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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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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큰 우리 딸 무서버라.


BY 억새풀 2001-11-02

"엄마 나 오늘 늦게 와요"
왜?....오늘 친구들하고 **중학교에 가요....거기는 왜?....
남학생 보러요....남학생 보러?????????
그래 남학생 어떻게 생겼나 실컷 보고 온나......."

"엄마 사실은 오늘 그 학교 예술제 하는데 구경 하러 가요. 친구들이랑.
그러니까 좀 늦게 올꺼예요......알았어 근데 너무 늦게는 오지마
엄마 걱정하니까...."

울 딸래미와 나눈 아침 얘기다.

울 공주는 여중 2학년 자기가 아주 예쁜 공주라 생각하고 사는

아주 앙큼한 애교 덩어리 딸래미이다.

남학생 구경하러 간다고 아주 꺼리낌없이 말하는 딸아이를 보며

어찌 저리 당당하게 말할수 있을까!

자신있게 말하는 딸아이가 이뻐 보인다.

내 자식이기에.

오후에 친구하고 시내에 볼일 보러 갔다.

요란한 음악소리 재잘대는 싱그러운 젊음들이 부러운것도 잠시 머리가 지끈 지끈하였다.

역시 우리는 어쩔수 없는 40 이 가까운 아줌마였으니까.

한참을 여기 저기 돌아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도 찾지 못하고 배도 고픈것 같고 시간은 자꾸 가고

길 거리도 어둑 어둑 해지니

딸래미가 괜히 궁금해진다.

그래도 모처럼 시내에 왔으니 우리 맛있는거 먹자며

음식점으로 들어 갔다.

거기도 역시 젊은이들로 북적 거렸다.

따끈한 우동 국물과 해물뽁음밥으로 맛있게 먹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나 쩡아.....그래 울 공주네.어디고?....

엄마 여기 노래방인데 우리 친구하고 남학생들하고 지금 노래방 왔거든 여기서 놀다가 학원 갈께요.....속으로(뭣이라 노래방? 그것도 남학생들하고.우메 우야노?)그러나 태연한척

너거들 몇명인데?......우리 5 섯명 남학생 5 섯명 인데....
근데 가들은 우예 알았는데?.....내 친구가 남학생 친구 있거든
그래 가들 친구들 하고 같이 왔어.....엄마 걱정할까봐 전화 하는거야.....엄마 나 빨리 가야돼....지금 노래 부르고 있거든...엄마 끊는다.....그래 재밌게 놀다 온나 넘 늦지 말고 알았지?"

아이의 흥분된 말소리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저 만치 멀어져 간다.

요즘 아이들 참 못말린다더니 울 딸이 딱 그 모양이다.


전화를 끊고 나니 참 어이가 없다.

뒤통수 한대 얻어 맞고 띵한 그 기분 바로 그것이었다.

남학생들 하고 노래방 갔다고 전화하는 딸 아이를

그것도 스스럼 없이 아주 당당히 말하는 내 딸아이를 어찌 생각해야 하는지를!

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자.

아니야 이건 아닌데......

친구한테 얘길 하니 자기도 그냥 웃는다.
그냥 냅두라는 뜻일께다.

속으로 무지 걱정되고 혼란 스럽지만 이 엄마에게 이런 얘길 해주는
딸아이가 한편으로 무지 고맙다.

이렇게 억지로라도 위안을 삼을수 밖에 없다.

어른들의 고정관념으로 보지 말고 그네들 눈 높이로 봐야지.

이렇게 단정짓고 나니 맘도 좀 홀가분 해진다.

그렇치만 집으로 돌아오니 또 신경이 곤두 선다.

이때 전화가 요란스레 울린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엄마 나 쩡아!나 학원 왔어....그래 재미나게 놀았어?....응.
그래 잘 하고 와....엄마 끊어.아이 러브 유......미 투"

참 우습다.

나 혼자 고민하고 나 혼자 결정짓고 딸 아이는 아무렇치도 않은데....

나중에 학원 마치고 돌아 오는 딸래미는 오늘 기분 무지 좋았다는 표정이

온 얼굴에 그득한데....

그래도 이 놈의 얄궂은 노파심이 가만 있질 못하고 난 또 물어 본다.

"쩡아야 잘 생긴 남학생 있드나?...아니.

니 맘에 드는 아 있드나?.....뭐 ...별루.

담에 또 만나기로 했나?....아니...그냥 친구 하기로 했어.

친구 어떻게?......엄마는 그냥 친구......

딸아이는 그냥 시큰둥하게 말한다.

그래? 근데 엄마 걱정 하지 않게 해....엄마가 뭐 걱정하는지 알지?

엄마는 울 공주 믿어 알았쮜?.....응.알았쪄."

난 딸아이의 머리를 조그맣게 콩 쥐어 박는다.

자기도 내 머리를 콩 쥐어 박는다.

그래도 딸아이는 그리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역시 나도 마찬가지이다.

늘상 이 어미와 나누는 무언의 대화임을 저도 알기에..

속으로
(담에 한번씩 또 물어 봐야지..현재 진행형인가? 과거 완료형인가?
호호호..자는 딸도 다시 보자는 말도 있는데.으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