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 11월 16일
요즘 어느 집이든 베란다에 하나쯤은 있음직한 화분이 행운목이 아닐까 싶다. 잎이 옥수수잎 처럼 길게 늘어지는 사철 초록잎을 보여주는 나무이다.
더 많이 보았음직한 모양은, 뿌리가 하나도 없는 나무통을 뚝 잘라서 접싯물이든 약간의 물에 담아 두어도 초록잎을 뾰족뾰족 내밀며 살아 나는 모양일 것이다.
언제인지 모르게 [행운목]이 집안에서 키우는 화초로 인기몰이를 할 때쯤 아줌마 초보였던 나의 베란다에도 지금의 행운목이 자기 자리를 차지 하게 되었고, 벌써 내년 봄이면 9년이 된다.
그런데, 그저 겉으로 볼때 수수 하기만 한 이 나무의 이름이 왜 [행운목]일까? 이 나무를 키우면 행운이 온다는 말일까? 하는 의문을 잠시 갖었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며 넘겼었다.
그런데 [행운목]을 키운지 2년쯤 된 겨울에 나무 이름의뜻을 제대로 알수 있었다. 행운목에서 이상한 곁가지가 뾰족하게 나오더니 혼자서 쑥쑥 자라났고, 일주일 쯤 된 어느날. 자고 일어 났더니 짙은 꽃향이 내 집을 온통 감싸고 행운목에 꽃이 피여 있었다.
우유빛 색깔의 꽃모양은 공작새의 왕관같았고, 외출을 하고 돌아와 현관문을 열면 그 향내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진했었다.
무엇보다 행운목에 꽃이 피며 내게 행운이 찾아온 것은 예쁘고, 건강한 첫 아이가 태어 났다는 것이다.
행운목의 한 나무를 잘라서 키워도 꽃이 피는 마디가 따로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꽃이 피는 마디를 키워서 꽃을보면 행운이 있다고 해서 행운목이라 한다고 들었다.
화원을 운영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 행운목의 꽃을 본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8년 가까이 내 화분을키우며, 꽃을 4번 보았었다. 그리고 이제 조금 있으면 5번째 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조심 스럽게, 수줍어 하듯이 3개의 꽃대가 올라 오고 있다.
행운목의 꽃이피면 집에 사람들을 불러 모습을 보여주고,내심 자랑을 했었었다. 언젠가 이웃의 아줌마가 "나무는 여리고 작은데, 어머나! 꽃이 피네? 나는 처음봐요.. 부러워요." 했던 말이 생각 난다. 그 뒤로 그 모습을 사진에 담에 여러사람들에게 행운을 빌며 나누어 주기도 했었었다.
이번에도 꽃이 피면 내게 작아도 기쁜 행운의 소식이 오리라 기대 해 본다. 그리고 난 또 차를 끓이며 손님들을 초대 할 것이다. 행운목의 꽃놀이를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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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12월 5일
11월 경부터 내내 화분의 새싹이 나오는 부분을 조심 스럽게 살피며,나는 올해도 꽃을 기다린다. 올 해가 내게는 유난히 피곤한 해였다.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모든 것을 '그래도 불행중 다행이였다.' 여기며, 행운으로 감싸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