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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꽃 쑥부쟁이와 부레옥잠


BY 들꽃편지 2001-09-11

보라색꽃 쑥부쟁이와 부레옥잠(부레옥잠)
아이와 개 한마리와 나는
호수공원을 향해 거닐었어요.

길가엔 가을물이 들어 가고 있는 강아지풀.
마른 바람에 말라가고 있는 잔디.
노란 민들레가 아닌 하얀 민들레로 하늘을 보고 있는 민들레 씨.

호수공원 입구엔 코스모스를 닮은 주홍색꽃이 내 발길을 멈추게 했어요.
연실 코를 땅에 박고 걸어가는 개는 무슨 냄새를 찾는 것인지...
우리 셋은 돌 징검다리 길을 지나
호수 가장자리에 나무 길을 만들어 놓은 자연학습장으로 걸어갔지요.

코스모스 보다 여리고 하늘거리는 가을꽃이 뭔지 아세요?
쑥부쟁이...
보라색 쑥부쟁이가 가을과 함께 가득가득흔들리고 있었어요.
난 그 곳 앞에 서서 한참을 움직일 수 없었어요.
내 마음이 왜 그런지 아세요?
그냥...그냥...그냥.....
옛기억의 그리움,막연한 기다림,알 수 없는외로움...뭐 이런거지요.

그리고...
부레옥잠 꽃만이 간직한 보라색의 신비로움과 서러움이
한꺼번에 들락거려 가슴이 먹먹했어요.
왜 난 보라색으로 피는꽃이 가슴에 와서는 비수처럼 슬픔이 꽂히는지,
그 이유를...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박하꽃의 박하사탕 냄새와
조금씩 가을빛이 스며드는 풀잎과
잠시 흩뿌리며 지나가던 소나기와
통나무 울타리에 자생하던 이름모를 버섯과
가을이라 하는 이런 9월의 일요일 오후...

아이는 들꽃 이름을 물어보고 알려고 하는 마음에
나는 들떠서 알고 있는 만큼 들꽃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개와 아이와 나는 나무 의자에 앉아,
아이는 포도맛 써니텐을 마시고,
나는 캔커피를 홀짝홀짝 마시고,
개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은지
코만 벌름거리며 돌아 다니더군요.
바람나고 싶은 게 아닌가 했지만 그건 아니였어요.
잘생긴 남자 개가 따라오니까 얼마나 사납게 소리를 지르는지
남자 개는 놀래서는 멍하니 쳐다만 보드라구요.ㅎㅎㅎㅎㅎㅎ
아마도 우리 개는 땅 냄새가 좋았나봐요.
나 닮아서 흙이 좋고 풀이 좋고 물이 좋고 산이 좋고 하늘이 좋은가봐요

9월이 자꾸 없어져요.
하루하루가 참 아깝고 아쉽고 그래요.

멀리서 목화꽃을 보니 내 생각이 난다며 전화를 한 친구도 생각나는군요
이렇게 보라색으로 피는 가을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