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가 초복이라 견공들이 수난깨나 당했겠지만 요즘 TV를 보면 오히려 개 세상이다. 불구의 몸으로 주인을 찾아온 개가 감동을 주고 길가에 버려진 개가 화제의 대상이 된다. 급기야 며칠 전에는 개 시위까지 선보였다. 민주노총 서울지부가 개 몸뚱이에 규탄 구호를 내건 옷을 입혀 조선일보사 앞에서 벌인 ‘1견 시위’를 MBC ‘생방송 화제집중’이 중계(?)한 것이다.
사람도 아닌 개가 ‘문제의 신문사’를 비난하는 이색시위를 벌였으니 그들 눈에는 화제집중이 되고도 남았는지 모른다. 말 못하는 개에 오징어를 먹여가며 “개 한마리가 세상에 뜻을 전한다”느니 “멍멍이 동지”니 추켜세우는 광경, 「웬 샌드위치 강아지?」하며 의아해하는 행인들의 모습도 비쳐댔다. 신문사 제호나 개가 입은 구호천을 모자이크 처리로 가리는척 하면서 포인트는 다 보여주는 트릭까지 구사했다.
MBC가 이런 소재를 초저녁 가족시간대에 화제라고 냈을 때는 분명 의도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 커트짜리 스케치밖에 안되는 소재를 억지로 5분 가까이 끌었을까. 「화제」는 「개」가 아니라 개를 내세운 「개 발상」이며 조선일보를 비하하려는데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비하된 것은 ‘이동선전물’화된 견격(犬格)일 것이다.
MBC보다 더 안쓰런 집단은 민노총이다. 얼마나 내세울 게 없었으면 멍멍이까지 동원했을까. 측은지심이 들기도 하지만 자기들 비위에 맞지 않으면 수단방법 안가리고 물고 뜯겠다는 발상은 자기들 스스로를 그처럼 격하시킨 셈이다. 게임에도 법칙이 있듯이 시위에도 룰이 있는 법이다. ‘불매운동’은 남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한 극단적 수단이지 남을 해치기 위한 공격수단이 아니다.
방송도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MBC는 화제라는 이름으로 특정단체 주장을 편들어 시청자들을 현혹시켰다. 복더위에 대로에 끌려나와 시달림을 당한 개의 눈에 비친 인간세상은 어떠했을까. 동물학대죄로 고발은 못하더라도 인간들을 비웃지나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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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복날이다...
그런데.. 토요일날 여덟가구가 살고 있는 우리 관사 마당에 밤색의 윤기나는 털을 가진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는...
목에 두른 빨간색 목걸이하며...
누군가가 정성스레 빗질을 한듯한...
윤기나고 보들거리는 밤색털하며...
우리를 보고 섣불리 짖지않는 그 조심스러운 행동거지까지...
얼핏 보아도 사람인 나보다도 더 귀하게 자란몸인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그 강아지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남편과의 외출에 다소 서두르고 있을 때라.. 달이가 먹다가 던진 이후 차의 뒷자석에서 며칠을 뒹굴던 그 신선도를 측정할 길 없는 소세지 한 개를 달랑 던져주고 차에 올랐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옥상에.. 빨래를 널러 갔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귀한 가문의 일원일것으로 추정되는 그 개가 우리의 빨랫대 아래에 앉아 내가 그 전날 널어 놓은 빨랫감들을 폭닥히 덮고 앉아있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그 개는 아예 옥상에서 내려와...
여덟집이나 되는 관사중에서도 유독 우리집 대문앞에 와서 하루종일 앉아있는다...
나갈때마다 꼬리치는 폼이 개인적으로 나와 아주 두터운 친분이 있는 것으로 남들이 보면 오해하기 딱 쉽다..
하지만.. 나는 선천적으로 개를 무서워할 뿐 아니라 싫어한다...그리고 그 개가 토요일부터 지금 화요일까지 밥다운 밥이라곤 못먹고 줄창 굶고 있는 것도 나에게는 엄청난 정신적 부담이며... 그렇다고 섣불리 밥을 줬다가 개가 영영 안가고 우리집에 빈대라도 붙는다면...
아.. 머리가 뽀개질 것 같다...
아랫집 아저씨는...
평소에 착한일을 많이 한 우리에게 복날을 맞아 하늘이 주신 선물이니... 오늘에라도 쓱싹...해야한다고도 했고...
엄마는...
아마 경찰을 불러도 소용이 없을테니.. 아예 개장수를 불러서 팔아버리라고도 했다.. 어차피 지금같은 시즌에는 개값 이콜 금값이며... 그 편이 개장수를 위하고 우리 가족을 위하는 일이며.. 나아가서 관사 식구 전체를 위하는 길임을 누누히 강조했다...
그리고... 지금.. 나의 체력 저하로 잠시 외가에 맡겨진 달이가 돌아온다면... 이 개를 보고 미친듯이 좋아하며..에헤헤 에헤헤 하고 웃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달이는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그 개와 나는 알수 없는 이상한 언어로 온갖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집안의 소소하고 구질거리는 갖은 비밀들을 누설시킬 것임도 자명한 일이다...그리고 나의 감시의 눈길을 틈타 달이는 그 강아지의 핥음을 기꺼이 당할 것이고... 그로인한 무수한 세균의 온상에 달이가 홀라당 노출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
옆 집 아 줌 마 다....
비록.. 지금은 옆집 아저씨와 출타중이긴 하지만...
요번주 토요일 그녀가 돌아온다면...
멀리서 개 짖는 소리만 들어도 까무라치는 그녀가 그녀와 우리집 사이의 그 한뼘도 안되는 좁은 복도에 만포장으로 누워있는 그 강아지를 본다면....
아마도... 그녀는 일일구에 실려가 영영 이 후미지고 허접한.. 게다가 개까지 있는 이 관사에는 돌아오지 않을것이 당연한 일이다...
아...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나는.. 개를 굶겨죽여서 안된다는 도덕과...
나의 앞에 놓인 이 여러가지 현실....
그리고.. 굶을데로 굶은 개가 나를 물어죽일지도 모른다는... 현실이 동반한 그 얄팍한 상상 사이에서 번민하다가... 고등어 조림에 비빈 밥 한그릇을 주고 말았다...
아~~~
그는 우리집 대문앞에 지금도 누워있다...
괴 롭 다...
이 일을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