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그릇 냉장고에 넣을려다 받침대에 부딪쳐서 쏟았을때의
그 심난함이라니....
채소통속까지 김치국물이 스며들고...
식탁다리에 튀어있는 김치국물을 닦고 예정에도 없든
냉장고 대청소하고 나면 불그죽죽한 행주까지 삶아 빨아야하니...
경상도 쪽에서는 심난하다는 말은 정말로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을때나
어른들이 마음이 아주 복잡할때나 쓰는 단어로 문학적으로만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아이들때는 거의 쓰지 않는 단어였는데
서울로 유학을 가서 전라도 친구들을 사귀었는데
그쪽 사람들은 이 심난하다는 말을 참 자주 쓰데요.
방안이 조금만 어질러져 있어도 심난하다고 표현하고
설거지꺼리가 좀많이 쌓여있는 걸 보고도 심난하다고 그러데요.
이렇게 심난한 상황은 살림을 살다 보면 자주 부딪히게 되는데
칼국수 할려고 담아둔 밀가루 양푼을 엎었을때,상상이 됩니까?
유리로 된 냄비에다 찌개를 뎁힐려고 가스불에 올렸는데 이게
끓기 직전에 소리도 요란하게 펑!!!하면서 터진겁니다.
유리 조각이 천지사방으로 튀고 참 이럴때 그 난감함이라니...
아직도 가스렌지 밑에서 유리 조각이 하나씩 나올때가 있답니다.
전에 살던집이 좀 오래된 아파트였는데 하루는 밤에 잠을 자고있는데
천정에서 물벼락이 쏟아지는 겁니다.
전등 달린곳을 통해서 물이 폭포수 처럼 쏟아지는데
그야말로 난감하고 심난하고 왕짜증나는 상황이었습니다.
윗층 보일러가 파열됐다나요.
이불은 다젖고 방바닥은 온통 물세례를 받았지요.
어떻게 그 시간을 지나왔나 싶네요.
옛날에 대학교 다닐때 같은과 후배하나랑 자취를 했었는데
고향에 다니러 갔다 올때
어머니가 조금큰 유리병에다 고추장을 담아주는 겁니다.
이걸 가지고 와서는 부엌에다 두었는데
그당시의 부엌이래봐야 겨우 사과괘짝 두개 포개 놓고
찬장으로 쓰던 시절이었으니까,
게다가 부뚜막 바로 옆에다 신발 벗어놓고 방으로
들어가는 구조였지요.
고추장을 부뚜막 제일 안쪽에다 두고 한이틀 지났나~
방안에 앉아있는데 펑! 하면서 폭탄터지는 소리가 납디다.
깜짝 놀래서 방문을 열어 보니 세상에나 만상에나
고추장이 폭발을 한겁니다.
아마 여름방학끝에 가지고 온 모양이예요.
뚜껑을 꽉돌려 잠그고 해서 이 고추장이 부글부글 개면서
가스를 많이 저장을 하고 있다가 한계에 다달으니까 펑하고 터진겁니다.
이름하여 고추장 폭탄사건.
이때 참 그 난감함이라니,상상해보세요.
온 부엌에 고추장이 점점이 튀어있고 옆에 벗으놓은 신발이며
심지어는 이게 부엌천장에까지 발사가 되었더군요.
에구 난못살아,앙!~ 해봐야 도와줄 어머니도 안계시고
그때 나 참 심난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네요.
우리 다음에 그집으로 이사온 사람은 천정에 시꺼멓고
딱딱하게 굳어있는 것이 붙어있는 걸 보고
도무지 그게 무엇인지 졸대루 모릴낍니다.
서울서 원룸에서 자취하는 딸냄이가 세탁기에다
휴대폰을 넣고 돌려서 정말 난감하고 왕짜증 난다고 전화를 해 왔기에
나 옛날 자취했던 때가 생각나서 적어보았답니다.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니라서 너무조아여~~~
추신:기껏 써논 장문의 글이 보내기 잘못해서 날아갔을때,
여러분 기분이 어떻습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