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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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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가 춤추는 화왕산


BY Ria 2003-10-10

화왕산과 우포늪은 내 고향 창녕의 자랑거리이다
내가 유년기를 보낼때는 그런산이 있는지도 몰랐다
고향을 떠난지 20년만에 찾아간 화왕산에는 억새가 지천으로
은빛물결의 파도를 타며 뭇 세인들을 황홀감에 젖게 하고 있었다.
정상을 500여m 남겨둔 분지에는 흰너울을 쓴 무희가
꺾어질듯 희어지고 넘어질듯 일어서며 따가운
가을햇살에 여린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었다.
은빛 억새의 군무에 취해
차마 아쉬운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10리길 넓은 억새평원을 뒤돌아 보노라니
지나가던 저 구름이 인생만사 아쉬울것이 어디
억새의 정취뿐이랴
미련을 버리지 못함도
남겨두지 못해 애타하는 것도
인간의 본성인것을
억새
바람이 일면 구름이 따라 일어서고
바람이 서면 나도 비켜서고
가던길 멈추고 어디엔가 닫으면
깃털처럼 가벼운 몸짓되어 눕는다.

억새는 바람과함께 피고
바람과함께 진다
부는 바람에 쓰러지고
바람의 끝자락에 일어선다

봄꽃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으며
시기하고 질투하지 않고
빈껍데기로 허물을 벗는다.

자신의 적막한 품에
다만 바람을 안고
새들과 작은 벌레들의
집짓는 소리를 즐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