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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 (10) *향기나는 여자*


BY 쟈스민 2001-09-05

어디선가 가을 향기가 나는 듯 하다.

그건 들국화향 같기도 하고.....
코스모스의 하늘거림 같기도 하고.....
잠자리떼 폴폴 날으는 바람 냄새 같기도 하다.

사람들은 하나 둘 가을 옷으로 갈아 입는다.

계절이 바뀔 즈음이면 어김없이 옷장 앞에서 서성이는
시간이 늘어나는 건.....
비단 내가 여자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 같다.

새로운 계절에 대한 막연한 기다림이나 설레임
그런 것들이 자신도 모르게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게 한다.

그렇게 많은 세월동안 사모은 옷들은 다 뭐하고
오늘도 입을 옷이 없다고 투덜거림을 늘어 놓으며
하루를 열었다.

어느 책에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 수록 싼 옷을 여러벌 갖기 보다는
가끔씩 사되 비싼 옷을 한 벌 가질 수 있으면
그리하라는 이야기가......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 나이에 걸맞는 모습으로 살고 있어야 할
책임이 주어지는 것일 게다.

사십을 바라보는 나이엔.....
자신의 얼굴을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삶을 가꾸어야 할 것만 같다.

요란한 화장이 아니어도
자신이 한결 자신다워 보일 수 있을 만큼의 화장을 하고
누구앞에서라도 위축되지 않아야 하고
비싸지 않은 옷을 입고도
자신만의 멋을 잃지 않는다면
그는 이미 반쯤은 성공한 인생을 산다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잘 보아야 할 것 같다.
아내는 아내의 모습을.....
엄마는 엄마의 모습을.....
직장인은 그 직장에 어울리는 모습을.....
저마다 하고 산다면

좀더 세상이 향기로워 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없이 내 뱉어버리는 언어들을 절제하고
좋은생각은 좀더 많이 하려 하고
말 한마디라도 잘 골라서 쓸 줄 안다면
우리 사는 세상은 또 얼마나 맑아질까.....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독특한 향기가 있는 듯 하다.

비싼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깨끗한 비누 내음이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고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자신감은
아마도 좋은 향기로
자연스럽게 기억될 수 있으리라.

이 가을엔
커피 향기가 더 없이 좋을 계절이다.

오후엔 원두향이 가득히 퍼져 있는
꽃집에라도 가야 겠다.

예쁜 소국 한다발에도
어쩐지 가을의 향기가 있지 싶어
나의 발길을 붙들어 맨다.

질박한 도자기 화병에
보랏빛 소국 한다발을 꽃아 본다면
그 누구보다도 먼저
이른 가을을 맞을 수 있을 것만 같다.

해지는 저녁 나절엔
예전의 내가 아끼고 사랑했던
그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알고 있는
CD 몇장으로
난 나만이 알 수 있는 가을을 그렇게
안아 보리라.

그리하여 여유자적 노니는 밤을 보내는 것도
이 가을엔
어울릴 듯 하다.

귀뚜라미 울음소리 벗삼아
소설책 한 권 손에 들고
긴 밤을 지세워도 좋을

가을은
그렇게
우리의 문턱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