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낮게 가라앉은 이 아침에 그리운 내눈에 옥이가 보입니다
가난하지만 부자가 먼지 모르던 옥이
장난감이 먼지 놀이가 먼지 좋은게 먼지 모르고 항상 일 하면서 욕을 듣던 옥이가 오늘은 더 생각이 나서 작게 노래를 불러봅니다
풀 냄새 ~피어나는 잔듸에 `누~워
옥이는 그노래를 혼자있을때 곧잘 흥얼거렸습니다
엄마한테 쫒겨나서 강대 산에 올라가 진달래를 뜯어먹으면서 낙엽많이 쌓인 언덕에 비비고 앉아 옥이는 자기가 쫒겨난걸 몰랐습니다
소나무 아래 작은 새싹에도 옥이는 가서 만져 봤습니다
손끝에 닿는 부드러운 촉감에 옥이는 가만히 웃습니다
산이라 해가 벌써 소나무 뒤로 넘어가는데 이제사 옥이는 걱정을 합니다
가서 밥도 해야하고 빨래도 걷어야 하는데 엄마한테 쫒겨나서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 옥이는 무섭고 드렵습니다
그래도 옥이는 아침나절 쫒겨나서 갈데없어서 걸어오던 이길을 다시 되돌아 갑니다
뒤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웁니다
그 그림자는 걱정도 웃음도 없습니다
길옆의 진달래가 지금은 먹고싶지도 않나봅니다
곁눈질도 않하고 지나갑니다
토끼길 같은 그 길을 옥이는 고무신을 들고 뜁니다
발에서 땀이나서 고무신이 벗겨집니다
옥이는 벗어들고 숨이 차던지 천천히 걸어 마을로 내려갑니다
아직 아줌마들이 밭에서 일을 합니다
머리에 수건을 쓰고 손에는 호미를 들고 긴 겨울 딱딱해진 땅을 파고헤칩니다
"옥아 니 또 강대산에 갔엇구나 엄마 피해서 갓음 얼른 와야지 엄마도 화가 금방 풀리는데......배도 안고프드나"
옥이는 아줌마 소리에 고개만 끄덕인다
"이그 쟤가 고생이야 어린것이 학교도 못가고 "
"누가 아니래 그래도 착하지 그 일 다하고 요즘 기집애들 멋 부리고 난린데 어디 옥이는 그래 집에서 일이나 하고 지 엄마가 머래도 나가지도 않구 "
고랑를 만들면서 옆집아줌마와 미옥이 엄마가 지나는 옥이를 불쌍하듯 처다보며 칭찬을 한다
"아고 맞어 저 집애들 정말 다~착해 가난해도 해만 넘어가면 옥이네 집에서는 웃음소리가 담 넘어 들린다니까 "
"아유~후~누가 아니래 "
'그래도 옥이 엄마는 복이야 애들이 착하고 학교도 열심히 다니잖아 "
"그래도 옥이 엄마는 왜 그리 옥이를 못 잡아먹어 난린지..."
"아 옥이 엄마도 속 상하지 멀쩡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그렇게 됏으니 안그러겟어 우리라면 더 할걸 "
지나는 옥이 귀에 뒷 소리가 요란하다
옥이는 집 앞에서 고무신을 땅에다 내려놓고 발을 턴다
사이사이 낀 모래알도 빼내고 흙알에 발바닥이 울긋불긋 하지만 옥이는 맘에 없다는듯 털고 신발을 신는다
벌써 엄마가 부엌에 있다
"아고 이놈이 기집에 어디로 끼질러 가서 여직 안와 우라질년 배도 않고픈가"
엄마의 소리에 옥이는 청포도 밑 대문앞에서 머적거린다
엄마가 한손으로 쌀뜻물을 버리러 나온다
"엄마"
"아니 너 거기서 머하니?일찍 들어와서 밥안하고 어여 못 들어와 때가 되면 밥 하러 와야지 여직 어딧다 해가 다~져서 오는거냐 "
엄마의 소리가 카랑하지만 눈은 매섭지가 않다
옥이는 안다
엄마가 화가 풀린걸 이럴땐 옥이는 얼른 엄마의 손에 잇는걸 받아서 버리고 펌프질을해서 물을 받아 부엌으로 가면 다~끝난다는걸
엄마는 얼른 마루에 앉는다
"그래 점심은 먹엇냐 아니 이 놈의 기집애야 엄마가 욕하고 내 쫒앗다고 그래 어디 끼질거 갓다가 지금 오면 어쩌겟다는거냐 얼른 들어와서 밥도 하고 빨래도 걷고 마당도 쓸어야지"
엄마의 소리가 정겹다
옥이는 그제사 배가고픈걸 느낍니다
연탄구멍 마게를 확 빼고 밥을 부지런히 합니다
짠지도 꺼내도 쓸고 깍뚜기도 담고 며칠전 지져먹고남은 고등어 조림도 뼈만 남고 무만 남앗지만 연탄불에 데웁니다
배추국에 마늘을 찧어넣고 간을 봅니다
얼마나 맛잇는지 옥이는 숟가락이 아니고 국자로 건데기 까지 퍼서맛을 봅니다
그날저녁 옥이는 마루끝에 앉아서 암말없이 배추국에 밥을 말아서 무만 남은 고등어 조림을 맛잇게 먹엇습니다
낮에 먹던 진달래보다 더 맛잇다고 옥이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