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은행원 생활을 접은지
십여년이 훌쩍 넘었어요
겨울도 아닌 한여름 복판에서 왠 연탄불 타령..
바보상자에서 뮤지컬이나 발레 공연 광고가 나오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추억이 하나 있지요
그러니까 내가 얼굴에 뭐 하나 바르지 않아도 곱디고울
스무살 꽃띠시절이었어요
같이 연수를 받았던 남자 동료가 한달전부터
전화로 모일(토욜)에 자기네 지점으로 오라대요
같이 갈 데가 있다구...
그 동료에게 별 관심이 없던 전 건성으로 그러마..했죠
시간이 지나 그 문제의 모일이 다가오구...
전 건성으로 한 약속도 약속이니 그 지점으로 갔죠
그 지점은 리틀앤젤스 예술회관이 있는 동네였죠
반가이 나를 반기는 그 남자동료..
샌님처럼 반질반질하고 동그란 안경을 뒤집어쓴
천상 서울 짝쟁이였조
참고로 전, 강호동같은 듬직한 남자를 좋아한답니다^^
그 다음 상황..
그 같이 갈데란 것이 바로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에서 공연하는
호두까기 인형 발레공연!
켁~~~~~ 왠 발레??
이 나라 평범한 소시민인 전 발레라곤 텔레비젼 드라마에서나
스치듯 별 관심없이 봐 왔을뿐,
공연을 보러간다거나 주위에 발레를 하는 사람이 있다거나
모..암튼, 그 발레랑 저랑은 전혀 상관이 없고 관심조차 없었거든요
이구.....발레도 발레지만 같이 공연을 보러 갈 사람한테도 마음이 없는데,
어찌 그 상황이 감당이 되겠어요
암튼, 복날 쥔 손에 끌려 탕집 끌려가는 모냥새로 공연장엘 갔죠
호두까긴지, 호두깍긴지 공연은 시작되고
(흠..흠.. 까와 깍을 분명히 하기위해 네이버 검색창에서 검색했음!^^)
내 궁딩이는 좌불안석!
어떻게든 이 자릴 뜨고싶은 맘에 공연은 눈에 들어오질 않고...
반면 그 남자 동료, 흐뭇함과 뿌듯한 모습으로 옆에 앉아있더군요
공연이 반쯤 지났을까..
제 머릿속에 반짝 떠오른 기막힌 핑계거리 하나!
"어머! 어쩌죠? 집 연탄불 봐 달라구 새언니가 부탁했는데...
빨리 집에 가 봐야겠어요" ㅋㅋ(겨울이었음)
그 남자 동료 표정하곤---> @*@
잽싸게 궁딩이 털고 그 문제의 발레공연과 남자를 뒤로 하고
줄행랑을 쳤죠.....
그 이후로도 그 남자동료 자꾸 데쉬를 해 왔는데
떡 줄 맘이 생기질 않으니 ....
지금 생각하니 그 남자동료한테 참 미안한 일이었는데,
그후로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그냥 이렇게 세월이 흘렀네요
지금쯤 장가가서 아들 딸래미 낳고 잘 살거에요 아마..
근데, 서울 사람들...
다 그렇게 빤질빤질 윤이나게 깍쟁이 같이 생긴건 아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