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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편지


BY 바비 2003-05-19

오늘 참 눈부신 날입니다.
무심코 걸어가던 길가에서 담장을 넘어온 넝쿨장미를 보고
그만 아찔한 현기증마저 느꼈습니다.
순간 춤추는 햇살 아래 초록잎 사이사이로 얼굴을 내민 꽃들이
요염한 여인의 자태로 보이더군요.
은은한 매화도 아니고 수수한 진달래도 아닌
화려하고 당당한 붉은 장미
그것도 정원에 단정하게 서 있는 얼굴 큰 장미도 아닙니다.
주체할 수 없는 정열에 어쩔 수 없이 담을 넘은 넝쿨장미였으니까요.
바람결에 춤추면서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지나는 사람을 멈추게 하더군요.
그 아름다움에 취하여 바라보면서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나는 당신보기에 얼마나 아름다울까
저 장미 만큼은 아니라도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당신을 잡고 있는건 아닌가
바삐 가던 길을 멈추고 장미와 눈길을 주고받는 기쁨이
가슴 뿌듯함으로 다가오듯이
고달픈 삶 속에서 외로움과 허전함으로 가슴이 휑할 때
신선한 향기와 웃음으로 당신을 달래주기는 하는건지...
그래서
내가 조금이라도 장미를 닮았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던데
내가 당신에게 저 꽃만도 못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오늘따라 당신이 무척 그리워집니다.
가시없는 장미는 없지요.
그냥 보기만 하면 이렇게 좋은데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만져보면
그러다가 탐나서 꺾다보면
상처가 나기 쉽지요.
아프고 피가 흘러도 아름다운건 아름다운 것.
사랑도 그런가봅니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오는 넝쿨장미의 도발처럼
가슴 뭉클하게 주체할 수 없는 기쁨과
같은 크기의 슬픔이 늘 함께 있는 ...
5월엔 장미가 피고
우리의 추억이 피할 길 없이 자리잡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당신이 더 그립고
이렇게 마음이 아파지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