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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한 판 선물 받았어요..


BY 파란장미 2003-04-17

우선 인사부터 드리구요..
"꾸~벅"
여긴 동해시예요.. 아파트 뒤로 바다가 보이구요..
바닷가엔 배들이 정착해 있어요..
아파트 뒤엔 나즈막한 산이 있는데요, 요즘은 산
전체가 연두색으로 변했답니다...
오른쪽 옆으론 전천강이 흐르구요, 강 옆으론 둑이 있어요.
그 둑엔 쑥, 돌미나리, 돛나물,좀더 있으면 복분자(딸기)에다가
오디나무도 있어요..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살다보니 봄만 되면 동네 아짐씨들
호미 하나씩 들고 호호 하하 짝을 지어 온 동네를 돌아다닌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열심히 봄의 향기를 선물로 받고 있구요..

어젠 참으로 특별한 선물을 받았어요..

"계란 한 판" 남들은 의아해 할지 모르지만 왜그리 정겹던지요.
옛날엔 당연히 되었던 선물이 이젠 고풍의 멋으로 남아있어요..

아파트 통로엔 글쓰시는 분이 계시거든요..
얼마전 써 놓은 글을 문학회에 보내야 되는데 그 문학회에서
단서를 붙였드라구요..
"원고를 보내되 워드로 쳐서 보내주시구요, 메일로 발송해 주세요."
나이 55에 눈도 잘 안보이구 더구나 컴맹이신 분이라
처음엔 안보낼려구 하셨대요. 그런데 글을 쓰시다보니
욕심이 생기신거죠, 그래서 당부를 하시더군요
"내가 글을 써 줄테니 원고를 워드로 좀 쳐달라구"요

별로 할일도 없는지라 남의 글 읽는것도 좋아하구
해서 그러겠다고 선뜻 대답을 해놓고 원고를 받는
순간 많이 놀랬어요..

원고란게 지워진 부분과 삽입된 부분이 교차되는
거잖아요..
읽고 조금 고치고 문장부호 만들고 좀더 첨부하고
해서 그 분에게 갖다드렸더랬어요..

다시 고쳐질 곳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구하면서

밤늦게 초인종이 "에델바이스"를 부르며 울리더군요.
모니터엔 그 분의 얼굴이 비쳐지구요..

뭔가가 잘못 된 것이라 생각하면서 문을 열어드렸더니
얼굴도 안 보이시면서 계란 한판을 내미는거예요//

이런거 바라고 쳐 드린것 아니라고 몇번을 말씀드렸지만
막무가내인 그 분은 계란 한 판을 문 앞에 놓고
가시더군요..

한동안 멍한 상태로 지낸뒤엔
그 계란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울컥하더군요..

정이란 것이 이런것이구나..
생활속의 삶이란 것이 바로 이렇게 오고 갈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거로구나..

행복의 미소가 나도 모르게 입을 활짝 벌어지게 만들었어요..

작지만 마음만큼은 커다란 보석 반지를 받은 만큼

행복한 계란 한 판이였어요..

이렇게 나의 생활을 쓸 수 있다는것에 감사드립니다..
자주 들러 다른 이들의 글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는것도
그렇구요.. 아직은 서먹하지만 언젠간
"파란장미"의 마음을 읽어주실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하며
들어갑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