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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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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의 대한 기억.


BY 도영 2004-04-30

아침부터 강구항에 볼일이 있어 바닷가 도로를 달렸습니다.

오늘따라 바다색은 연회색에 가까왔고

바다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은듯 지나치게 잔잔 해 차로 돌진을 해도 밑으로 가라 앉을것 같지 않는 어이 없는 상상을 수초간 해보았답니다

바다는 회색과 옅은 청색을 석어 짠 커다란 양탄자 같기도 했고

봄 들판에 쑥 군락지를 보는것 같기도 하고

어제 까지만 해도 시퍼런 바다가 오늘은 회색빛이라고 웬 쑥을 떠올렸는지 ...후`~

그 앙탄자 같은 바닷길을 달려 오는데 희미 하고도 신비스러운 첫사랑이 떠오르길래

 멋쩍어 백미러를 들여다 보니 나와 눈이 마주친 거울속에

늙은 사십대 아낙인 내가 나를 보고 있었습니다.

보라색과 첫 사랑.

윤기나는 단발 머리 나폴대던 스무살 시절.

다리위에서 마주 오는 사관 생도와 권색 미니 주름 치마에 흰 폴라 니트 차림에 노란 샌달 신은 소녀가 마주 쳤답니다

그날따라 그 다리위에는 나와 그와 둘 뿐.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그에게서는 포릇한 향수냄새가 은은히 내게로 스며 들어왔는데 그의 향은 색으로 설명 하자면 청보라색 산뜻하면서 따스한   향내 였습니다.

그의 자신만만한 눈동자는 그날 내리쬐는 한여름 자외선 만큼 강렬 눈빛이 있는데

그의 강렬한 눈빛은 내 가슴속에 각인되어 버렸답니다.

생도모자 아래서 강렬히 빛나던 그의 눈빛을 내 마음속에 담아 둔채

그렇게 일년이란 세월을 보내고 또 여름이 왔습니다.

어스름한 저녁무렵 ..

집으로 가기위에 다리를 건너 넓은 신작로 언덕을 내 오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보라색 원피스!!잠깐 보라색!!""

돌아다 보니 일년전 그 사관 생도가 소위 계급장을 달고 서있었습니다.

희미한 어둠속에  그의 눈빛은 여전히 빛이 났고 그의 어깨는 다이아몬드 소위 계급장이 

전봇대 불빛에 반짝 이더군요.

일년전 그의 향을 느꼈던 포릇한 향을 몰고 그렇게 내게로 다가 왔습니다.

 

그와 나는 다리 위에서 두번째의 우연한 만남으로 그렇게 시작 되었고

그의 두번째 만남에서 첫마디는

""보라색이 잘 받습니다..아주 완벽하게..""

그리고 스카이 라운지에서 콜라를 마신 기억과 콧등을 쏘는 탄산 가스에

이맛살을 찡그리는 나를 보며 쿠쿠..웃던  그남자 ""신 소위""

그리고 주말이면 대전에서 나를 보러 왔고 .

뚝방 코스모스 만발한 파란 가을 하늘 아래서 나의 가는 허리를 염려 했었는데.

그 가늘던 허리가 현재는 밥먹고 앉으면 여성지 두께만큼 잡히는 중년 아지매가 되었있으니.

신소위는 이상하게 마음이 급해서 결혼을 서둘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집안 빵빵한 배경 좋은 며느리자리를 보고

그의 부모님은 압력을 가하는 상황 이였는데

지금 짐작을 해보니 ..

처가 배경 좋으면 출세도 빨랐을테고

그의 부모님의 뜻에 굴복한 그역시도 이해타산을 따진끝에 이별을 선언 했겟지요.

그의 의해서 그와 내가 헤어지던날 은행나무 팔랑 거리는 삼거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가 내민 일방적인 결별의 악수를 받아 들였고

순간 좋아하는 사람손은 이런 느낌이구나 참 느낌이 좋으네 ..그랬습니다.

그는 이별의 악수를 하고 등을 보이고 떠난 가을이 지나고 ..

눈덮인 그해  겨울 어느날

퇴근 하는 나를 기다리며 우리집 대문앞에서 서있었습니다.

몆달만에 보는 그의 얼굴은  좀 말라 보였고

""그동안 괴로웠다.다시 오면 안되겟나?""그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흔들렸습니다.

 

모질고 냉정한 내 확고한 태도에 ..

그는  어느날 담을 넘어 내방을 열고 절규를 하며 짐승 처럼 울부짖자 놀라 뛰쳐 나온 동생 은 야구방망이를 든채  그를 내앞에 막아 섰습니다. 당시 혈기 팔팔한 고등학생인 내 남동생 손에 야무지게 얻어 터지고  쥐터지고  ..

질질 대문 밖으로 쫓겨 나간후..일주일후...

그가 마지막으로 찾아 왔떠랬습니다.

그날은  함박눈이 펑펑 내려 온 세상이 하얗게 덮은 밤이 였습니다.

함박눈을 그냥 맞고 서있는는 그가 우리집 대문 앞에서 나를 기다렸습니다.

그의 모자위에도

그의 어깨 위에도

그의 군화 위에도 두껍게 눈이 내려 앉았습니다.

순간 나는 그의 어깨에 눈을 털어주고 싶은 충동을  꾹 눌러 참은채

그에게 ""가세요..가..가란 말이야.""내목소리는 소프라노톤으로 가늘게 올라 갔고

그역시도 마지막 발걸음이라며  "다신 안온다.나도..""군인 답게 짧은 한마디속에 그의 뜻을 함축 시킨채 그는 두번째 등을 보이고 다시는 오지 않을 은빛 베일 같은 눈속으로 ..오뉴월 개 혓바닥 늘어지듯 어깨를 늘어 뜨리고 가고야 말았습니다.

눈 을 밟고 가는 그의  군화 소리는 마치 맨발로 깨진 유리를 밟는 아픔 처럼 따끔 거렸고 그해 겨울은 길고도 어두운 터널속에 갇힌  우울함으로 그해 겨울을 소진해 버렸습니다

 

 

그날 함박눈이 쏟아지던 그 겨울날

그가 떠난 자리자리마다  선명한 군화 자국이 길게 이어져

그가 떠난 자욱 자욱 마다 첫만남때 내가 맡은 포릇한 향내는 함박눈속에 묻혀져 더이상 그의 신선하고 따스한 그의 향내는 그 이후로 그 누구에게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따금씩 들려 오는 그의 소식.

그는 집안 빵빵한 여자와 결혼을 했고

그 집안 빵빵한 그의 부인은  나의 친정 작은집.. 앞집에 사는 그의 이모 한테 하소연 하며

사네 못사네  눈물을 뿌린것을 몆번 봤다는둥...

작은 엄마가 간헐적으로 들려 주곤 했는데 ..

지금도 친정에 가서 작은집에 들릴때면

그의 이모가 사시는 작은집 맞은편 대문을 슬쩍 바라보고 작은집 대문 벨을 누른답니다.

작년말 그와 내가 만났던 다리를 건너기 위해 차를 몰았습니다

이십년도 훨씬넘은  보라색 사연이 깃든 다리를 건널수가 없었습니다

오래된 다리라 검은 락카로 ""철거중""이란 성의 없이 갈겨서 쓴 커다란 글자와 함께 일부는 흉칙하게 녹슨 철근을 드러낸채 철거가 한창 이였습니다.

나의 이십대 초반의 아리한 추억의 개봉교 다리는 그렇게  부숴져 그 잔해는 어디론가 버려지듯 나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도 이만 커튼을 치렵니다.

 

 

해마다..보라색 라일락이 몽글몽글 피는 봄이 오면

""보라색 원피스!보라색!잠깐 서요!!""

그의 그말이 생각 나는것은 아마도 첫사랑이기에 가능한것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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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했던 시절.

유행가 가사가 절절하 닿았던 그와 헤어진 천구백팔십일이년도 쯤에 그시절이 그립다

그가 생각 나서기보다.

그시절에는 지금은 안계신 우리 엄마가 내 옷을 사입히고

이쁘다며 당신딸에 눈부신 젊음에  흐믓해 하신 엄마가 계신 시절이기에

천구백팔십년도로 돌아가고 싶다

어제는 큰아들을 억지로 데리고  베지색 폴라 반팔티를 사입히고 잘어울리는 그녀석의 탄력있는 젊음 앞에서 나는 마냥 흐믓 했다

쇼핑빽을 들고 나오는데 예전 내 손을 잡아 끌고 양품점으로 들어가 밤색 체크색 항아리 치마와 곱창 프릴달린 흰 블리우스에 핑크빛이 도는 연자주 조끼를 사입히시고 나를 바라보던 어머니가 생각 났다.

그당시 딸을 흐믓히 바라보는 어머니의 심정을 몰랐듯이

내 아들도 에미의 흐믓함을 모르고 앞서 걸어가는 내 아들도 이십 여년 후에는

내가 엄마을 떠올리며 회상 하듯이 나를 떠올릴까.

타임머신을 타고 블랙홀속으로  빨려 들어 가듯 과거속으로 들어 가고 싶다.

보라색이 잘 어울리던 그 젊은 시절로.

엄마가 살아 계시던 그시절로.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