹 쉬고 싶어서.
누가 그러더라.
아줌마가 할일은 적성을 따지기 보다는 편안하게 일하는 분위기가 제일 좋은 직장이라고
물론 내 전문 지식이 있어서 아님 결혼전에 경험이 많던 일일지라도
전업 주부로 한 10 여년 꼭 박혀 있다 나오면 그것도 그리 쉬운일이 아니라고........
하루 왠 종일 컴퓨터만 보고 귀가 왱 소리 나도록 전화 상담하고
거기다 무슨 차등보수제라 하면서 스트레스 팍 팍 주고 아니 나 스스로 받고...........
옛말에 우리 한국 사람들은 돗네기 하면 잘 한다고
여럿이 하면 그냥 시간만 떼우고 적당히 일 하지만 이놈의 돗네기만 하면 악착같이 한다는 어르신네들 하는 우스개 얘기.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역시 아줌마는 동적인 일이 잘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머리쓰는 정적인 일은 남 보기에는 고상하고 편안해 보이지만
왠지 이 무능한 아지매 한테는 영 어울리지가 않는다.
아마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그런 습성이 몸에 베어서 그런가 보다.
골치 아프게 머리 굴려야 하고 세부적으로 꼼 꼼히 따지는 것에 질색인 나 한테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래도 하는 날 까정은 꾹 참고 해 봐야지.
어차피 해야 할 일이면 그것을 즐기라 하는 말도 있듯이
그래도 천만 다행인것은 옆에 있는 근무하는 이들이 다 좋은 사람들이고
퇴근해서 피곤해 죽겠다고 밥 돌라 하면 스스럼 없이 올라와서 밥 먹으라는 내 가까운 친구들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때론 행복하다.
정말 피곤해 죽겠고 입맛도 없는데 배는 고프고 그러면 손 쉽게 전화해서
" 어여! 경민아 수민아 내 배 고프고 힘 없다. 밥 도"
그러면 두 말도 없이
"그래 ?그라믄 올라와 기냥 됀장에다 상추 뜯어 놓고 비벼 먹자.얼른 와잉"
난 그 맛에 산다.
양푼이에 그냥 상추만 뜯어 놓고 고추장 한 숟갈 넣고 거기다 참기름 쭉 붓고 쓱 슥 비벼 먹고 나면
피곤이 사르르 눈 녹듯 사라진다.
들어갔던 두 눈도 나온다.
몸도 한결 가벼워 진다.
디저트로 커피 한잔 먹고 아지매들 하는 우스개 야그로 몇번 배 터지게 웃고 나면 오늘 스트레스는 어지간히 날라가 버린다.
그래서 난 또 행복을 맛 본다.
나는 이 맛에 산다.
아침 마다 우리 효자놈(중1)이 학교 가면서 현관문 앞에서 이 어미 보고 하는 말이
"엄마 갈때 차 조심히 가고 올때 차 조심히 와
그래 알았다. 니나 조심히 다녀라 임마! 엄마는 어른 아이가 그런 소리는 내가 니 한테 해야 하는거 아이가!"
그래도 그 다음 날 또 그 다음날도 하루도 안 빠져 먹고 하는말
"엄마 갈때 조심히 가고 올때 조심해서 와 조심히.
그래 그래 알았다 알았어.오케이 땡큐 땡큐...................."
오늘 같이 내가 안 가고 집에서 쉬는 날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엄마 갈때 조심히 가고 올때 차 조심 조심해서 잘 와
그러길레 "엄마 오늘 쉰다 임마 "하고 큰 소리로 웃으면서 말하면
"그라믄 엄마 집에서 조심히 있어래이."
그래 그래 오케이 오케이~~~~~~~~~~
난 그래서 산다.
잊어질만 하면 내게 행복의 맛을 가르쳐 주는 이들이 있어서 그래서 난 그 맛을 안다.
세상에서 그 어느 누구도 흉내 낼수 없는 그 달콤하고 감동적인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