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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아줌마의 일기...(5)축하해 주세요~^^


BY 유리창문 2003-08-16

오늘은 우리 큰아들 웅변 대회가 있었다...

아침부터 가슴이 뛰고 긴장을 해서 안절부절.....

정작 대회를 치를 우리 아들은 태연함 그 자체......

 

그동안 대회가 언제인지도 모르고 무심하게 보냈던 시간....

대회 5일 앞두고서야 오늘이 대회라는걸 알았다...

부랴 부랴 연습 시켰지만 그때까지 제대로 외우지도

못한 우리 아들.....선생님은 말씀해 주셨다는데 모르고 있었던

내가 못난 엄마다.........5일동안 연습시키면서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가며 사용했다.....

하지만 아직 어리디 어린것이(6살) 내말을 알아들을리 만무하고

이제 막 책을 읽기 시작하는 아이에게 웅변내용을 이해하라고

하는건 정말 무리였다.......그야말로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수준....

 

답답하기도 하고 저렇게 못하는데 싶어 내가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고.......그래도 울 아들 끝까지 한다고 우긴다.....

차라리 못하겠다고 하면 아이가 안하려고 한다고 핑계라도 대고

혹독한(?) 연습이라도 안시킬텐데......내가 대회 나가지 말자고

해서 안나갔으면 우리 아들 분명히 선생님한테 일렀을 거다...

그게 너무 창피스러워서 '그래,어디 한번 해보자...'맘먹고

5일동안 진짜 열씨미 했다.......오죽하면 잠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앉아

웅변을 했을까.......그것도 두번이나......

지딴엔 스트레스도 엄청 받았을 거다.......내가 화도 내고

때려치아라~~하고 무안을 주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혼나도 하겠다던 울 아들......

오늘 해내고 말았다.......유치부 초등부만 하는 대회였는데......

옷도 따로 준비한게 없어서 그냥 하얀 니트에 까만 바지 달랑 입고

머리에 무스 조금 바르고 나가서 얼마나 잘하는지......

모두들 우와~~~하는 분위기 였다.......선생님과 나도

정말 이번엔 그냥 경험 삼구 다음 대회에 열심히 해서 상타자구

두손잡구 위로 했는데.......예상외로 우리 아들 너무 잘하는 것이다...

우렁찬 목소리와 또박또박한 말투.....

못하겠다고 겁먹고 도망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그런 아이들이 몇몇 있었다...그 아이 엄마의 표정에

속상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아직 뜻을 이해 못해서 쉬어야 할 부분에 쉬지 못하고

지나간 적도 있지만 그래도 선생님과 내가 마지막까지 천천히,

그리고 크게 하라는 말, 기억하고 정말 열심히 한 우리 아들이었다.......

 

너무 너무 대견했다.......

대회가 끝나고 시상......자랑스런 우리 아들.........

대상을 먹고 말았다~~~~~~~~~~~~~

다른데는 소질 없어도 소리지르는게 특기인 우리 큰아들....

웅변에 소질이 있었던지,아니면 무대체질이었던지........

유치부 대상을 먹고 말았던 것이었다~~~~~~~~!!

 

너무 너무 감격스러운 마음에 눈물이 찔끔......

그동안 얼마나 혼냈던지.....큰아이가 학원에 다닌지 꼭 일년 반만에

처음 타는 상이었다....그것도 제법 큰상이었다.....

금상이 시장상이었는데 대상은 뭐였더라~~~?

넘 흥분해서 제대로 듣지 못했다......

상패와 트로피는 학원에서 가지고 갔다.....월요일날 친구들

앞에서 시상해 준다고........

 

내가 우리 아들과 연습하면서 일등하면 엄마가 자전거 사주겠다고

약속을 했었는데 정말 좋은 자전거 하나 사줘야 겠다......

상을 못하더라도 잘했다고 사주려고 했는데 아무리 비싼걸 사주어도

아깝지 않을거 같다~~~~

상장이 무슨 대수겠는가 만은 그래도 처음 나간 대회에서

상을 탓다는 게 난 너무 자랑 스럽다......비록 소도시에서 열린

작은 대회였지만 자신감에 넘쳐서 열심히 한 우리 큰아들에게 정말

커다란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어서 제대로 키우고 있는지

늘 조바심 내던 나에게 우리 아이가 큰 선물을 안겨 주었다......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렸더니 남편도 너무 좋아했다....

그러면서 오늘 저녁 외식이다~~~~했다~~

(어제 월급도 탓겠다~~~ㅎㅎ)

 

남들이 들으면 정말 보잘것 없고 또 팔불출이라 놀리겠지만

정말 누구한테도 자랑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앞으로 우리 큰아들 구박 안해야지~~늘 어린 동생한테 치였는데

그러지 말아야지....하고 오늘은 정말 굳은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