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어김없이 점심을 먹고
일터를 향해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바람은 많은 성냄을 가라앉히고
떨어진 벚꽃잎 사이로 불고 있었습니다.
쓰레기통에 쓰레기 봉투를 집어 던지곤
이내 가던길을 계속 걸어갔습니다.
한눈팔 시간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전...
휘적휘적 가던 걸음을 멈춰야만 했습니다.
뜰안에 피어있는 풀꽃 때문입니다.
하얀 냉이꽃과 푸른보랏빛 꽃마리꽃의 작은 떨림이
내 온 신경을 떨리게 만들었으니까요.
작년 이맘때도
남들 보기엔 보잘것 없는 풀꽃때문에
가던길을 놀란듯이 멈춰서곤 했었습니다.
어느날 혼자보기 아까워
꿈이라는 친구를 이끌어
기어이 우리집 뜰안까지 데리고 왔었습니다
친구는 그 큰 눈으로 한참을
그 자리에서 떠날 줄을 몰라했습니다.
너무 이쁘다고 자연이 너무 경이롭다고....
올해도 약속을 어기지 않고
자연은 내 앞에 살짝 피어 있습니다.
작년과 올해의 나는 많이 변했는데...
비우고 버리기를 수백번도 더 했는데...
그러지요.
사는게 다 그러함을 압니다.
내 눈에 보이는 작은 풀꽃도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건 아닐겁니다.
자신의 팔자대로 피고 지고
열매맺고 기다리며 살았을겁니다.
세상이란 놈은
나 자신을 어두운 우물속으로 빠트려 놓고선
가지고 있는 추억까지도 더럽혀 놓고서야
유유자적하며 도망가 버렸습니다.
뚫어져 있는 구멍 위로 고만큼의 하늘만 보이고...
원망..증오...오기...
때론 이딴것도 필요했습니다.
그래봤자 소용없다 하더라만
그랬기때문에 우물속을 기어 나왔을거라 믿으니까요.
벚꽃은 엉성하게 떨어지고
진달래도 빛을 잃어가고
복숭아꽃과 조팝나무꽃이
한창 인기 절정입니다.
남의 암덩어리보다
내 코에 걸린 코감기가 더 아프다는 말이 있습니다.
떨어져가는 꽃잎보다는 한창 싱싱하게 핀 꽃에게 눈이 가듯
모든것이 이기적이고
모든것이 한때입니다.
나 혼자보기 아까운 풀꽃도
오늘 이 순간 최고치를 달하고 금시 시들어 지고 맙니다.
혼자 아깝게 보면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다시 보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겨울내내 3월달 온 종일 가슴앓이를 했지만
또 다시 살아나서 풀꽃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했습니다.
이모가 유방암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어도
친구가 백혈병으로 삶과 죽음의 두려움속에 지내도
친척 아이가 몹쓸병으로 지난달에 저 하늘로 날아갔어도
계절은 바뀌고
풀꽃은 가던길을 멈추게하고
새로운 만남이 나를 끌어잡아 당김에 감사하다 했습니다.
무엇이 남아 있는지 보채지 않을겁니다
건질게 있나하고 뒤적거리지 않을겁니다
나가면 나가고 들어오면 들어오고
도망가려하면 잡지않고
떠난다하면 훨훨 날아가게 놔두려합니다.
그것이 한 사람을 위한 길이고
나 자신을 힘들지 않게하는 최선이고
남아 있는 자에게 최대한의 배려입니다.
봄에 피는 풀꽃 무더기 속에
여름에 필 풀이 웅성웅성 모여 있습니다.
맞이하고 보내고 기다림을 자연은 가르쳐 줍니다.
그래서 전 자연앞에 서서 기다림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겨울,봄,여름...그리고 가을을
언제나 기다리고 참고 배우며
또 다시 준비자세로 오래달기기 출발선에 서서
두 주먹을 꼭 쥘겁니다
다시 시작해야 살아남는 사람은 살아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