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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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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착한 내아들


BY 민 2000-12-30

내 아들 이야기입니다.
올해 일곱살을 보내는 내 아들은 맘이 너무 고와요.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모든 걸 다 내주며 지극히도 손님접대를 하지요.
레고로 놀때면 제일 큰 밑판은 당연히 친구 차지이고, 게임을 할때도
친구 먼저입니다.
친구네 집에 가서 놀고 있을때, 친구 동생이 우리 아들 장난감을 달라고 울면 기어코 주고 오고야 마는 그런 아이입니다.
그런 아들이 기특하다가도, 가끔은 엄마 입장에서 보면 손해보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하지요.
요즘 세상에 우리 아들처럼 살다가는 어떻하나...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어요.
그러다 한번은, 유치원 선생님께 상담중 이런 이야기를 비추었어요.
선생님 말씀이 "다른 어머님들은 아이가 너무 이기적이어서 걱정을 하는데, 그것을 오히려 큰 복이라 생각을 하셔요.아이들끼리도 양보심이 많은 아이가 인기예요."
하시는 겁니다.
집에 오는 발걸음이 가볍고 기분이 좋았지요.
하지만 아직도 우리 아들, 친구와 놀때 보면 또다시 그 기분은 감출 수 없답니다.
한번쯤은 내가 먼저 한단 말이 그렇게 안될까?
하기야 에미가 어렸을 때도 우리 아들이랑 하나 다를바 없었지...
그러니까 그때가 초등학교 2~3학년 때입니다.
새학기가 되어 새책을 받으려 교실 앞으로 쭉 줄을 서고 있었고, 아이들은 착착 쌓인 책더미를 옆으로 지나며 한권씩 갖고 갔지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내 앞의 대다수 아이들이 맨 위에 있는 책을 안가지고 가고, 그 밑의 것을 살짝 짚어 들었어요.
내 차례가 되어 가까이서 보니, 그 책은 포장할때 맨위에 있던 것이었는지 울퉁불퉁 모양새가 안좋았어요.
난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걸 그냥 짚어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곤 학기 내내 후회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 아들이 나와 많이 닯았단 생각을 하게 되지요.
제아무리 뭐라 해도, 자기 생긴대로 사는 것이 제일 맘 편하고 행복한 일인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