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기도원에 가시자 건빵은 혼자 자기 싫다고 엄마 아빠 침대 위에 올라와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면서도 끝까지 버텼다.
결국, 남편은 소화가 안되죽겠는데 아빠 좀 가만 놔두라며 투덜대며, 어머니 방으로 가버리고. 아빠보다는 만만한 엄마와 잠을 자게 된 건빵은 기회를 노리는 것이었다.
"우리, 친하게 지내장께~~ 엄마, 우리 친하게 지내장께~~~" 게임을 하고 싶다는 말이다.
" 해탈하쇼~~~ 해탈하쇼~~~~~" ^^ 나의 단호한 대답이다. ^^
얼마 전 사회 문제집을 풀 때 우리나라의 종교 중 불교에 관한 설명에 이런 글이 나왔다.
<불교 : 욕심을 끊어 마음의 평화를 얻고 해탈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해탈이 뭐냐고 묻길래 "탈"은 "탈의실"의 "`탈"과 같은 자로 마치 옷을 벗 듯 욕심에서 벗어남을 말한다. 예를 들면 게임을 하려는 욕심에서 벗어나는 것이 바로 해탈이다 !! 라고 알려준 이후로 건빵과 나는 특하면 서로에게 해탈하라고 말하게 되었다. @,@
끝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건빵은 자신의 아바타 이야기를 설레임을 가득 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 것이었다.
건빵은 메이플 스토리라는 사이트에서 게임을 하다가 이제는 큐 플레이라는 사이트에서만 게임을 한다. 고로 메이플에서 벌어놓은 사이버 머니는 쓸모가 없게 된 것.
그런데 어찌어찌하여 큐 플레이에서 게임을 하다가 그만두고 메이플 스토리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친구를 만났단다. 그 친구는 이제 큐 플레이의 사이버 머니가 필요없을 터.
일반적으로 서로 전번을 까고(건빵의 말에 의하면^^) 전화통화를 한 다음 사이버 머니를 교환하는데 상대가 고등학생이라 우습게 보일까봐 전화통화는 못 했단다. 사기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교환에 성공해서 건빵의 사이버 머니는 졸지에 이백만원으로 급증 !!
멋진 안경을 사고 머리도 어떻게 어떻게 성형수술을 하고 옷은 아주 멋진 어떤 것으로 사고도 백만원이 남았다. 친구가 자기 아바타를 보더니 기절초풍하더라...는 등등의 이야기를 잠들 때까지 쉬지 않고 조잘~~~~~ 조잘 ~~~~.
자신의 아바타를 친구에게 자랑하듯 엄마에게도 보여주고 싶은데 "해탈하시쇼~~~" 연발하니 잠들 수밖에.
전쟁게임이 차라리 난 걸까. 사이버 게임은 그야말로 어른들의 세계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모방해놓은 것이다. 성형수술에, 복권방에. 사이버 머니를 교환하자고 해놓고 먼저 받은 다음 도망치는 사기도 빈번하다 한다.
무서운 아빠 그리고 하루종일 집에 붙박이로 있는 엄마 덕분에 하루 한 시간씩밖에 못하지만 맞벌이를 하는 집 아이들은 어떨까 아찔해진다. 게임에 목마른 건빵은 엄마와 아빠가 동시에 외출하기만 고대하고 고대한다.
건빵은 소풍을 갈 때도 놀이공원을 갈 때도 어젯밤처럼 그렇게 설레여 한 적이 없다. 자신의 아바타를 멋지게 꾸민 것이 그렇게 좋을까 ------
우리집에 드나드는 친구 녀석들끼리 하는 말을 보아도 온통 게임 얘기뿐이다. 요즘 아이들을 감동시키고 설레이게 하는 것은 게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